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단단해야 하고 편안해야 하고 외롭지 않아야 한다고 이 사회는 말한다. 혼자서 완전한 사람이어야 함께도 잘 있을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과한 의존성에 대한 경고겠지만 때로는 외로움을 못난 감정으로 치부하는 협박 같기도 하다. 외로워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 그리 당당한 일이 아니고 의존은 곧 나약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혼자 이것저것을 해내다 보면 혼자가 편안하고 혼자가 자연스러워지고 어느덧 자의로 혼자이고자 하면서도, 때때로 어쩔 수 없이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내면을 발견할 때면 혼란스럽고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한 사람 안에는 한 가지 일관된 생각과 태도만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모순적인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어떤 면에서 독립에 대한 과한 집착은 오만이다. 타인의 도움 없이 해내야 한다는 강박은 오로지 혼자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에도 맞닿아 있다. 이것은 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자신에 대한 지나친 믿음이자 책임 부여임을 상기해본다면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허상이고 모든 걸 내 통제대로 이룬다는 생각은 자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억지로라도 자만을 만들어온 이유는 지금껏 약점을 드러내지 말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약점을 공개하는 건 남들에게 공격할 수단과 빌미를 제공할 뿐이니까. 취약한 건 약한 거고 약한 건 나쁘고 부끄러운 거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의존하려면 다름 아닌 바로 그것들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취약함을 말하고 감정을 나누고 깨져있는 나를 드러내야 한다. 꼿꼿하게 무장한 채로는 기댈 수 없다. 하지만 무장해야만 세상이라는 전장에 나갈 수 있다고 믿는 우리에게 건강한 의존과 도움 요청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음 놓고 취약함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굳건한 조건이 필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애정에 대한 믿음,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나의 약함을 무기로 삼아 나를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게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취약해질 수 있다. (pp.2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