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희한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은 현실처럼 너무나 생생해서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눈을 떴을 때 난 카운터 의자에서 고개만 뒤로젖힌 채 앉은 자세로 자고 있었다.
그런데 사위가 너무 어두워 시계를보니 시간이 이미 퇴근시간을 20분 남겨둔 밤 8시 40분이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출입문을 닫아놓은 상태에서
잠깐 눈을 감고 한숨 돌린다는게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린 것이다.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자책감이 들었다.
안그래도 코로나 시국에 매출도 없는데, 이렇게 장시간동안 세상모르고 잠이나 자다니...
난 미용실 불을 켰다.
출입문은 닫혀있었다.
혹시라도 다녀간 손님이 있었다면 문이 닫혀있으니 오늘 휴업한것으로 알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퇴근시간이 되었으니 다시 집으로 가야겠구나 하고 가방을 챙겼다.
그런데 출입문을 여는 순간, 남자 손님 한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싫은 상황이었지만, 퇴근시간이 조금 남아있고, 하루종일 잠만 자고 그냥 가기엔
스스로에게 면목이 없고 또 맘이 약해져서 손님을 그냥 받았다.
나는 꿈인데도 꿈인줄을 자각못하는 바람에 현실처럼 정말 최선을 다해서 머리를 잘라주었다.
그런데 머리를 자르고 있는 와중에 또 손님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3명의 손님이 더 들어와 대기의자에 앉는 것이었다.
나는 빨리 퇴근하고싶은데... 빨리 퇴근해서 막걸리 마셔야 되는데... 손님들때문에 늦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괴로웠다.
그러나 하루종일 잠만 잤던 자책감이 손님들을 보내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마지못해 기다리도록 하고 순서대로 차근차근 다 머리를 해 주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 미련했던 것은 현실이 아닌 꿈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처럼 심혈을 다해서 머리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꿈이니 대충 건성으로 해주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텐데도 말이다.
그것이 너무너무 억울했다.
현실도 아닌 꿈에 불과한 것인데, 손님들을 보내버리는 건 고사하고 정중히 앉혀놓고 정과 성과 예를 다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며 머리를 해주다니...
꿈인줄 자각했더라면, 난 손님들 되갈통을 드라이기로 한대씩 통통 때려주며,
"야야야, 이 싸가지없는 것들아 지금은 꿈이야 꿈, 꿈속에서만은 나 좀 편하게 쉬게 내버려 둬 제발,
얼른 썩 꺼져!"
했을 것이다.
아, 미용사는 꿈속에서조차도 즐기지 못하고 일만해야 하는 고달픈 팔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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