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먹거리 열전]강원도 올챙이국수
“마이 먹어도 금방 배꺼지는 자연의 맛 그대로드래요”
옥수숫가루 끓여 만든 반죽 체에 내려 면발 뽑는데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양 올챙이 닮아
국물없이 양념장·열무김치 곁들이면 부드러워 먹기 좋고 소화도 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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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 국수 한그릇 들고 가세요.”
강원도 백두대간 골골을 찾았다가 어디선가 이 소리를 듣고
‘세상에 먹을 것이 얼마나 많은데, 왜 굳이 올챙이를 먹느냐’며 손사래를 친다면
그는 단언컨대 서울 촌놈이다.
본디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곰탕에 곰이 들어가지 않듯이 올챙이국수에도 올챙이는 당연히 없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숫가루로 만든 면에 양념장을 넣어 먹는 음식이다.
강원 평창·정선·영월 등지의 전통시장이나 오일장에서 연중 흔히 맛볼 수 있다.
그렇지만 주원료인 옥수수가 제철을 맞는 7~9월이 가장 맛이 좋다.
“삼사십년 전 얼라 때는 여름이믄 쌀은 물론 보리까지 다 떨어졌더래요.
그러니 채 여물지 않은 옥쌔기 알갱이라도 먹었더래요.
그냥 먹으미 비릿한데 맷돌로 갈믄 국시를 만드니 꽤 맛있드래요.
평창 사람치고 올갱이국시 한번 안 먹어본 이는 없을거래요.”
평창올림픽시장에서 12년째 올챙이국수를 판매 중인
이창섭씨(54·가고파부치기 대표 ☎033-333-5841)는 과거에는 배고픔을 달래려 먹었고,
이제는 건강을 위해 찾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옥수수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리놀레산,
잇몸 건강을 지켜주는 베타시토스테롤 등 영양분이 풍부하다.
이들은 올챙이국수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전과 지금의 다른 점은 더 이상 풋옥수수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다.
강원도 토박이들에게 올챙이국수는 ‘올창묵’‘올챙이묵’이란 이름으로 더욱 익숙하다.
만드는 방법이나 식감이 국수보다는 사실 묵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리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메옥수수 알갱이를 물에 불린다.
이후 곱게 가루를 내고 나서 물과 함께 체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다.
가루 원액은 솥에서 걸쭉해질 때까지 끓이는데,
이때 주걱질을 많이 해줄수록 식감이 차진다.
다 완성된 반죽은 올창묵 틀이라는 구멍이 송송 뚫린 체에 내려 면발을 뽑는다.
체에 내리고 얼마 동안은 국수가 방울방울 떨어지는데,
그 모양이 마치 올챙이를 닮았다.
올챙이국수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게 됐다.
이렇게 뽑아낸 면발은 젓가락이 닿기만 해도 끊어질 만큼 부드럽다.
따라서 숟가락으로 떠먹는 게 보통이다.
“보들보들하니 이 안 좋아도 상관없어요.
소화도 잘되니 아침에 먹으믄 더부룩하지 않아요.
단점이라믄 마이 먹어도 배가 금방 꺼지드래요.
요즘 얼라들은 오히려 더 좋아하지 않더래요?”
오전 10시께 식당을 찾아온 한 60대 여성이 올챙이국수 칭찬을 이어나갔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 짜고 달고 매운 음식에 길들었다믄 맹맹할 수도 있데요.
하지만 몇번 먹다 보믄 그리매 맛을 알게 돼요.
은은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음식이래요.”
명색이 국수지만 올챙이국수에는 국물이 없다.
면만 먹는 셈인데,
고춧가루·쪽파·간장으로 만든 양념장과 열무김치를 곁들여 간을 맞춘다.
평창으로 휴가를 왔다는 김학주씨(48·경기 의왕)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평창에 가면 메밀전병·옥수수막걸리와 함께
올챙이국수를 꼭 먹어야 한다고 돼 있더라”면서 “면만으로는 조금 심심할 수 있지만
새콤달콤한 열무김치와 함께 먹으니 별미 중의 별미”라고 평가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강원도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터.
여행의 진정한 재미는 여태 모르던 것을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참에 음식 또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출처 : 농민신문
평창=김재욱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201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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