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꽃 한 송이 해당화 곁으로 왔다
아무도 솎지 않는 꽃 누구나 속고 있는 꽃
- 조삼현 -
조삼현 시인의 디카시 <의뭉>을 만났다. 사전적 해석을 통해 행간으로 들어가 변용한다면 결국 ' 아무도 솎지 않지만 누구나 속는 꽃" 은 우리들의 엉큼하고 능청스러운 굴곡진 자화상의 은유다. 말하자면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이나 내심에는 엉큼한 교활함을 지니고 있는 '능청수러움'을 고발한 '풍자 디카시'인 셈이다. 행간을 더듬어 본다. 해당화 마을에 살짝 끼어든 불량꽃 한 송이(툭 던져버린 종이 컵)는 그런 현대인의 아이러니한 심리적 투영으로 순간 포착되었다. 디카시가 아니라면 읽어낼 수 없는 묘미다.
디카시 속에서 은근히 풍겨나는 이러한 아이러니의 골격은 아무래도 '언어 유희'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가끔은 해학과 풍자를 덧대기 위한 붓끝의 변주가 보여지기까지 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러한 디카시 쓰기방식은 분명 그의 詩血에는 모더니즘적인 詩情이 흐르고 있기에 가능 할 일것이라 유추해본다. 사실 풍경과 언술이 융합되고 여기에 낯섦과 창의적 발상이 전제되어야 하는 게 디카시法이라면 그러한 풍자가 곁들여지는 모더니즘적 아이러니는 디카시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삼의 디카시 쓰기를 눈여겨 볼 때가 많다. 더욱이 짧은 5행이내의 언술로 쓰고 다듬어야 하는 詩法이기에 함축의 특효약이 될 수 있을 이러한 아이러니와 해악과 풍자는 어찌보면 독자들의 쓴웃음, 단웃음을 자아내게 할 수 있기에 충분하다. 디카시 쓰기의 가장 듬직한 우군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글벼리 디카시문학회의 피드백을 통해 발표된 대표적인 아이러니 詩風作을 소환해 보면 <의뭉>을 비롯하여 <불공평>,<발견>등을 들 수 있다. 조삼현의 디카시가 오늘날 우리 시가 지니고 있는 어떠한 한계와 정신의 궁핌함을 풍자적으로 아이러니하게 꼬집어 낼 수 있는 개성적인 '삼 만의 포착과 언술'로 성장해 나아가길 기원한다. 불금의 하루를 열며 구이서재에서 <悳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