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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1일,화요일
오늘 오르려는 인등산은 충주시 산척면과 동량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그리고 인등산은
천등산, 지등산과 함께 삼등산의 일원으로써 빼놓을 수 없는 멧덩이다.
천(天).지(地).인(人) 정신이 깃든 세 산들은 한민족과 인류의 중심지라는 의미와
가치에 있다 하겠다.
천지인이란,천은 하늘, 만물의 근본,조물주,진리,임금,아버지,지아비,남성 등의 뜻이다.
일(一)은 신(神),기(氣)태극(太極)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천일(天一)은 천계(天界),
태양계(太陽界),태양의 성격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지일(地一)은 지구의 성격과 기능을,
인일(人一)은 만물의 성격과 기능을 의미한다.
즉 천(天)은 조화,지(地)는 교화,인(人)은 치화의 기능을 주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어쨋든, 인등산을 가운데 중심에 두고 천등산은 북쪽으로,그리고 지등산은 남쪽으로
대략5km 안팎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형국은 예사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비교적 산꾼들의 방문이 잦은 천등산과 몇 달 전에 오른 바 있는 지등산을 올랐으니
아직 오르지 못하고 남아있는 인등산을 오르려는 심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인등산의 산행들머리 독골고개는 산척면에서 영업용 택시의 도움을 받아 도착하게 됐다(10시).
발품으로 해결해도 안될 것은 없지만 30분 정도의 잰걸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택시의 도움으로 도착한 들머리 독골고개,고갯마루 왼쪽으로 보이는
밤나무 밭 가장자리에 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 있다.
미쳐 줏지않은 밤 알맹이가 뒹구는 밤나무 밭을 벗어나면 산길은 몸피가 두툼한 노송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산길에는 다갈색 솔가리가 사뿐히 내려 앉아 있다.
햇볕의 손길이 덜 미치는 북사면의 골짜기에는 떡가루를 뿌려 놓은 듯 흰눈이
아직도 허옇게 덮혀 있다.그곳에는 아쉬움을 간직한 겨울 동장군의 안간힘이 서려있다.
볕이 미치지 못하는 응달받이에는 아직도 찬눈이 덮혀있어 골을 타고 감아도는 차거운
숲의 공기는 서늘한 기운마져 스며있다.여느 날씨라면 벌써 걸치고 있는 동절기 쟈켓을
후딱 벗어서 배낭에 쳐박았을텐데 아직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치뤄내고 있다.
산길은 "동량면사무소"라고쓰인 노란색 표시리본이 간간이 길섶의 나무가지에서
낯선 세 사내들(청아,신바람,나)을 안내한다.
인등산 정상에서 바라 본 천등산
얼마 전, 주봉산과 지등산 산행 때도 노란색 표시리본의 친절한 도움을 받았었는데
오늘도 그들의 도움을 또 다시 받게 되었다.몸피는 한아름이나 되고 허리를 뒤틀며
요염한 몸매를 과시하는 노송의 게으른 몸짓이 연신 눈길을 잡아 끈다.
산꾼들에게는 호사가 따로 없다.이러한 수목으로 꾸며놓은 산길이라면 온종일 길을
따르더라도 힘겨워 하거나 지루해 하지 않을 것이다.
왼쪽 저 멀리 북녘에서 하늘금을 긋고있는 천등산이 병풍을 두른 듯 하고
오른쪽 마른 나무가지 사이로는 지등산과 계명산의 거뭇한 실루엣이 듬직하다.
흑갈색 이정표에는 인등산 정상이 3.3km거리에 존재함을 알린다.
노송들로 치장을 하고 솔가리로 주단을 펴놓은 산길에 봄볕이 따사롭다.
삼거리 길목의 이정표를 살펴보면 우측으로는 대모천이 0.9km거리에 있음을 알리고
인등산 정상은2.4km남았음을 표시한다.끌밋하고 길찬 노송숲에 눈길을 빼앗기며
산길을 잇다보면 갑자기 초록색으로 둔갑한 거대한 송전철탑이 출현하면서 분위기를
훼손하려지만 여전히 노송 숲은 개의치 않으며 고자세를 유지한 채 늙은 세 사내들을 안내한다.
갑자기 시야가 훤하게 터지면서 벌목지대의 맨살이 고스란이 드러난다.
우측 산자락이 온통 벌거숭이다.수종개량을 위한 모양인지 두어 뼘 남짓되는 소나무 묘목이
식재되어 있으며 태반은 말라버려 누런 갈색으로 변해버렸고 그나마 남은 것도 절반은
상태가 비루먹은 모양을 하고 있다.벌목지대를 통과하는 산길은 비교적 가파르게 이어진다.
가뿐숨을 헐떡이며 팥죽땀을 필요로 하는 된비알은 산행의 양념과 같은 시간이다.
조미료가 빠진 음식이 훌륭한 맛을 기대하기 어렵듯이 헐떡임과 팥죽땀은 그러한 맛의
결과물이다.거친 육체노동이나 격렬한 스포츠에서도 그러한 맛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어찌 그러한 것과 단순비교를 할 수 있겠는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른 멧부리에는 시원하게 벌거숭이를 만들어 놓은 산자락 너머로
두알봉이 귀를 쫑긋거리고 두알봉 너머로는 지등산이 얼굴을 불쑥 내밀고 있다.
곧바로 능선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산길을 가로 막는다
이정표를 살펴보니 왼쪽방향은 "supex center" 2.4km라고 밝히고 우측으로 난 임도는
동량 3.8km라고 적어 놓고 있다.이곳에서 인등산의 멧부리는 1.5km 남았다.
손을 뻗으면 맞 닫을 만큼 이젠 지척이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세 개가 어슷하고 줄느런히 솟아있다.좌측으로 맨 뒤편의 봉우리가
인등산 정상이다.산길에는 흰눈이 얇게 덮혀있고 오르막과 내리막 산길에는 고정로프도
튼튼하게 매여있다.경칩이 지났으니 계절은 완연한 봄의 계절인데 이곳은 겨울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봄에 대한 겨울의 시샘 이리라.
임도를 뒤로하고 고정로프도 친절하게 설치되어 있는 비탈을 오르면 예전에는
헬기장으로 쓰였음직한 공터 상태의 멧부리를 넘는다.천등산과 지등산의 실루엣을
좌우의 시야에 담아가며 헬기장을 경유하면 작은 돌탑 3기 곁을 지나게 되고,
삼거리 능선길을 만난다.인등산의 정상을 오른 뒤 두알봉을 연이어 오르려면
이곳으로 되돌아 와서 산길을 이어나가야 한다.
덩치 큰 노송을 지나면 곧바로 헬기장 용도로 쓰임을 받고 있을 멧부리에 오른다.
해발 666m의 인등산 정상이다.구급약품함이 청결함을 유지한 채 다소곳한 모습이고
Sk에서 세워놓은 정상표시판과 삼각점도 뚜렷하다.북쪽방면으로 천등산과 시랑산이
한폭의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하고 주론산 구학산이 그 뒤를 잇대어 웅크리고 있다.
정수리에서 맞은편 능선을 이어나가면 장재를 지나 삼탄으로 하산할수 있는 산길이다.
어느 방향을 둘러보아도 시원하고 화려한 조망에 시선고정이 안되는 멧부리에서
다소 뜸을 들이고 꾸물거리며 느긋하고 한유한 오찬의 한 때를 보낸다.
비록 간식거리에 불과한 메뉴지만 음식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위환경이 별 다섯이라면 분위기도 역시 다를 바 없다.이 지역의 "소태막걸리"
몇 잔을 마신 청아대장의 볼이 금새 발그레졌다. 산행은 산여행의 준말이지 싶다.
지구상의 수많은 산과 봉우리들의 모양과 형태는 모두 제각각의 모습을하고 있다.
게다가 수직고도에서의 조망과 풍광이 서로 판이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여행이란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 길을 찾아 나서게 마련이고 호기심의 충만함에서
작은 성취감을 맛보는 법이다.등산과 함께 삶을 즐기는 대다수의 서민들은 크든작든
사회생활에서의 성취감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성취감을 추구하는데에는 고단하고 부단한 노고가 필요한 법이다.
발걸음을 붙잡고 있는 인등의 멧부리를 애써 뒤로하고 이제는 두알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조금 전 지나쳤던 삼거리로 되돌아가서 좌측의 내리막 산길로 내려선다.
급경사를 보이는 산길에는 가랑잎도 수북해서 여간 주의를 하지 않으면 횡액을 당하고도
남을만한 내리막 험로다.
구를 듯이 도망치 듯이 급경사를 빠져 나오면 산길은 임도에 꼬리를 사뿐히 내려 놓는다.
두알봉으로 향하는 산길은 임도를 따르기 무섭게 임도 오른쪽으로 행선지를 바꾼다.
몸피가 우량하며 끌밋한 노송들이 줄느런하게 서 있는 숲길이 이어지며 세 사내들을 끌어 들인다.
산길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있고 밋밋한 능선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또 한번 임도를
은근슬쩍 내놓는다.
두알봉에서 바라 본 인등산
임도를 가로 지르면 산길은 흰눈으로 살짝 덮혀있으며 낮게만 여겼졌던 두알봉이
어느 틈에 무시못할 정도의 멧덩이로 오만하게 앞을 막아선다.
두알봉 멧부리를 오르는 막바지 가풀막진 오르막이 흰눈으로 몹시 미끄럽다.
홀더 노릇을 톡톡히 해 오던 마땅한 나무가지도 드물고 그렇게 흔하던 그루터기하나 뵈지 않는다.
기껏해야 덤불이나 다름없는 마른 수초들뿐이다.애면글면 멧부리를 올라서니 소나무 숲이
기다린다.해발 279m의 두알봉, 정수리에는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기대할 만한 조망이라고는
마른나무가지 틈새로 올려다 보이는 인등산의 위용이 전부다.
두알봉 정수리를 벗어나면 곧바로 평지의 솔 숲이 기다린다.마른 목을 축이고 고르지 않았던
숨도 추스려 가며 잠시 여유를 부려본다.
이곳에서 하산은 직진방향으로 남은 능선을 따라 산행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또 다른 하산길은 두알봉을 되돌아 내려서서 조금 전의 임도를 따라 동량면 방향을
따르는 방식이다.그러나 이 방식은 지루하고 따분한 임도가 걸림돌이다.
어쨋든 교통 편의상 동량면 소재지가 최종 날머리이기 때문에 목적지 방향으로 뻗어나간
능선을 따라 진행을 할 요량이다.
두알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초장부터 희미한 것이 들짐승들의 이동통로나 다름없는 모습을 띤다.
십여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희미하던 흔적은 수북하게 쌓여있는 가랑잎에 묻혀 버렸고
잡목들의 마른가지가 볼태기를 연신 사정없이 긁어내리고 가파른 내리막에 도움이나
받아볼까 붙잡은 나무가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가시가 인정사정없이 살갗을 파고 든다.
흔히 산길이 불분명하고 잡목으로 뒤덮힌 산길에는 넝쿨식물들이 발목까지 잡고 떼를 쓰며
이동을 어렵게 하는 법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넝쿨식물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덕분에 이동에는 무리수를
요구하지도 않고 지체함도 없이 진행이 된다.능선 좌우의 넓은 지역으로 경작지가 걸쳐있는
과수원으로 들어선다.능선은 컨테이너 농막 앞을 지나며 해가 지는 쪽으로 이어진다.
과수원 옆 농로를 따라 능선길을 이어갈 참이다.
중년의 부부가 과수원에서 작업을 고 있다.일행들이 진행하려는 선지 방향으로는
산길이 없으니 마을로 그냥 하산하는게 낳지 않겠는가 하는 어투다.
마른가지에 쓸리고 가시랭이에 찔려서 왼손 약지 끝마디에서는 선홍색 피가 줄줄 흐르고
거친 숲을 빠져나온 나뭇꾼처럼 바지자락은 흙먼지로 칠갑을 한 꼴이다.
중년부부의 고언(?)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싶다.장선마을로 내려서는 수렛길을 따른다.
멧부리 턱밑까지 과수원으로 바뀐 지등산을 바라보며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하산 길에서 바라 본 지등산
장선마을에서 노선 버스 시간은 15시 25분,꼼꼼하고 세심하기 이를 데 없는 청아대장의
시간표는 익히 증명이 되고 남은 터,아직도 남은시간은 20분가량의 짬이 남아있다.
내 배낭에 "소태막걸리"가 반병이상이 남아있다.안주감으로 남은 것이라고는 한라봉 한 개,
그것이면 충분할 터,술깨나 하시는 신바람형은 웬지 오늘따라 오로지 술거부 자세에
진전이 없다.청아대장님 한 잔 그리고 나도 한 잔! 술잔을 들어서 마시려고 하는 순간!
버스가 도착한다는 신바람형의 외침에 기겁을 한 두 사내들,눈 깜짝할 사이에 버스는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정류장 앞에서 새된 엔진음을 쏟아낸다.청아대장이 미리 감지하고 있던
버스가 아니고 또 다른 코스를 경유하는 버스가 때 맞춰 나타난 것이다.
벌려놓은 판을 잽싸게 뒤엎고 버스에 오르자니 웬수같은 막걸리가 눈에 밟히고
술을 탐하려니 버스를 먼저 떠나 보내야 하는 진퇴양난의 순간,
판단이 내려졌다면 실행은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략가들을 무색케하는
장면이 번개치듯이 순식간에 벌어진다.
신의 경지를 넘볼 듯한 손놀림과 홍길동이 형님하고 허리를 굽히고 무릅을 꺾을 경지의
몸놀림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루어진거다.게다가 동시에 일거양득의 효과도 올렸으니
강태공도 감탄할 일이다.
눈가에 잔 주름을 잔뜩 그리며 빙긋거리는 웅숭깊은 운전기사 얼굴위로
아직도 중천에서 은빛햇살을 쏟아내는 봄볕이 환하게 비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