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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느님] 11 - Why Not?
1. S# 저택, 하루의 방. N
동재 : 니 머릿속에 문제가 생겼어.
하루 : (나가다 말고 멈춰선다)
동재 : 아마 지금 니가 이렇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것도, 그리고 감정조절이 안되는것도,
어쩌면.. 그것과 상관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하다가 멈칫.. 그의 시선 하루의 손으로 간다)
가방을 들고 있는 하루의 손이 덜덜덜덜 떨려온다.
동재, 그 손을 빤히 쳐다보는 순간
가방을 툭! 떨어뜨리는 하루, 덜덜덜 떨리는 손을 내려다본다. 보다가 동재를 쳐다본다.
동재 : ...! (고개들어 하루를 본다)
하루 : ...! (공포스러운 눈빛으로 동재를 본다. 보다가 덥썩! 손을 잡는다)
동재 : (본다)
하루 : (동재의 시선 피하며 고개 돌린다. 시선에서)
2. S# 저택, 회의실. N
피곤한 기색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재, 멈칫.. 보면
창밖을 쳐다보고 있던 은혜, 멈칫.. 동재를 돌아본다. 얼른 다가서며.
은혜 : 하루는요? 좀 어때요?
동재 : (시선들어 은혜를 본다. 시선위로)
하루E :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거죠?
3. S# 저택, 하루의 방. N
하루 : 나는.. 어떻게 되는거죠?
동재 : 지금은 아무것도 대답해줄수가 없어. 내일부터 다시 한번 정밀검진을 해보고, 그리고나서 계속 상태를 지켜보도록 하자.
하루 :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구요?
동재 : 어쩌면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으니까,
하루 : (OL)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요?
동재 : (멈칫.. 본다)
하루 : 내 머리가.. 다시 나빠질수도 있는건가요?
동재 : (뭐라구? 순간 머릿속에 확 꽂히는 불안..)
하루 : 내가... 죽을수도 있나요?
동재 : ...! (그럴 리가 없어!)
하루 : 그럴 가능성두.. 있는건가요? (하는데)
동재 : 내 수술이 잘못됐을리가 없어! 절대루 그런일은 없어!
하루 : (멈칫..! 그 말에 동재를 본다)
동재 : (본다. 사실은 하루만큼 그도 동요되고 있었다. 이내 추스리려고 애쓰며)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구. 그러니까..
괜히 불길한 상상 하면서 미리 예측하고 절망하지마. 내 수술이 잘못됐을리 없어, 절대로 실패일 리가 없다구..
그러니까.. 그러니까.. (하는데 현기증이 엄습한다)
하루 : (본다. 보다가 허탈한 기분으로 침대 한쪽에 털썩 주저앉는다)
동재 : (본다. 그런 하루를 보더니 최대한 불안한 감정 누르며) 그냥 오늘은 푹 쉬는게 좋겠다. 그리구.. 내일 다시 얘기하자.
(힘없이 하루를 지나쳐 나가려는데)
하루 : 아무말두 하지 마세요.
동재 : (? 돌아보면)
하루 : 은혜한텐.. 아무말도 하지 마세요.
동재 : (본다. 시선에서)
은혜E : 하루는 좀 어떠냐구요?
4. S# 저택, 회의실. N.
은혜 : 하루.. 괜찮아요? 진정이 좀 된거예요?
동재 : (물끄러미 은혜를 본다)
은혜 : (아직도 하루가 낮에 저지른 폭력사건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 듯) 하루가 그렇게 화내는거 처음 봤어요.
하루가 누굴 때린다는건 상상도 못해봤던 일이예요. 무슨 일이 있었던거예요? 대체 무슨 일이예요? 네?
동재 : (본다)
은혜 : (본다.. 보다가 왜 그러지? 보면)
동재 : 어느쪽이야?
은혜 : 네?
동재 : 동정심이야, 연민이야, 아니면..
은혜 : (본다. 아니면...?)
동재 : (순간 마음에 떠오르는 말.. 거기까진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보며) 뭐냐구 대체.
은혜 : (본다. 보다가) 그냥요. 그냥... (잠시 할 말을 찾다가) 신경이 쓰여서 그래요.
하루가 힘들어보이구, 안쓰러워 보이는게.. 그게 자꾸 신경 쓰여서..
동재 : (찌릿..! 마음 한쪽이 저린다) 신경이.. 쓰인다구?
은혜 : 그래요. 신경 쓰여서.. (자신없는 듯 말끝을 흐리면)
동재 : (빤히 은혜를 쳐다본다. 그 위로)
동재E : 신경이 쓰여.
짧은 플랫쉬-백> 6부 마지막 씬.
은혜 : (? 돌아본다)
동재 : 당신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여.
다시 현재>
동재, 순간 얼굴위로 스치는 씁쓸한 미소. 그렇구나.. 너도.. 그렇게 시작이 되고 있는거구나.
은혜, 그런 동재의 미소를 이해하지 못한 시선으로 빤히 쳐다보더니
은혜 : 정말.. 괜찮은거죠? (하루는...)
동재 : (본다. 보다가) 난.. 괜찮아요.
은혜 : (? 본다)
동재 : 나는.. 괜찮다구.
은혜 : ...!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고 짐짓.. 바라보면)
동재 : 오늘은 못데려다 주겠어요. (애써 한번 미소) 잘가요. (그대로 조용히 돌아서서 들어간다)
은혜 : (본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5. S# 동재의 방.
안으로 들어서는 동재, 조용히 외투를 벗어 한쪽에 던져놓고, 바 앞으로 가서 잔을 집어든다. 들다가 힘없이 내려놓는 손..
갑자기 엄습하는 스크레스로 인한 경미한 현기증.. 잠시 그대로 바를 짚고 선채로 있더니,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듯..
동재 : 괜찮아. 박동재.. 아무일도 없을거야.. 아무일두..
6. S# 저택, 하루의 방. N
어두컴컴한 방안. 침대한쪽에 걸터앉은 하루,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손바닥으로 눈썹부위를 지그시 누르는 모습위로,
동재E : 실패일 리가 없어.
7. S# 저택, 앞. N.
쭉 걸어나오는 은혜, 멈춰서서 건물을 한번 돌아본다. 그 위로
동재E : 사랑일 리가.... 없어.
은혜, 나즉히 한숨, 다시 돌아서서 쭉 화면을 향해 걸어나오는 얼굴에서,
타이틀 “안녕하세요, 하느님! 제 11부”
8. S# 병원 일각.
한쪽에서 쭉 걸어나오는 동재, 조금은 피곤한 표정으로 오다가 멈칫..
저쪽으로 허원장과 함께 쭉 걸어나오는 대여섯명의 중년신사들을 본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서서 허원장과 서로 악수하며 기분좋은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그들..
허원장, 그들에게 짧게 목례를 하면 그 앞으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허원장, 기분좋은 미소로 돌아서다가 그 뒤로 다가서는 동재를 본다.
허원장 : 어! 박동재선생. 마침 잘만났군.
동재 : (엘리베이터쪽으로 시선 한번 준 뒤) 좀 전에 그 분들은 누굽니까.
허원장 : 그렇잖아도 자네한테 그 얘길 하려던 참이었어. (빙긋 웃는 얼굴에서)
9. S# 허원장 사무실.
동재 : (멈칫..! 하는 표정으로) 연구센터를 설립하신다구요?
허원장 : (책상앞에 앉으며) 그래. 전부 해서 백이십억규모의 투자로 설립이 될거야. 정부보조금도 오십억쯤 끌어올 예정이구.
(보며) 자네가 성공한 전극시술을 포함해서 뇌신경개발에 필요한 모든 시스템이 갖춰지게 되는걸세.
연구센터 이름도 벌써 정해놨지. 뇌신경개발센터, “하루”. 어떤가?
동재 : ...! (본다)
허원장 : 다음주 초쯤에 언론에서 이 기사를 다룰거야. 자네와 내 꿈이 이제야 결실을 맺게되는거지. 기쁘지 않나?
(하면서 기분좋게 웃어보이는데)
동재 : 당분간 보류해주십쇼.
허원장 : (? 본다) 이게 또 무슨 찬물 끼얹는소리야?
동재 : 말씀드린대롭니다. 추진하고 있는 모든 사업계획을... 당분간만 보류해주십쇼.
허원장 : 자네의 신중함이 또 발동해버린건가?
동재 : 그게 아닙니다.
허원장 : 아니면. 하루 머릿속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거야? 응? (그저 웃자고 던진 농담같은 분위긴데)
동재 : (대답못한다)
허원장 : ? (본다. 그런 동재의 얼굴을 보더니 일순 웃음기 가시며) 문제가... 생겼나?
동재 : 아직은 뭐라 답을 드릴 상황은 아닙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쇼. 어떻게든.. 해결하겠습니다.
허원장 : (순간 덜컹!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으로 본다. 시선위로)
E. 위이잉! 돌아가는 청소기 소리.
10. S# 병원 복도 일각.
바닥을 닦고 있는 청소기를 따라 틸업하면 장필구다. 열심히 구석구석 청소를 하는데
그 옆으로 다가서서 장필구의 팔을 툭툭 치는 자물통.
장필구, 청소기를 끄고 ? 쳐다본다. 자물통이 가리키는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쪽으로 다급하게 뭔가 자료를 들척이며 빠르게 지나가는 동재, 그 옆으로 연구원1. 심각한 표정으로 따라가고 있고,
그 뒤로 연구원2.3. 주인턴이 이끄는 이동침대위로 누워 있는 하루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머리와 상반신 군데군데에 복잡하게 붙어있는 선들... (분위기상)
하루, 무표정하게 천장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뿐..
그렇게 빠르게 지나쳐서 복도 한쪽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
자물통 : 무슨.. 일이죠?
장필구 : (본다. 조용한 시선으로 보는데서)
11. S# 뇌파실.
누워있는 하루옆으로 기계에서 쭉 뽑아져나오는 뇌파기록들..
동재, 계속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있다. 뭔가 잘 잡히지 않는 듯.
하루, 조용히 시선 옮겨 그런 동재를 물끄러미 본다.
동재, 계속 답답한 시선으로 쭉 들여다보는데서.
12. S# 동재의 사무실.
MRI에서부터 CT촬영한것들을 꽂아놓고 살피는 동재, 대체 어느 부분에서 이상이 생기고 있는지.. 그러나 찾아낼수 없는 듯..
연구원1 : 육안으로 보기엔 간질중첩증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데요 선생님.
동재 : (그의 눈에도 그렇다)
연구원1 : 자극점을 좀 더 높혀볼까요?
동재 : 아니, 일단은 현상태 유지하고, 에드 온 테라피로 토파믹스 백미리에서 이백미리 추가해.
연구원1 : 알겠습니다.
동재 : (그러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블라인드너머로 청소를 하면서 이쪽을 돌아보고 있는 장필구와 시선 마주친다.
동재, 말없이 블라인드를 탁! 닫아버린다.
장필구, 보다가 조용히 시선 거두는데서.
13. S# 어두운 복도. N.
병실밖으로 빠꼼히 고개를 내미는 하루, 진료복(엑스레이 촬영할 때 입는, 원피스처럼 하나로 된 진료복)을 입은채
천천히 밖으로 나온다. 복도 양쪽을 돌아보며
하루 : 여보세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루, 두려운 표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하루 : 동재선생님? 김선생님? 주선생님?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때 쿵! 하면서 복도 저편의 불이 꺼져버린다.
하루, 멈칫.. 돌아본다. 보는데 어둠 저편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하루, 뭔지 모를 공포로 천천히 뒷걸음을 친다.
그러자 다시 쿵! 하면서 중간까지 불이 꺼져버린다.
하루,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그러다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하는 하루,
그 뒤로 계속 복도의 불이 꺼지면서 시커먼 어둠이 하루를 따라온다.
하루 : 동재선생님! 김선생님! 주선생니임!!! (쫓아오는 어둠을 돌아보며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다 쿵! 넘어지는 하루, 온통 얼굴에 땀벅벅이가 된채 돌아본다.
쿵! 쿵! 쿵! 하면서 엄습해오는 어둠.
하루, 공포로 점점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는 순간
하루 : 으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얼굴위로)
쿵! 암전되는것과 동시에.
14. S# 저택, 하루의 방. N.
으아아아!!! 하면서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하루, 온통 식은땀에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돌아보더니
후다닥 일어나 방의 불을 켠다. 주위를 돌아본다. 방이다. 모든게 다 그대로다..
하루, 계속 숨을 몰아쉬며 엄습해오는 두려움 때문에 미칠것같다.
15. S# 저택, 거실. N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오는 하루, 둘러보면 어두컴컴한 거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질 않는다.
얼른 한쪽으로 와서 거실불을 켠다.
하루 : 동재선생님? 김선생님? 주선생님? (돌아본다)
16. S# 회의실. N
하루, 불을 켜고 들여다본다. 아무도 없다.
17. S# 동재의 방. N
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불을 켜면 아무도 없다.
하루, 돌아본다. 여전히 식은땀은 계속 흐르고 뭔지 모를 공포 때문에 숨이 막힐것만 같다.
하루, 덜덜덜 떨리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시선에서.
18. S# 염교장댁, 대문 앞. N.
대문너머로 나타나는 은혜 (집에서 입는 옷에 코트만 걸쳐입은 모습) 빠꼼히 대문 창살사이로 밖을 내다보면
저 계단아래로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하루의 뒷모습이 보인다.
은혜, 그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대문을 연다.
하루가 앉아 있는 그 옆으로 내려와 천천히 쪼그리고 앉는 은혜.
은혜 : 하루야..
하루 : ...
은혜 : 하루야? (하면서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는데)
하루 : (멈칫.. 놀라서 돌아본다)
은혜 : (순간 짐짓.. 놀라는 표정으로 보면)
하루 : (온통 식은땀으로 얼굴이 젖어있고 핏기없이 하얀얼굴)
은혜 : 하루야 너 왜 그래? (하는데)
하루 : (본다. 보다가) 꿈을.. 꿨어.. 아주아주 기분나쁜 꿈.
은혜 : (? 본다)
하루 : 정말.. 드럽게 기분 나쁜꿈이었어. (애써 베식 웃는데 글썽! 눈물)
은혜 : (본다. 보다가 소매끝으로 하루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준다) 들어오지.. 추운데.
하루 : 식구들 자는데 깰깨봐.. (보며) 미안해. 너 자는거 깨워서.
은혜 : (본다. 짐짓 웃는다. 괜찮다) 무슨 꿈이었는데 그래? 꿈에서 내가 죽기라두 했니?
그래서 이렇게 한밤중에 달려온거야? 내가 살아있나 어쩌나 확인할려구?
하루 : (보면)
은혜 : 나두 어렸을 때 그랬던적이 있거든. 자다가 엄마가 죽는 꿈을 꿨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엄마 자는 방에 몰래 들어가 엄마 얼굴에 내 얼굴을 바싹 갖다대고 한참동안 앉아있었던 적두 있었다? 숨을 잘쉬나 안쉬나..
드릉드릉 코 골면서 잘만 주무시더라구. (하면서 씩 웃으면)
하루 : (그 웃음에 안심이 되는 듯 조용히 은혜 어깨에 이마를 기댄다)
은혜 : (? 보면)
하루 : 이제 좀... 살겠다..
은혜 : (본다. 보다가 따뜻한 표정으로 조용히 하루의 등을 다독여주며) 안추워?
하루 : 아니.. 따뜻해.. (그러면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은혜,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계속 토닥토닥 하루의 등을 토닥여 준다.
그 두 사람의 모습에서.
19. S# 동재의 사무실. N.
쿵! 자료들을 책상위로 집어던지면서 털썩 의자에 앉는 동재, 아무리 들여다봐도 답이 안나온다.
머리가 터질것만 같은데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동재, 흘끗 본다. 화면창에 뜨는 이름, “서은혜.”
동재, ? 본다. 시선에서.
20. S# 염교장댁 집앞. N.
다가와 멈춰서는 동재의 차.
전조등을 끈 뒤 차창밖으로 잠시 시선을 주면, 저쪽으로 대문앞 계단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은혜와 하루.
하루는 은혜 어깨에 기대 잠이 들어있고, 은혜는 그런 하루에게 얼굴을 기댄채 앉아 졸고 있는 모습.
그 앞으로 뚜벅뚜벅 다가서는 동재, 말없이 그 두 사람을 바라본다. 보다가 잠시 시선을 돌린다.
(가슴 저 아래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묘한.. 질투의 감정..이랄까?)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을 본다. 보더니.
동재 : (나즉히) 일어나.
은혜 : ...
하루 : ...
동재 : (두 사람을 본다. 보다가 갑자기 하루의 팔을 잡아 일으킨다) 일어나!
하루 : (짐짓.. 놀라서 눈을 뜨고 동재를 본다)
은혜 : (역시 화들짝 놀라서 올려다본다) 동재씨..
동재 : (하루를 보며) 너 여기서 뭐하구 있는거야.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구.
넌 지금 항경련제 복용중이라 감기약조차도 쓸수 없다는거 몰라?
하루 : (본다. 보더니 말없이 동재한테 잡힌 팔을 빼낸다) 알아요. 알고 있어요.
동재 : (화를 누르며) 어서 차에 타.
하루 : (동재를 본다. 보다가 은혜를 돌아본다) 갈께. 고마워.
은혜 : 잘가.
하루 : (동재와 시선 마주치지 않은채 돌아서서 차쪽으로 간다)
은혜 : (그 뒷모습 보면서) 나쁜 꿈을 꿨대요.
동재 : ...
은혜 : 정말 드럽게 나쁜 꿈이었대요. 그래서 왔대요. 그러니까 너무 야단치지 말아요. 네?
동재 : 그만 들어가요. 은혜씨도 감기 걸리겠어요.
은혜 : 저기요 동재씨.. 혹시 하루한테 무슨 일 있는건 아니죠?
동재 : (? 본다)
은혜 : 그냥요, 하루가 좀 이상해보여서요.
동재 : (본다. 보더니 은혜쪽으로 다가선다)
은혜 : (? 본다)
insert1> 차 안.
조수석에 앉은 하루, 짐짓 시선들어 본다.
하루의 시선으로 은혜앞으로 다가서는 동재. 자상한 느낌으로 은혜의 외투를 여며줘가면서.
동재 : 아무일도 없어요. 그냥.. 은혜씨한테 투정부리고 싶어 저러는거예요. 걱정말아요.
은혜 : (본다. 보며 짐짓 웃는다) 그럼 다행이구요.
insert2> 차 안.
동재를 향해 웃어주는 은혜의 얼굴..
그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하루.
동재 : 그만 들어가요. 들어가는거 보구 갈께요.
은혜 : 네. (차쪽을 돌아본다. 하루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하루 : (본다. 짐짓 미소)
은혜 : (동재와 일별한 뒤 돌아서서 올라가면)
동재 : (그제야 하루가 타고 있는 차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루 : (순간 동재의 시선과 마주치자 미소를 쓱 거두며 시선 딴데로 돌린다)
21. S# 동재의 차 안. N
탁! 차에 올라타는 동재, 잠시 아무말없이 하루와 나란히 앉아 있더니.
동재 : 아무말도 하지 말라며.
하루 : ...
동재 : 자꾸 니가 이런식으로 이상하게 굴면 은혜씨 금방 눈치챌지도 몰라. 무슨 말인지 알아?
하루 : ... (대답대신) 찾아냈어요? 어디에 문제가 생긴건지?
동재 : ... (대답대신 차의 시동을 건다)
하루 : (? 돌아본다. 아직 못찾았구나... 쳐다보는것과 동시에)
동재 : (뒤를 돌아보며 차를 후진시켜버리는데서)
22. S# 염교장댁, 은혜의 방.
살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혜, 봉평댁이 깰까봐 다시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이불속으로 들어가는데.
봉평댁 : (돌아누운 채로) 누구냐?
은혜 : (흠짓.. 놀라서 돌아보더니) 뭐가요?
봉평댁 : (계속 뒤모습위로) 즌화와서.. 즌화받구 나갔잖여. 뭐냐? 또.. 그 까칠헌 놈이냐?
은혜 : (본다. 보다가) 아뇨. 하루요. 하루였어요. 나쁜 꿈을 꿨나봐요. 그래서 잠깐 왔었어요.
(하면서 봉평댁을 본다. 차마 동재까지 왔었단 말은 못하고)
봉평댁 : (계속 뒷모습위로) 어여 자라.
은혜 : 네. 주무세요. (표안나는 한숨, 그러면서 눕는다)
봉평댁, 조용히 나즉히 한숨을 내쉰다. 조용히 심난한 시선위로.
허원장E : 어떻게 돼가고 있어?
23. S# 병원 일각.
쭉 걸어오는 허원장과 동재의 모습.
허원장 : 하루한테 생긴 문제.. 해결할 방법이 있겠어?
동재 : 계속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허원장 : 만에 하나.. 이대로 수술결과가 실패로 돌아갈수도 있을 것 같나?
동재 :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허원장 : 뭐, 그렇대도 상관없어.
동재 : (? 허원장을 본다) 네?
허원장 : 상관없다구 했어. 하루머릿속에 무슨 문제가 생겼든 상관없이 나는 뇌신경개발 센터 건립을 멈출 생각이 없다구.
동재 : (순간 멈칫하는 표정으로 멈춰서서 본다. 시선에서)
24. S# 원장실.
소파에 마주 앉아 있는 두 사람.
동재 :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만,
허원장 : 지금 병원 로비에는 오늘도 자네의 수술을 받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설령 하루가 실패작이라고 해도,
제2, 제 3의 하루를 수술시켜서 성공시키면 돼. 알겠나?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출 생각이 없어. 그리 알어.
동재 : ! (보면)
허원장 : 이 문제에 대해 자네하고, 나, 연구원들, 그리고 하루외에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나?
동재 : 장필구선생님께서 대충은 짐작하고 계실겁니다.
허원장 : (멈칫.. 본다. 필구씨도? 보더니) 그 사람은 내가 알아서 해결하지. 자네는 연구원들하고 하루 단속이나 잘 해둬.
절대로 이 문제가 밖으로 유출되지만 않게해.
동재 : 원장선생님.. (하는데)
허원장 : 토 달지마. 이번 한번만 나 하자는대루 해!
동재 : (보면)
허원장 : 다시 한번 말해두지만, 이번 건은 자네하구 나.. 우리 두 사람과 하늘병원의 목숨이 달린 일이야.
한순간만 까딱해도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칠수 있어. 명심하라구. (나름대로 절박한 표정으로 본다)
동재 : (본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으로 바라본다. 시선에서)
25. S# 염교장댁, 주방.
수정, 쓱 국자를 마이크처럼 집어들더니 잔뜩 감정을 잡고서,
수정 : 이름도 몰라유, 성도 몰라아~
봉평댁 : (그 옆에서 젓가락으로 박자맞춰가며 추임새) 그렇지!
수정 : 처음 본 남자품이 얼싸 앵겨
봉평댁 : 좋코!
수정 : 뻘건 등뿔 아래, 퍼런 등뿔 아래, 춤추는 댄서의 순정~ (하는데)
봉평댁 : 어허, 어허, 어허! (맘에 안든다 탁탁탁탁! 젓가락으로 두드려가면서) 그것이 아니구 순저,어,어,어,엉!!!
(심하게 바이브레이션을 넣어가며) 이? 바로 요렇게 목을 꺽어잦혀 들어가믄서 순저어,어,어,엉! 하는디서
바루 이 노래의 묘미가 있다 그 말이여,
수정 : 나는 그거 어려워서 잘 안되는데.
봉평댁 : 그러게 니가 배우기엔 고난이도의 노래라고 안혔냐 내가?
수정 : 그럼 딴거 가르쳐줘봐요.
봉평댁 : 뭐?
수정 : 아줌마 툭하면 필구삼촌앞에서 부르는 노래 있잖아요,
(봉평댁의 제스츄어 흉내내가면서) 사랑사랑 누가 말혔나아, 향기로운 꽃보담 징허다고오~~
봉평댁 : 워따 쥐콩만헌것이 듣는 귀는 있어갖구냥.. 고것은 또 원제 줏어 들어디야? (하는데)
장필구 : 수정아!
수정, 봉평댁, 어? 하고 동시에 돌아보면
주방쪽으로 나타나는 장필구,
수정 : 어? 필구삼촌 어디가요?
봉평댁 : 워딜 가시길래 그렇게 물찬 제비마냥 쪽 빼입구 나가신대유?
장필구 : 누구 좀 만날일이 있어서요.
봉평댁 : 누구유? 여자유?
장필구 : 거 참, 별참견을 다 하십니다, 예?
수정 : 그야 좋아하니까 그렇지 필구 삼촌.
장필구 : (멈칫..? 수정을 보면)
수정 : 몰랐어, 필구삼촌? 봉평댁아줌마가 필구삼촌 무지무지 좋아해.
봉평댁 : (순간 어설프게 입을 틀어막아가며) 워메, 워메.. 야가 낮에 묵은 수제비가 목구녕에 얹혔나,
장선상님앞이서 별 뭇허는 소리가 없네 냥.. 남사시럽게.
장필구 : (흠흠! 하더니) 아줌마랑 집 잘 보구 있어. (돌아서서 나간다)
26. S# 염교장댁, 현관쪽거실.
수정 : (따라나오며) 다녀오세요!
봉평댁 : (같이 고개 내밀며) 다녀오세유우~ (본다. 보다가 장필구 나가자마자) 야! 이 쥐콩만한 기집애야!
수정 : 왜요? 맞잖아요, 아줌마 필구삼촌 허벌나게 좋아하잖아요, 아니예요? (일순 방어하듯 금방이라도 대들 기센데)
봉평댁 : 누가 뭐랴? 잘혔다고.
수정 : 네? (순간 벙찐 표정으로 보면)
봉평댁 : 앞으로도 쭉 그렇게만 밀어달라고, 이? 걍 이뻐해줄텐게. (그러더니 툭툭툭.. 엉덩이 두들겨 주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수정 : (??? 쳐다본다. 왜 저러지? 꿈뻑꿈뻑 쳐다보는 표정에서)
27. S# 바 일각.
들어서는 장필구, 둘러보면
저쪽으로 바 앞에 혼자 앉아 있는 허원장, 장필구를 본다. 짐짓 미소로 손을 든다.
장필구, 허원장을 본다. 시선에서.
(짧은 경과)
마티니 한잔씩 앞에 놓고 앉아 있는 두 중년남녀.
허원장 : 참.. 오랜만이네. 필구씨하구 이렇게 나란히 앉아 술마시는거..
장필구 : (조용히 한모금 마시면)
허원장 : 기억나? 처음 해부실습을 했던 날이었지 아마. 나 의사 못하겠다구 죽도록 취해서 울구 불구, 토하구..
그 땐 무슨 힘이 있어 밤새 그랬는지... 다들 질려서 도망갔는데, 필구씨만 끝까지 있어줬었어. 기억나?
장필구 : 오래된 얘기다.
허원장 : 나한텐 아직두 엊그제 같애.
장필구 : (짐짓 미소.. 그러더니) 하루는 좀 어때?
허원장 : (? 보다가 씁쓸하게 피식 웃으며) 말 돌리는 버릇은 여전하네. (그러더니) 걱정하지 말아요. 하루는 아무 문제 없으니까.
장필구 : (아무 문제 없어? 보면)
허원장 : 아주 사소한 결함이 발견되긴 했지만 크게 문제 될건 없어요. 박동재선생이 곧 잡아낼테니까. 그 친구.. 유능하잖아요.
(보며) 필구씨만 입다물어주면 우린 아무 문제 없다구.
장필구 : (그래? 조용한 시선으로 잠시 쳐다보다가, 시선 돌리며) 먼저 일어나야겠군. 오늘 병원에서 야간작업할게 있어서..
(일어서려는데)
허원장 : 나랑 있는게 불편해요?
장필구 : (멈칫.. 허원장을 보면)
허원장 : 당신.. 그 때도 그렇게 도망쳤었지? 내가 좋아한다 고백했을 때.. 도망치듯이 군대에 들어가버렸잖아.
(보며) 내가 그렇게 싫었니?
장필구 : 그런게 아니야.
허원장 : 아니면?
장필구 : (본다. 보더니) 나한텐 너무 넘치는 사람이었어, 과분했지.
허원장 : 제대하고 돌아와서는 왜 한번도 연락안했어?
장필구 : 그 때 당신은 이미..
허원장 : 알아. 애엄마가 돼있었지.
장필구 : (본다)
허원장 : 그 애물단지 때문에.. 나두 내 인생 참 고단했었어. (한모금 마신다)
장필구 :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잖아. 지금 모습.. 훌륭해. 자부심 가져두 돼. (하는데)
허원장 : 그래? (보며) 그럼.. 다시 시작할수도 있을까 우리?
장필구 : (멈칫.. 본다)
허원장 : 당신 보는 순간부터 쭉 생각해왔었어. 우리 둘.. 다시 시작할순 없을까하구.
장필구 : 당신은 청소부와 어울릴 여자가 아니잖아.
허원장 : 당신이 돌아오면 되잖아. 다시 의사가운을 입으면 되잖아.
우리 병원엔 필구씨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구. 몇번이나 말해야해?
장필구 : (본다. 씁쓸한 기분 아주 짧게 스치더니, 이내 쿨하게) 당신이 청소부인 나를 받아들일수 없는것처럼
나 역시.. 아직도 당신이 과분해.
허원장 : ! (보면)
장필구 : (조용히 계산서 집어들고 일어나 카운터로 간다)
허원장 : (그의 뒷모습을 본다. 왠지 허탈해진다. 시선에서)
28. S# 염교장댁 집 앞. N
뚜벅뚜벅 프레임-인 되는 동재의 구둣발.. 잠시 계단앞에 멈춰섰다가 다시 돌아서서 나간다.
그러다 다시 잠시 되돌아와 멈춰서는 그의 구둣발.
동재, 그 집 대문을 잠시 바라본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에서.
29. S# 집 앞 모퉁이. N
그 때 저쪽으로 작게 흥얼거리며 나타나는 은혜, 손에 귤봉지 하나를 달랑달랑 흔들며 올라오다가 멈칫..
한쪽에 세워진 동재의 차를 본다.
어? 하는 표정으로 다가서다가 저쪽으로 대문앞에 서서 하염없이 그 집을 쳐다보고 있는 동재를 발견하는 은혜,
순간.. 아.. 엄마를 만나보려고 왔구나.
은혜, 본다. 보다가 슬쩍 동재의 차뒤로 숨는다. 잠시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30. S# 염교장댁 거실. N
신문을 보고 있는 염교장, 그 옆에서 숙제하고 있는 수정.
그 옆에서 사과를 깍고 있는 봉평댁, 먹어가며서..
그 위로 울리는 전화벨.
염교장 : (받는다) 네, 하늘본동입니다. 어이구 은혜양, 어쩐 일이예요? 응? 봉평댁? 어어.. 알았어요.
봉평댁 : 왜유? 교장선상님?
염교장 : 은혜양인데, 잠깐 대문앞으로 좀 나와보라는데요.
봉평댁 : (? 본다) 지를유? (쳐다보는 시선에서)
31. S# 염교장댁 집 앞. N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동재,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돌아선다.
그 때 “아이구 추어죽겄는디 나오라 마랴 지랄이랴” 해가면서 꿍얼꿍얼거리며 대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오는 봉평댁,
그 소리에 동재, ?해서 고개돌려 쳐다본다. 순간 멈칫..!
막 계단을 내려서자마다 돌아서던 봉평댁, 동재와 맞닥드리자 순간 우뚝! 걸음을 멈추고 쳐다본다.
너무나 갑작스런 모자상봉에 동재도 봉평댁도 둘 다 서로 아무말도 못한채 빤히 쳐다볼뿐...
insert> 모퉁이 뒤.
그 뒤에서 빠꼼히 눈만 내밀고 쳐다보던 은혜, 벽 뒤로 홱! 돌아앉더니 소리없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아싸!’
좋아하며 다시 빠꼼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본다. 보면.
다시 집앞>
당황하면서 시선 돌리는 봉평댁.
동재, 역시 당혹감으로 어쩔줄 모른채 시선을 피한다.
어색하고 민망한 침묵이 흐르는데, 그 위로
은혜E : 아들이 보고싶은데.. 아들을 만나고 싶은데.. 그 아들이 자길 만나줄지 어떨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면요?
동재, 다시 봉평댁을 쳐다본다.
봉평댁, 계속 어쩔줄 몰라 죄지은 사람마냥 시선을 피하는데.
동재 : (본다. 보다가 먼저) 이 집에... 사십니까?
봉평댁 : (순간 콱! 목이 메인다. 아들이.. 지금 자기한테 말을 걸고 있다)
동재 : (감정 최대한 누른채 겨우) 이 집에.. 사십니까?
봉평댁 : (눈도 못마주친채 겨우) 예.. 예에..
동재 : (아프다)
봉평댁 : (흘끔 한번 보며) 누굴.. 찾아오셨대유?
동재 : (본다. 당신이요.. 내 엄마요.. 하지만 말은 못한채 잠시 간격을 두더니) 서은혜씨... (보며) 있습니까?
봉평댁 : (슬쩍 또 한번 눈길 주더니) 아적.. 안왔는디.
동재 : 그렇군요.. (당신.. 왜 이렇게 초라한거야?)
봉평댁 : (계속 어쩔줄 몰라하면서 시선 피하면)
동재 : (그 모습을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 알겠습니다. 그럼.. (그대로 돌아서는데)
봉평댁 : (순간 얼른 동재를 쳐다보며) 저기...
동재 : (멈칫.. 멈춰서면)
봉평댁 : (급한 마음에 일단 불러놓긴 했는데..잠시 할말을 찾다가) 저기..그러니께.. (할말 생각하다가 겨우) 누구라구 할깜유?
은혜 오믄.. 누가 왔었다구 할까유?
동재 : (순간 울컥! 치밀어오른다. 겨우 누르고, 또 누르더니) 제 이름은... (누르려고 애쓰며) 박동잽니다.
봉평댁 : (시큰해져서...) 예에.. 그렇구만유. 동재.. 박동재씨... (우리 동재..)
동재 : (순간 미칠것같은 기분에 다시 소리없는 울컥...!)
그러더니 그대로 차 있는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봉평댁,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움찔! 하면서 가버리는 아들을 향해 한두걸음 같이 따라나서다가 멈칫.. 멈춰서서 본다. 보면
그대로 차에 올라타는 동재, 탁! 문을 닫아버린다. 시동을 걸어버린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사이드밀러로 시선 주면
저 뒤에서 오지도 못하고, 부르지도 못한채 쳐다보는 봉평댁의 모습..
젠장...! 미쳐버리겠다 증말!
그러더니 그대로 기어를 바꾸고 차를 출발해버리는 동재.
insert> 모퉁이 뒤, 멀어지는 차를 돌아보는 은혜. “아우 저 바보...” 하며서 쳐다본다. 그러다 대문쪽을 돌아보면
다시 대문앞>
봉평댁, 순간 맥이 탁 풀린 듯 힘없이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는다.
은혜, 멈칫.. 봉평댁을 보더니 얼른 그 앞으로 달려간다.
은혜 : 아줌마! 괜찮아요? 아줌마..! (쳐다보면)
봉평댁 : (반은 넋나간 사람마냥, 반은 시큰.. 해져서) 차암.. 잘컸다.
은혜 : (? 본다)
봉평댁 : 참말로 잘컸네... 우리 동재.. (하는데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은혜 : (본다. 마음이 짠해서 그런 봉평댁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32. S# 달리는 차 안. N
운전을 하는 동재, 꾹 다문 입, 참아보려고 할수록 점점 붉어져오는 두 눈..
음악을 있는대로 크게 틀어버린다. 시끄럽게 쿵쾅거리는 음악..
자꾸만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릿해져 온다.
손바닥으로 눈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고... 그럴수록 점점 복받쳐오는 듯 그러다 갑자기 핸들을 꺽어 길 한쪽에 차를 세운다.
세우더니 차 부감위로 으아아아아!!!! 질러버리는 동재의 맺힌 고함소리에서.
33. S# 복도. N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그 엘리베이터 벽에 피곤하고 지친 듯 서 있는 동재, 고개들어 층수를 확인하더니 천천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선다.
한쪽에서 걸어오던 연구원1.2.3., 그리고 주인턴, 동재를 본다.
연구원1 : 아! 지금 들어오십니까 선생님.
동재 : (쭉 걸어오면)
일제히 : (동재 옆으로 따라온다)
연구원1 : 오늘 하루 뇌파기록 다시 뽑으려구 스케쥴 잡아놨습니다. DTI도 오늘 저녁 다시 재촬영 잡아뒀구요.
동재 : (표정없이) 하루는 지금 어딨나.
34. S# 동재의 사무실. N.
달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하루, 아무도 없이 어두컴컴한 빈 사무실.
하루, 잠시 돌아보다가 도로 나가려는데 멈칫.. 그의 시선을 끄는 무엇!
다시 고개 돌려 한쪽을 쳐다보면 동재 책상너머 벽 한쪽에 불어있는 MRI사진. 거기에만 환하게 형광등이 들어와 있다.
하루,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서서 바라본다. 한참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에서
35. S# 연구원 사무실 안. N
문 열고 들어오는 동재와 연구원들, 들어서다가 멈칫..
동재의 사무실에 흐릿하게 켜져 있는 불빛을 본다.
연구원1 : 누구지?
주인턴 : 어? 하루씨.. 같은데요. 벌써 도착했나?
동재, 천천히 사무실쪽으로 다가선다.
블라인드 너머로 자신의 MRI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하루의 뒷모습..
36. S# 동재의 사무실. N
동재가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도 하루, 전혀 알아채지 못한채 서서 자신의 MRI사진을 보고 있다.
그 뒤로 따라 들어서는 연구원1.2.3., 그리고 주인턴.
동재 : 뭘 그렇게 보고 있어?
하루 : (짐짓 반쯤 고개 보다가 다시 시선 MRI쪽으로 돌리더니) 제 머릿속이 이렇게 생겼군요.
동재 : (본다. 보더니 책상쪽으로 다가가 자료들을 챙기며) 김선생이 기다리고 있어.
오늘 저녁안으로 검사할게 두가지나 되니까 서둘러.
하루 : 두정엽에 전극을 심으셨군요.
동재 : (귀찮다. 무심하게) 그런데.
하루 : 근데 두정엽은 운동영역과 근접해있기 때문에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더 높지 않나요?
동재 : (멈칫.. 고개 들어 하루를 본다)
연구원들 : (일제히 ? 하루를 보면)
하루 : 오히려 전두엽쪽이 인지기능을 총괄하기 때문에 그 쪽을 자극하는게 지능향상에 도움도 되고,
경련발작의 위험도 덜했을텐데..
동재 : 아직까지는 두정부가 집중력의 중심센터로 인증되고 있고, 최근까지 펑셔널 MRI (functional MRI)상에서도 입증되고 있어.
하루 : 집중력만 향상시킨다고 지능이 향상되는게 아니잖아요. 인지기능이 향상돼야 집중력도 향상되는거.. 아닌가요?
동재 : (순간 표정 쎄해져서 하루를 본다)
연구원들 : (역시 조금은 놀란 표정들로 동재와 하루를 번갈아 보더니)
연구원1, 얼른 눈짓으로 나가자는 신호.
연구원2.3. 그리고 주인턴 연구원1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
37. S# 연구원 사무실. N
일제히 빠져나오듯 동재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연구원1.2.3. 주인턴.
문을 닫자마자 일제히 궁금한 듯 블라인드 너머로 쳐다보면.
38. S# 다시 동재의 사무실. N
동재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하루 : (돌아본다. 보더니) 동재선생님의 수술은.. 잘못된거였어요.
동재 : ! (본다)
하루 : 피질이형성증에 전기자극까지 더했으니 간질중첩증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건 당연하잖아요.
동재 : (본다.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은척 아무 자료나 집어들어 보며) 그렇게까지 낙담할건 없어.
아직 발작을 일으킨것도 아니고, 뇌에 큰 이상이 온것도 아니니까.
하루 : 시간이.. 얼마나 남은거죠?
동재 : (멈칫..! 자료들로 시선 고정한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위로)
하루 : 일년..? 이년..?
동재 : (대답하지 못한다)
하루 : 내가 발작을 일으키게 되면, 그 땐 아주 가망이 없게 되는건가요?
동재 : 누가 가망 없대? 난 가망없단 소린 입밖에 꺼내지도 않았어. 앞서가지마.
하루 : 머리가 좋아진 속도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빠르게 퇴화될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동재 : (멈칫.. 그 말에 하루를 본다)
하루 : 이개월..? 최소한 한달은 버틸수 있겠죠? 그렇죠?
동재 : 김빠지는 소리 하지 마. 절대 그런일은 없어. 나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아. 절대로 실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거야.
하루 : 자꾸 그렇게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사실을 얘기해주세요! 당신 의사잖아! 내 인생, 내 목숨.. 내 시간이 걸린 일이라구.
어떻게 될건지 정도는.. 미리 나한텐 얘기해주는게 예의잖아. 그게 의사로서 최소한의 도리고 양심이잖아! (하는데)
동재 : 몰라!
하루 : 뭐라구요?
동재 : 니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몰라! 대체 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해! 머리가 터져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라구!
그저 최악의 상황만 되지 않도록 최선만 다하고 있을뿐이야. 됐어?
하루 : (쿵..!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으로 동재를 보면)
동재 : 이제 속이 시원하니? 내가 이렇게 속수무책이라는걸 알구 나니까 니 속이 좀 후련해? 어?
하루 : (절망으로 동재를 본다)
동재 : (뭔지 모를 분노로 노려보다가 젠장..! 또 참지 못했다! 시선 돌려버리면)
하루 : (본다. 잠시 그렇게 빤히 쳐다보더니 겨우 갈라진 음성으로) 고마워요.
동재 : ? (하루를 본다)
하루 : 당신한테서.. 직접 듣고 싶었어요.
동재 : ! (보면)
하루 : 고마워요. (그러더니 그대로 힘없이 동재를 지나쳐 나간다)
동재 : (젠장..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꾹 움켜쥔다. 미치겠다 증말! 돌아보면)
39. S# 병원, 긴 복도. N
천천히 걸어나오는 하루, 두 눈에 점점 눈물이 고여온다.
그 뒤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쫓아나오는 동재.
동재 : 하루야!
하루 : (쭉 걸어온다)
동재 : 하루야 거기 서!
하루 : (멈추지 않고 쭉 걸어온다)
동재 : (쫓아오며) 방법을 찾아낼거야! 내가 널 똑똑하게 만들어놨던것처럼 내가 널 아무 문제 없게 고쳐놓을거야! 날 믿어!
하루 : (두 눈에 점점 눈물이 가득 고여간다. 쭉 걸어온다)
동재 : 내 말 듣고 있어? 내가 널 고쳐놓을거라구, 내가아!
하루 : (끝까지 듣지 않은채 계속 쭉 걸어가버린다)
동재 : (그 뒤로 쳐진채 멈춰선다. 서서 멀어지는 하루를 본다. 보더니) 두고봐. 내가 널.. 고쳐놓을테니까..
절대루 난.. 실패하지 않아. 실패.. 안한다구. (순간 치미는 감정에 어금니 꾹 다물며 멀어지는 하루를 본다. 시선에서)
그런 동재를 뒤로한채 쭉 걸어나오는 하루,
하루Na : 멈춰설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얼마나 나를 기다려줄지 알수 없었기에..
40. S# 커피전문점 전경 N.
은혜E : 내일 뵙겠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은혜, 걸어나오는데
그 길 건너편에 서서 밖으로 나오는 은혜를 바라보는 하루,
하루Na : 그녀가 얼마나 나를 기다려줄지 알수가 없었기에..
은혜, 한쪽으로 걸어오는데 그 앞으로 다가서는 표사장일행.
표사장 : 으따! 은혜야! 발써 퇴근허냐? 우리 시방 이브닝커피 한잔 하고 갈 참인디.
은혜 : 저는 이미 업무시간 끝났거든요? 다음에 봐요. (하면서 지나쳐서 가면)
표사장 : 으따, 지집애, 으리도 없이 기냥 가는것좀 봐라 냥. (픽.. 한번 웃어버린뒤 돌아서다가 멈칫.. ?해서 길건너편을 본다)
길건너편에 서 있는 하루, 곱지 않은 시선으로 표사장을 보고 있다. 서늘한 시선으로 본 뒤 돌아서서 은혜가 가는쪽으로 가버리면
표사장, 그런 하루를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본다. 시선에서.
41. S# 거리 N
은혜 쭉 걸어온다. 그 뒤로 따라 걸어오는 하루,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은혜, 가게앞에 서서 옷도 구경하고, 길거리에서 군것질도 해가면서,
거리를 두고 은혜의 모습을 지켜보는 하루, (짧은 몽타쥬 느낌으로 스케치하듯이)
그러다 은혜 무심코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듯 하자 하루, 재빨리 한쪽에 숨는다.
하루,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내밀고 보면 어? 은혜의 모습이 없다.
하루, 재빨리 길 한복판으로 나와서 은혜를 찾는다.
어딨지? 이리저리 찾으며 잠시 서 있는데 그 때 뒤에서 나타나는 은혜, 하루를 본다. 혼자 픽 웃는다.
웃더니 쪼르르 달려오더니 눈을 가린다. 하루, 멈칫.. 그대로 멈춰선다.
하루Na : 뒤돌아볼수가 없었습니다.
은혜 : (목소리 굵게) 누구게~!
하루 : ....
은혜 : (? 본다 보다가 목소리 굵게) 누군지 알아맞춰보라니까안~!!
하루 : .... (대답하지 못하는 위로)
하루Na :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 이름을 부르면.. 눈물이 나올거 같아서..
은혜 : 짠! (손을 떼더니) 나야, 나! 이 바보야아. (흐~ 웃는다)
하루 : (한번 꾹 감정을 누른채 돌아본다. 짐짓 미소를 짓는다. 아프다)
은혜 : 길 한복판에 서서 뭐하구 있었냐?
하루 : 그냥. (사실은 나 아파 은혜야)
은혜 : 저녁은.
하루 : 아직. (마음이.. 너무 아파 은혜야)
은혜 : 그래? 가자. (다짜고짜 앞장을 선다)
하루 : (은혜를 본다)
은혜 : (가면서 돌아본다) 뭐해? 빨리 와!!!! (다시 씩 웃는데서)
42. S# 닭갈비집. N
지글지글 맛있게 읽어가는 춘천닭갈비. 거기에 막국수까지!
은혜, 푸짐하게, 맛있게 먹는다.
하루, 맞은편에 앉아서 은혜가 먹는걸 물끄러미 바라본다.
은혜 : 왜 안먹어? 어서 먹어. 자.. (하면서 하루 앞접시에 가득 담아준다)
많이 먹구, 튼튼해야 공부도 더 잘하구. 더 훌륭한 사람 되는거야.
하루 : (은혜를 본다)
은혜 : 내가 쏘는거니까 하나도 남기지 말구 다 먹어. 어?
하루 : 어. 다 먹을께. (그러면서 은혜가 담아준거 한입가득 먹는다. 웃는다)
은혜 ; (씩 웃으면서 그런 하루를 본다. 이것도 먹어봐 놔줘가면서 먹는다)
한사람은 진짜 맛있어서, 또 한사람은 맛있는척 먹는 모습.. 그 위로.
하루E : 은혜야. 넌 이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아?
43. S# 버스 정류장 N.
나란히 앉아 있는 은혜와 하루.
은혜 : (? 하루를 돌아본다)
하루 : (돌아보며) 뭐가.. 제일 좋아?
은혜 : (본다. 보다가 조금은 쑥스럽게 씩 웃더니) 돈. (슬쩍 시선 돌리며) 알면서 왜 또 물어.
하루 : 돈 생기면.. 뭐가 젤 하구 싶은데?
은혜 : 응? (하루를 본다. 보다가) 글쎄에.. (생각하더니) 일단 표사장아저씨 빚부터 갚아야지.
하루 : 그리구?
은혜 : 아, 교장선생님 허리 아프시다 그러든데.. 물리 치료기 하나 사줄까?
장선생님 일차두 되게 고물이던데.. 것두 바꿔줘버릴까? 응? (웃는데)
하루 : 넌?
은혜 : (? 본다)
하루 : 넌 돈이 생기면 넌 뭐가 젤 하구 싶은데.
은혜 : 글쎄. 거기까진 별루 생각안해봤는데.. 음.. (생각해보면서) 그냥 맛있는거 실컷 사먹구, 예쁜옷도 실컷 사입구,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기타등등 기타등등. (흐.. 생각만 해도 신나는 듯 웃는데)
하루 : 만약에 말야...
은혜 : (응? 하고 돌아보면)
하루 : 니가 살수 있는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넌 뭘 하구 싶어?
은혜 : (? 본다)
하루 : 너한테 남은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뭘 제일 하구 싶냐구.
은혜 : 음... (다시 또 생각해본다) 난 그냥 오늘처럼 살구 싶어.
하루 : (? 본다)
은혜 : 나 있지. 요즘 참 편해. 교장선생님이랑, 수정이랑, 장선생님.. 물통형님까지 너무 좋아. 봉평댁 아줌마두 정이 많이 들었구.
어제는 나 커피잔 한 개두 안깨먹었다. (신나서 씩 웃더니) 내가 바라던 로또당첨도 없구, 대박두 없지만..
그래두 예전에 쫓겨다니구 쪼들릴 때랑 비하면 완전 천국이야.
하루 : (그런 은혜를 보면)
은혜 : (보며) 그러는 넌? 니가 살수 있는 시간이 하루뿐이라면.. 넌 뭘 하구 싶은데?
하루 : (그 말에 순간 가슴 한쪽이 쩌릿.. 아프다. 시선 돌리며) 글쎄. 생각중이야.
나한테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면 뭘 할까. 뭐가 제일 하고싶을까..
은혜 : (그런 하루의 표정이 왠지 싸하게 전해져온다. 보는데) 하루야.. 너 정말 별 일 없는거지?
하루 : (그 말에 본다. 미소) 없어. (그러다가 은혜 뒤쪽을 보더니) 어? 버스 온다.
은혜 : (? 돌아보면)
와서 멈춰서는 버스.
자리에서 일어서는 은혜, 따라 일어서는 하루를 돌아본다.
은혜 : 그럼.. 갈게 하루야.
하루 : 응.
은혜 : (묘한 아쉬움으로 한번 본 뒤, 얼른 버스쪽으로 달려간다)
하루 : (본다. 바라보는데 그 때 순간)
덜덜덜 손이 또 떨려온다.
하루, 멈칫.. 놀라서 손을 내려다본다. 보다가 얼른 고개들어 보면
버스에 올라탄 은혜, 손잡이를 잡고 서서 하루를 내다본다.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하루, 최대한 표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저 빙긋 웃어줄뿐.
부웅! 출발해서 멀어지는 버스.
44. S# 버스 안. N
버스 창문밖으로 멀어지고 있는 하루.
은혜, 끝까지 안보일때까지 쳐다본다. 그러다 의자에 털썩 앉는다.
그러자 옆에 앉았던 아줌마.
아줌마1 : 남자친군가보네?
은혜 : 네? (보면)
아줌마1 : 둘이 아주 잘 어울리네에.
은혜 : 아.. 아니예요 그런거.. (괜히 쑥스러워 고개 돌리는데, 계속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표정에서)
45. S# 다시 정류장 N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 하루, 덜덜덜덜 계속 떨려오는 손.
그 손을 꼭 잡은채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하루, 잠시 숨을 몰아쉬면서 꾹 누르자 천천히 떨림이 멈춰온다.
순간 또 다시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하루, 잠시 그대로 숨을 죽이고 있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찾아꺼낸다.
<급한 돈 빌려드립니다> (10부에서 표사장이 줬던 그 명함이다)
말없이 바라보는 시선... 조용히 손안에 꾹 쥔채 고개돌려 돌아본다.
은혜가 탄 버스는 보이지도 않고... 그렇게 다시 혼자 텅빈 정거장에 남겨진 하루의 모습에서 길게 주다가.
46. S# 염교장댁 앞. N
한쪽에 차를 세워둔채 기대 서 있는 동재의 옆모습.
그 쪽으로 기분좋게 프레임-인 되던 은혜, 동재를 보고 멈칫.. 멈춰선다.
순간 은혜의 얼굴에서 살짝 사라지는 웃음기.. 천천히 동재쪽으로 다가선다.
은혜 : 동재씨.
동재 : (그제야 짐짓 고개를 들어 은혜를 본다. 조금은 피곤한 표정으로 본다)
은혜 : (보며) 어디.. 아파요? 얼굴이 피곤해보여요.
동재 : 그냥.. 잠을 좀 못자서 그래요. 늦었네요. 누구 만나고 오는 길이예요?
은혜 : 네? 아... (순간 자기도 모르게 시선 피한다)
동재 : 하루 만났어요?
은혜 : (찔리는 듯 한번 베식 웃더니) 길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진짜 우연히요.
동재 : (본다)
은혜 : 근데요, 저녁만 같이 먹구 금방 헤어졌어요. 진짜루요.
동재 : (본다)
은혜 : (괜히 둘러대든) 아우 알아요, 걱정말아요. 하루한테 방해안되게 할께요. 피해 안가게 한다구요,
오늘은 정말 우연히 만난거였어요, 그래서 저녁만 잠깐 먹구.. (하는데)
동재 : (말없이 은혜를 꼭 안는다)
은혜 : (멈칫...)
동재 : 그만 말해요. 조용히 입다물구.. 그냥 가만히 있어요.
은혜 : (잠시 있다가, 그대로 동재의 팔을 밀어내려는데)
동재 : (더 꼭 안아버린다)
은혜 : 동재씨..! 여기 집앞인데.. 식구들이 볼지도 모르는데..
동재 : 나요.. 지난 사일동안.. 두시간도 제대로 못잤어요.
은혜 : (? 동재를 본다)
동재 : 아무리 잘려구 해두.. 잠이 안와요. 지금 나.. 아주 많이 피곤하다구요. (대답없자) 내 말.. 듣구 있어요?
은혜 : 네.
동재 : 그래서 왔어요.. 그러니까.. 다른 말, 다른 사람 얘긴 하지 말자구요. (그러더니 그대로 은혜를 꼭 안은채 눈을 감는다)
은혜 : (밀어내던 손..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내린다.)
그 두사람에서.
47. S# 커피전문점 앞. N
멀리 보이는 커피전문점 그 앞으로 쓱 프레임-인 되는 하루의 옆모습.
하루, 조용히 고개 돌려 그 쪽을 본다. 유리창안으로 사내1,2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표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하루, 표정없이 한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48. S# 병원 로비 일각. N
빠꼼히 고개를 내미는 민주, 슬쩍 주위를 살피는데
저쪽으로 뒤늦게 퇴근하는 허원장과 배웅나오는 의사들의 무리. 로비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면
민주, 그제야 슬그머니 한쪽으로 나온다. (손에 들린 앙증맞은 찬합통)
민주, 그대로 한쪽으로 쪼르르 달려가면.
출입문앞에서 멈춰서는 허원장, 따라나온 의사들을 돌아보며
허원장 : 나올거 없어요. 날도 추운데..
의사들 : (일제히) 안녕히 들어가십쇼. (인사하면)
허원장 : 그래요. 수고들 합시다. (하면서 돌아보다가 멈칫..)
인사하는 의사들 뒤쪽으로 시선이 간다. 로비를 가로질러 저쪽으로 멀어지는 민주의 뒷모습을 본다.
허원장, ? 쳐다보는 시선에서.
49. S# 휴게실. N
짠! 올려놓는 귀여운 찬합통.
자물통 : 이게, 뭐예요, 민주씨?
민주 : 김밥이요.
자물통 : (? 보면)
민주 : 근데요, 흉보진 마세요. 제가 원체 음식 솜씨가 없어놔서..
자물통 : (본다. 보다가 뚜껑을 열어본다)
정말.. 처참하리만큼 울퉁불퉁한 김밥. (자르지도 않은채)
민주 : 희한하게 자꾸 옆구리가 터지구.. 칼로 썰라 그러면 속에 넣은게 다 쏟아지구.. 그래서 안썰구 통째 말아왔어요.
자물통 : (감동한 표정으로 그저 보기만 하면)
민주 : 드시기 곤란하면.. 그냥 가져가구요. (하면서 뚜껑 닫으려는데)
자물통 : (얼른 그 손을 꼭 잡으며) 아닙니다! 곤란하다뇨.. 이 귀한걸... 어떻게 제 입에 넣나 황송하구.. 고마워서..
민주 : (그 말에 멈칫.. 자물통을 보면)
자물통 : 저는요, 하루에도 열두번씩 허벅지를 꼬집어봐요.
민주 : 왜요?
자물통 : 이게 꿈인가 생신가.. 나같은게 정말.. 민주씨같은 사람을 만나도 되는건가. 고마워요,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서.
민주 : (본다. 따뜻하게 베식 웃는데)
허원장E : 그 손 놓지 못해!
목소리에 민주와 자물통,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면
허원장, 도저히 용납이 안되는 표정으로 그 둘을 보고 있다.
민주, 멍한 표정(이게 놀란 표정이다)으로 허원장을 빤히 본다.
자물통, 민망한 듯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면.
그 때 한쪽에서 나타나는 장필구, 멈칫.. 그들을 본다. 시선에서.
50. S# 원장실. N
안으로 들어서는 허원장. 그 뒤로 잔뜩 주눅든채 쫓아들어오는 민주, 흘끔 허원장을 보면
허원장, 홱! 민주를 째려본다.
민주, 찔끔.. 양어깨를 잔뜩 추스린채 고개를 푹 숙인다.
허원장 :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엄마 병원에서, 그것도 로비 한복판에서 그것도 청소부랑!
민주 : ...
허원장 : 너 엄마 창피주기로 작정했니? 엄마 얼굴에 먹칠하기로 발벗고 나섰어?
민주 : 그게 아니구요..
허원장 : 왜 하필 그런 남자야! 왜 하필 엄마 병원 청소부냐구, 왜 하필!!!
민주 : 하필 그 남자니까요 엄마.
허원장 : (멈칫.. 본다)
민주 : 하필 그 남자가 절 좋아해줘서요. 하필 그 남자가 저한테 따뜻하게 해줘요.
허원장 : 뭐야?
민주 : 엄마 딸루 태어나서 이 날 이때껏 항상 부족한딸로 모자란딸로 눈총받고 주눅들며 살았어요.
못난이, 팔푼이, 애물단지.. 엄마 빽으루 인생 공짜로 버티는 애.. 그래서 난 정말 내가 되게되게 못난줄 알았어요.
허원장 : 그런데!
민주 : 그런데, 그 남자를 만나면서부터 생각이 바뀔라구 그래요. 혹시 나도 조금은 괜찮은 여자가 아닐까.. 하구요.
허원장 : (기가 막힌다)
민주 : 하필 그 남자라서.. 엄마한텐 정말정말 죄송하지만.. 하필 그 남자라서 저는 좋은거예요 엄마. (눈물이 글썽..해서 보면)
허원장 : 미쳤구나 너. 미쳐두 단단히 미쳤어 아주.
민주 : 엄마...
허원장 : 안돼, 용납못해, 내 자존심이 절대 허락 못해!
민주 : 하지만 엄마..
허원장 : 시끄러! 너 저 사람 기어코 병원에서 짤리는 꼴 보구 싶어?
민주 : (멈칫! 드디어 최악의 말이 나왔다! 울먹.. 입을 꾹 다문채 보면)
허원장 : 너 엄마, 한다면 한다는거 알지?
민주 : (꾹 입을 다문채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허원장 : 한번 맘먹으면 얼마나 모질어지는지두 알지?
민주 : 알아요.. (하는데 또 울컥..! 다시 입을 꾹 다물면)
허원장 : 조용히 정리해. 안그러면 그 불쌍한 사람, 너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몰라. 알았어?
민주 : (본다. 고개 숙인다)
허원장 : 왜 대답이 없어! 알았어, 몰랐어!
민주 : (고개를 끄덕인다) 알아요... (훌쩍..!)
허원장 : 울어?
민주 :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뇨.. (하더니 또 훌쩍..)
허원장 : (본다. 보더니 가방에서 손수건 꺼내 내민다) 코풀어! 듣기싫어.
민주 : (받아서 흥! 풀면)
허원장 : (증말 속상해서 시선 돌리는데서)
51. S# 복도 일각. N
한쪽에서 서성이는 자물통, 아, 진짜 속타서 죽겠는 표정.
장필구, 한쪽에 서서 그런 자물통을 보는데
그 때 달칵!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허원장.
자물통, 멈칫.. 허원장을 보더니 슬쩍 시선 떨군채 어쩔줄 몰라한다.
완전 무시하는 눈빛으로 쏘아본뒤 지나쳐오다가 멈칫.. 장필구를 본다
장필구, 조용한 시선으로 허원장을 보면
허원장, 그대로 차갑게 장필구를 지나쳐간다.
그 뒤로 잔뜩 고개 숙인채 따라나오는 민주, 자물통과 시선 마주친다. 훌쩍.. 눈물 그렁그렁한채 쳐다보면
그 모습에 순간 자물통 가슴이 찢어진다. 같이 울먹..!해서 쳐다보면
허원장 : (저만치서 돌아보며) 뭐해!
민주 : (화들짝 돌아보더니 얼른 자물통과 일별한 뒤 따라간다)
장필구 : (그런 자물통을 돌아보면)
자물통 : ...! (그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시선에서)
52. S# 다시 휴게실. N
민주가 싸왔던 김밥찬합앞에 앉는 자물통, 잠시 바라보더니 집어먹기 시작한다. 훌쩍.. 훌쩍..
자물통 : 맛있어요, 민주씨.. 정말...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김밥이예요.
훌쩍! 훌쩍!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가며 먹는다. 그 뒷모습에서.
53. S# 저택, 하루의 방. N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안. 소리없이 조용히 책상서랍을 열면
그 안에 들어있는 목걸이케이스 (10부에서 하루가 주려다 못준)
그 목걸이케이스를 집어드는 하루의 손. 조용히 뚜껑을 열어본다. 그 안에 들어있는 바람개비 목걸이..
가만히 손가락으로 그 목걸이를 한번 만져본다. 그리고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다.
책상에 걸터앉아 창밖을 돌아보는 하루의 모습,
dis. 되면서 (아침)
하루의 모습은 사라지고, 텅빈 방안에 창가의 커튼만 흔들거리고 있다.
54. S# 저택, 회의실.
쿵! 문을 열고 뛰어들어오는 주인턴.
주인턴 : 선생님! 선생니임!!!!
모여서 회의준비를 하고 있던 동재와 연구원1.2.3. 일제히 돌아본다.
동재 : 무슨 일이야.
주인턴 : 하루씨가.. 없습니다.
동재 : (? 보면)
주인턴 : 시간이 늦었는데두 계속 안내려와서 올라가봤더니요, 책상에 이런게 남겨져 있었습니다. (하면서 메모를 내민다)
동재 : (받아본다. 순간 안색이 확! 변해버리고 마는데서)
55. S# 커피전문점.
탁! 바닥으로 떨어지는 마대손잡이.
그 앞에 서서 멍한 표정으로 쪽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은혜,
동재 : 어제 하루 만났을 때 아무 얘기 못들었어요?
은혜 : (고개를 가로젓는다)
동재 : 이상한 낌새같은것도 못느꼈구요?
은혜 : (고개를 가로젓는다. 동재를 본다) 병원에두 없나요?
동재 : 없어요. 장선생님한테도 연락이 없었던거 같아요.
은혜 : 대체.. 어딜 간거죠? (하는데)
곽점장 : (뒤에서) 저기...
은혜/동재 : (보며)
곽점장 : 혹시 서은혜씨 찾아오던 그 이쁘장한 청년이라면.. 어젯밤에 카페에 들렀었는데.
동재 : 좀 더 자세히 얘길 해주시겠습니까?
곽점장 : 그러니까요, 그게.. (하면서 출입구쪽을 돌아보는 위로)
E. 딸랑.. 출입문 여는 소리와 함께
동재와 은혜, 동시에 출입구쪽을 돌아보면
56. S# 회상> 어젯밤의 커피전문점. N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하루.
곽점장 : 어서오세요! (하다가 하루를 알아보고) 어? 서은혜씨 아까 아까 퇴근했는데요?
하루, 표정없이 카페안을 돌아보면 저쪽 창가에 앉아 있는 표사장과 사내1.2.
표사장, 하루를 보더니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하루, 본다. 그 앞으로 다가선다. 곽점장, ? 본다. 시선에서.
표사장 : 뭔일이여? 하루청년이 나헌티 전활 다하고, 워디. 급헌돈 필요헌일 있는가?
하루 : 은혜가 갚을 빚이 전부해서 일억팔천구백구십오만원.. 맞습니까?
표사장 : 그것은 은혜으 계산법으루다 계산혔을적이 야그고. 우덜의 계산법으로 보자면 말이여, 것보담 쫌 많은디?
하루 : 다해서 얼맙니까?
표사장 : (흘끗 보더니) 워디보자. 2억 띵가묵고 이자 한푼 못받은채로 3개월이 지났응게, 연체이율로 월금리 20%를
복리로 적용혔을시, 3억 3천 일백이십만원. 그 중에 천만원이랑 5만원을 빼면,
하루 : 3억 2천 백 15만원인가요?
표사장 : 그라지 그라지. 으따 계산 빠르네이. 거따가 은혜 쫓가댕기느라 섬구석까지 찾아갔던 뱃값허고,
서울 춘천간 왕복 기름값에, 각종 부대비용및 출장비까정 얹으면 허벌나게 액수가 늘어날테인디..
(하다가) 근디 그런 속사정을 워찌 자네가 알라고 허는가?
하루 : (본다. 보더니) 그 돈.. 내가 갚아드릴께요.
표사장 : (? 본다)
하루 : (진지한 시선으로 마주보면)
표사장 : (순간 픽! 웃음이 터진다)
사내1.2. : (덩달아 옆에 서서 픽 웃으면)
표사장 : (쯧! 웃지 말라는 듯 흘기면)
사내1.2. : (얼른 웃음을 거둔다)
표사장 : (하루를 다시 쳐다보며) 아나, 젊은 동상, 그 삼억하고도 이천 일백 일십 오만원은 말이여.
생각보다 무쟈게 큰돈인다 그 말이시,
하루 : 갚겠다구요 그 돈. 내가.. 다 갚아드리겠다구요.
표사장 : (본다. 순간 장난기가 싹 가신 표정으로 보며) 시방 장난하는가?
하루 : 제가 지금 장난하는것처럼 보입니까?
표사장 : (본다. 순간 천천히 느긋한 표정으로 등받이에 기대며 그려? 쳐다보면)
하루 : (본다. 진심어린 표정으로 똑바로 쳐다보는데서)
57. S# 커피전문점 안.
탁! 앞치마 풀어서 던지더니 외투들고 가방들고 나가버리는 은혜,
곽점장 : 어? 서은혜씨!
동재 : (? 돌아보면)
58. S# 커피전문점 앞 거리.
사람들 사이로 쭉 걸어나오는 은혜, 그 뒤로 쫓아나오는 동재.
동재 : 어디가는거예요.
은혜 : 하루 찾으러요.
동재 : 표사장인지 뭔지 하는 사람 연락처 알아요?
은혜 : 몰라요.
동재 : 그런데 어떻게 찾으러가겠다는거예요.
은혜 : 몰라요. 하지만 찾아야죠. 찾아야하는거잖아요. (하는데)
동재 : 은혜씨! (은혜를 잡아세우려는데)
은혜 : (탁! 뿌리친다 다시 간다)
동재 : 서은혜! (하면서 다시 잡아 돌이켜세우는데)
은혜 : 나두 노력했다구요!
동재 : (멈칫.. 보면)
은혜 : 하루 인생에 방해안되게, 걸리적거리지 않게, 엇나가지 않게.. 나두 노력할만큼 했다구요. 애썼다구요.
동재 : 나두 알아! 서은혜씨 탓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구. 그러니까 가만 좀 있어. 하루를 찾아도 내가 찾을테니까! (하는데)
은혜 : 아뇨! 싫어요! 가만히 못있겠어요, 가만히 안있을래요 이젠!
동재 : (멈칫.. 보면)
은혜 : (순간 억장이 무너져내리듯) 걱정돼 미칠것같아요. 하루한테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그 땐... 내가 살수 없을거 같다구요.
동재 : (! 본다. 보다가 설마..)
은혜, 순간 눈물이 글썽..! 해서 쳐다보더니 그대로 동재의 손을 뿌리치고 가버린다.
동재, 순간 멍한 기분으로 돌아본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동재를 뒤로한채 쭉 걸어오는 은혜의 얼굴에서.
59. S# 어두운 실내.
탁자가 놓여져 있고, 낮은 전조등이 내려진 채 어두컴컴한 실내.
그 위로 내밀어지는 종이 한 장.
<목숨값 3억 2천 1백 1십 5만원.
본인은 상기의 돈을 갚지 못헐시, 거기에 응당한 값을 신체으 일부를 기증함으로서 대신할것을 약속함>
하루, 아무런 표정도 없이 지장을 찍는다.
표사장, 쓱 받아서 본다. 보더니
표사장 : 이자, 빼도박도 못허고 느그 목숨은 내것잉게. 이번 일이 잘 안되믄 가차없이 약속을 이행허야할 것이다, 이?
하루 : 걱정마세요. 약속은 꼭 지킬테니까.
표사장 : 그려. (씩 웃더니 쓱 안주머니에 집어넣더니) 자, 그럼 가볼까나?
하루, 전혀 미련도 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얼굴로
E. 뚜르르르 지하철 도착 신호음과 함께.
60. S# 지하철 역.
앞씬을 밀고 들어오듯이 역사로 들어오는 지하철.
멈춰서면 물밀 듯이 내려서는 사람들,
그 사람들 가운데 야구모자를 꾹 눌러쓴 다소 거친? 모습의 은혜가 내려서는 모습이 보인다.
내려서서 잠시 어느쪽으로 갈까 돌아보는 그녀의 모습위로
은혜E : 하루야. 기다려.. 내가 널 찾아낼테니까..
한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가방을 한번 어깨에 들춰멘 채 몰려나가는 인파들속으로 점점히 묻혀가는 은혜위로
은혜E : 그러니까 그 때까지 제발.. 무사해.
인파속에 완전히 묻혀버린 은혜의 모습에서.
61. S# 카지노 (또는 비밀 하우스 같은곳) N
스르르르! 끼익! 그 앞으로 와서 멈춰서는 고급 세단.
내려서는 사내1과 2, 앞좌석에서 내려서서 각자 뒷좌석 문을 열어주면 그 뒤에서 빼입은 표사장, 내려선다.
그 반대편으로 역시 검은색 정장으로 쫙! 빼입은 하루, 내려선다.
표사장, 하루옆으로 다가서더니.
표사장 : 여가 거그다. (보며) 마음으 준비는 됐겄제?
하루 : (대답대신 한번 쳐다보면)
표사장 : 마음으 준비가 됐냐고 시방 내가 안묻냐?
하루 : 혹시 레인맨이란 영화 본적 있어요?
표사장 : 레인맨?
하루 : 거기서 자폐증에 걸린 더스틴호프만이 카드카운팅을 해서 돈을 따는 장면이 나오죠? 혹시 보셨어요?
표사장 : 뭐시여? 더스티호프가.... 카드깡을 혔다고? (라고라? 보면)
하루 : (그런 표사장을 보며 씩 웃더니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들어간다)
표사장 : (흘끗? 본다. 시선에서)
62. S# 실내, 블랙잭 테이블. N
여기저기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
빠르게 돌아가는 딜러의 손. 카드를 섞고, 6덱을 박스안에 넣고, 손님들 카드를 받고, 칩을 걸고.
대체적인 블랙잭의 짧은 몽타쥬가 스쳐지나간 후,
그 테이블앞으로 쓱 다가가 앉는 하루. 그 뒤에 병풍처럼 둘러서는 표사장과 사내1.사내2.
딜러, 하루를 한번 본다. 표정없는 시선.
하루, 딜러를 본다. 역시 별 표정없이 맑은 표정으로 바라보는데서.
은혜E : 사람을 찾고 있어요.
63. S# 장물가게.
장물영감, 멈칫.. 고개들어 은혜를 본다.
은혜 : 표사장이라구, 사채업쪽에서는 꽤 이름이 난걸루 아는데.. 혹시 아는 정보 있어요?
장물영감 : (본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에서)
64. S# 다시 실내, 블랙잭 테이블. N
그리고.. 게임은 시작된다.
하루, 처음엔 칩한개(또는 하우스의 경우 만원 한장)부터 시작한다. 잃는다.
계속 칩 한 개를 올려놓고 게임을 관망하는듯한 하루의 표정. 잃는다.
사내1과 사내2, 대체 뭐하는거냐는 듯 표정을 짓는다.
표사장만 조용히 하루의 하는걸 지켜본다.
하루, 조용히 그저 잃기만 하고 있다.
딜러, 그런 하루를 조용히 쳐다보며 약간은 만만한 듯 카드를 돌린다.
옆에 앉은 다른 손님들은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가운데 하루, 계속 칩을 잃기만 한다.
사내1 : (표사장한테만 들리게) 성님, 저러다 성님이 빌려준 백만원까지 다 날려버리겄소이.
표사장 : 슷! (째리더니) 액타게시리 자꾸 나불나불댈겨? 확! 꼬매분다 이?
사내1 : (이내 쪼그라들면)
표사장 : (조용히 다시 하루의 하는걸 지켜본다)
딜러가 오픈한 카드는 10이다.
하루 앞에 오픈된 두 장의 카드는 K와 9다.
딜러 : 딜러 블랙잭! (딜러가 A를 뒤집어 10 옆에 내려놓는다)
하루 앞에 놓인 칩을 회수해가는 딜러.
다시 패를 돌리는 딜러. 하루 앞에 놓이는 10과 8이 놓여있다.
하루 : (더블다운을 하겠다는 듯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 친다)
사내1 : (헉! 째려보며) 이게 미쳤나! 스테이를 혀야지 스테이르을!
표사장 : (퍽! 머리통을 갈겨버린다) 나가! 이 자식아 너는 나가있어!
딜러 : (하루를 흘끗 한번 보더니 한장의 카드를 더 준다. 3이다)
순간 옆에 앉아 있던 손님들과 뒤에서 실랑이하던 표사장 및 사내1.2. 일제히 멈칫..! 쳐다본다.
블랙잭이다!
딜러, 하루를 흘끗 한번 보더니 칩 두 개를 밀어준다.
하루, 그 칩 두 개를 도로 다시 건다.
표사장 : 이자, 슬슬 시작이고마이? (씩 웃는다)
사내1.2. : (??? 쳐다보면)
다시 패를 돌리는 딜러,
하루, 손가락으로 받는다, 안받는다를 계속 하고 있고,
계속해서 딜러를 이기기 시작하는 하루의 모습들. 이기고, 또 이기고, 그 앞으로 계속해서 쌓여가는 칩들,
손님들, 하나 둘 계속해서 하루를 본다.
딜러,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한다.
하루의 표정은 시종일관 여유롭기만 하다.
하루가 딜러를 이길때마다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함성이 새나온다.
뒤에 서 있는 표사장과 사내1.2.는 거의 광분상태.
어느 새 그 테이블 주변으로 사람들 가득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고,
이제 판은 딜러와 하루, 일대 일의 대결이 되버렸다.
딜러, 짐짓 하루를 본다. 보며 패를 돌린다.
이번엔 A에 7이다. 딜러의 패 역시 A다.
하루, 마지막으로 자신의 칩을 모두 다 걸어버린다.
표사장, 사내1.2. 모여있는 구경꾼들까지 일제히 침묵..
침 삼키는 소리조차 조용해진다. 그 위로
하루Na : 어차피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다. 내 인생도, 내 사랑도, 내 남아있는 시간도...
그 때 나는..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남아있는 내 전부를 걸었다.
딜러 : (하루를 본다) Are you sure?
하루 : (딜러를 본다. 보다가 빙긋 - 조금은 삐딱한 시선도 괜찮다, 느긋하게) Why not?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한번 더 톡! 친다.) 더블 다운.
딜러 : ! (본다)
표사장 : ! (하루를 본다)
하루 : (본다. 이제껏 보여줬던 미소중 가장 남자다운 자신감으로 씩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