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며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2회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패막했다. 20회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7위, 21회 2010년 캐나다 벤쿠버 5위에 이어 이번 22회 2014년 소치에서 연속 3년 10위권에 진입하려던 당초의 계획이 달성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16회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10위, 17회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6위, 18회 1998년 일본 나가노 9위, 19회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14위를 기록했다. 우리는금3, 은3, 동2로 13위 우리나라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이 아쉬워다.
스포츠도 우리네 인생사와 같다. 우리 삶의 한 분야요, 삶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당연히 승자의 기쁨과 패자의 슬픔이 있다. 안타까움도 있고 한숨과 아쉬움도 있다. 올림픽은 참가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냉정한 승부의 세계이다. 그러나 올림픽의 공로와 기여는 지대하다. 국가와 인종, 종교와 성별, 언어와 문화, 사상과 빈부(貧富)를 초월하여 오직 실력과 기량으로 공정하게 겨루고 평가받을 수 있는 열린 무대이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으로 순수하게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사귀고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빈부의 차별은 없지만, 이번 동계올림픽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국민소득 1만불의 주최국 러시아를 빼고는 독일, 러시아, 네델란드, 미국, 노르웨이, 스위스 등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 가는 선진국가들이다. 먹고 살기도 바쁘고 힘들고 어려운 시절, 일반 서민들에게는 바둑이나 골프, 여행이나 스케이트 등 고급레저 활동은 먼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이었다. 이제 조금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동계올림픽 상위권을 휩쓰는 나라들은 동계올림픽 운동 종목을 즐기는 국민과 선수들도 많고, 연습 경기장 등 관련 스포츠 시설도 충분하다. 특히 국가적인 재정적인 지원도 집중적으로 투여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모든 면에서 아직 연륜도 짧고 열악하기 그지없다.
스포츠 인프라가 취약하고 선수층이 엷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지도자들, 밤잠을 설치며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감사드리고 위안과 격려를 보낸다. 4년 후, 23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주최 국가로서, 이번 소치의 영광과 패배, 역부족과 좌절을 새기고 되새김질하여 고난과 시련을 뚫고 일어선 5천년 배달민족의 저력과 긍지, 힘과 빛을 지구촌에 유감없이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서두르지도 말고, 그렇다고 태만하지도 않아야 한다. 지금부터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4년 후와 한국 체육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곪은 환부(患部)는 통증을 감수하고라도 빨리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과 편파적인 운영을 질타하고 조사와 시정을 지시헸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누가 안현수를 러시아로 보냈는지'를 놓고 책임 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안현수는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게 됐다. 2010년 벤쿠버 대회에는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도 떨어져서 올림픽에 출전도 못하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한국체대 대학원 진학을 안 하고, 성남시청을 택한 안현수는 팀 해체를 당하고, 운동을 하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러시아로 귀화를 했다.
금메달을 딴 후, 지난 8년 간의 고초와 피눈물이 덮쳐오는지, 운동장에 엎드려 키스하고 눈물을 흘렸다. 러시아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도는 안현수 선수를 바라보는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안기원 씨나 우리 국민들은 모두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는 입만 열면 다문화 사회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나라 휼륭한 선수를 귀화시키기는 커녕, 있는 선수도 내쫓고 있는 고질적인 편협과 파벌주의의 중병(重病)에 걸려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자성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