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회장을 역임한 박순원 고문과 9년동안 회장을 한 이응대고문 그리고 박상민 현 회장
박상민 테니스 협회 회장
정영애 여성 회장
9년 동안 양양군 테니스 협회를 이끌어 온 이응대 고문
왼쪽 맨 끝 지명스님. 법복 벗으니 일반 동호인과 똑같다.
지은환 화가 부부
대한민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적다는 양양군에 4박 5일 머물렀다.
강원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어 다시 코트를 개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종합운동장 테니스장을 찾았다.
양양군은 인구 3만 명에 테니스장 20면. 낙산, 해오름, 연어클럽과 군청, 시니어, 송이클럽등 총6개 클럽에 동호인 120명이 운동하고 있다.
해뜨기 전 이른 시간에 테니스 하는 회원들은 각 클럽에 소속된 분들로 '아침반'이라는 명칭으로 모인다. 출근을 해야 하는 분들은 게임이 끝나자마자 귀가하고 은퇴한 시니어 회원들만 여유롭게 경기를 하고 있었다.
군청의 지원을 받아 낙산코트 8면과 종합운동장코트 8면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응대 협회 고문을 만났다. 양양군테니스 협회 회장만 9년을 역임하며 몸소 봉사한 분이니 협회가 걸어온 발자취의 산 증인과 같은 분이다. 성함에 '응대'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응대는 웬만큼 해 낼 수 있다는 농담을 먼저 건넸다.
이 고문은 “32년째 테니스 홀릭으로 살았다. 낙산에 코트 8면이 있었으나 올해 강원도대회를 양양에서 개최할 예정이어서 다시 종합운동장에 8면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요청해 3년 전에 완성이 되었다. 코로나로 대회는 열리지 못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뿌듯한 추억이 많다”고 전했다.
또 “작년 10월, 처음으로 송이배시니어대회를 개최했는데 올해는 혼합복식부를 하나 더 추가해서 주최할 계획이다”며 “전국에서 가장 탄탄한 실력을 가진 시니어 선수들이 모여 양양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테니스가 어려워 더욱 재미있다는 이 고문은 매일 밤 운동장 20여 바퀴를 돌며 체력을 다지고 있다. 40초반에 강릉에서 열린 비트로배에 우승하고 대회 출전을 못하다 지난해 시니어부에서 준우승만 두 번. 올해는 꼭 우승하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라니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삶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동안 양양군에는 시니어클럽이 없었다. 지난해 22명의 회원으로 시니어 클럽(회장 유세현)을 창단. 실력들이 탄탄해 강원 도내에서는 상당히 인정받는단다.
부군수로 지내다 은퇴해 양양군 테니스협회장을 맡은 박상민 회장을 만났다. 박 회장은 “양양은 청정 1급 지역에서 생산되는 귀한 것이 많다. 남대천의 연어와 천연송이는 말할 것도 없고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설악산과 낙산사, 해발 650미터에서 자연 용출되는 탄산온천, 오색약수등 힐링장소로 최고다”며 “다른 지역은 삼촌이라고 하는데 양양은 사촌이다. 산촌 농촌 어촌 강촌까지 볼거리 먹거리 모두 풍부하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오산리선사유적지까지 종일 자랑해도 모자라다”고 했다.
또 “자외선 때문에 현대인들이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을 꺼린다. 테니스 저변확대를 위해 실내코트가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다. 조만간 실내코트 건립을 위해 힘을 쏟을 생각이다”며 “공기 좋은 양양에서 테니스 하는 동호인들의 건강 100세는 강조하지 않아도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전했다.
양양군 테니스 회원들은 매 월 3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다. 그 회비는 코트료 이외에 애경사나 그외 후생복지 시설에 사용하고 있다. 일 년에 네 번. 양양양수발전소장배 테니스대회,양양군수배,협회장배 전국 시니어배(송이배)등의 큰 행사를 주기적으로 치르고 있다.
여성클럽도 있다. 13명의 여성들이 활동하는 ‘송이 클럽’은 코로나 이전에는 목요일 오후 다섯 시에 모였다. 서울에서 살다 2년 전 이사 왔다는 정영애 송이클럽 회장은 “클럽 회원들이 모두 관내 유지급이어서 정착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설악산 대청봉이 한눈에 다 보이는 테니스장뿐만이 아니라 순박하고 친절한 테니스 친구들 덕분에 더욱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동안 활동이 미비했던 여성 클럽을 재정비해 속초의 해송 클럽과 교류전도 펼치고 특히 작년 강원 도내 여성 단체전에서 은배부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크게 자랑할 만하다”고 했다.
매일 아침 곰배령에서 양양까지 오는 회원도 있다. 건강을 사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달려온다는 그 회원은 이른 아침 친구들과 더불어 테니스로 땀을 빼면 하루 일과가 거뜬해 진다고 했다.
또 특별한 회원이 있다. 지명스님이 테니스를 한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주전골 가는 길에 오색 약수터에서 대략 15분 정도 오르면 성국사에 닿는다. 외갓집처럼 푸근한 느낌이 드는 성국사의 주지인 지명 스님은 컴퓨터처럼 정확한 폼으로 두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랠리를 할 정도 대단한 실력자다.
지명 스님은 “나에게 테니스는 일종의 포교이자 체력 단련이다. 몇 시간씩 이어지는 예불 에 필요한 체력을 테니스를 통해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며 “테니스는 기도와 같아 욕심을 내면 얻을 수 없다” 고 전했다.
평소 마음에서 일고 있는 여러 가지 번뇌로 부터 자유로워지지 않는 이유를 묻자 지명 스님은 간단하게 답변을 했다. “테니스를 많이 하면 실력이 늘 듯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 조절 할 수 있는 실력이 생긴다”며 “행복해 지려면 늘 스스로를 관리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인물이지만 테니스장에서 만난 스님과 절에서 만난 스님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달라보였다.
5월 29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회원들이 안내하는 양양의 속살을 맛보았다. 아침 운동을 마치자 회원들은 청정 1급수에서 자란다는 뚜거리를 추어탕처럼 갈아서 만든 뚜거리 국밥집에 모였다. 따끈한 손두부에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구수하게 정담을 나누었다. 회원 각자의 개성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모니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풍경이 아름다운 동호 해변으로 이동했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이어진 700킬로의 해파랑길 43번길을 걷다보면 동호해변에 닿는다. 그 해변가에 있는 '비치얼스 동호해변' 카페는 지은환 회원이 운영하고, 쿠바피자와 쿠바 샌드위치는 맛 좋기로 입소문이 나 여행자라면 꼭 들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 카페에 집결한 회원들은 여행자 같은 마음이 되어 낭만적인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대학 때부터 테니스를 시작한 지은환 비치얼스 사장은 농협 양양지부장으로 근무하다 은퇴해 이곳에 정착했다. 동양화 화가로 활동하는 예술가답게 테니스라는 공통언어를 가진 벗들이 좋아 남은 인생을 양양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단다.
화실을 겸하고 있는 비치얼스 동호해변 카페는 일명 ‘문화예술 체육인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경영하고 있다. 매 년 초중고 사이클 선수들을 초빙해 힘을 실어주고 있고 앞으로 테니스 분야에도 정성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한다.
지은환 사장은 “테니스 동호인이라면 은퇴후 양양에 정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며 “테니스 여건이 괜찮은데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림 같은 풍경에서 살다보면 절로 여유가 생긴다”고 전했다.
오후, 협회 임원들이 안내하는 숲으로 따라갔다. 행복한 사람은 산에 오른다고 했다. 종합운동장 테니스장 바로 옆에서 출발. 동네 분들만 알고 있다는 모노트레킹 코스는 건강걷기 명소라고 한다. 나지막한 숲길은 4킬로 이상 수십 년 된 노송과 적송들이 반기고 있었다.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숲길을 걷는 뒷모습에서 어떤 숭고함을 느낀다고 표현한 작가 이병률 씨의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아침은 테니스로, 낮에는 트레킹으로 온 몸에 기운을 불어 넣는 회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송월메밀국수집. 양양 곳곳을 손바닥처럼 잘 알고 있는 이장섭 회원이 안내한 그 음식점은 훌륭한 맛을 냈다. 달달한 옥수수 막걸리에 바닷물로 절여 담았다는 김치에 어울린 수육 한 접시. 주민들이 왜 자주 찾는지 알 것 같다.
나흘을 양양에서 보내면서 알게 된 것은 무궁무진하게 여행할 곳이 많다는 것과 깔끔하게 새로 지어진 테니스장에 인성 좋은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언제 어디서 테니스 동호인들이 놀러 오더라도 흡족하게 운동하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양은 복 받은 지역이다.
2020.06.08 글 사진 송선순
스님의 손에 옹이가 가득하다. 그것은 바로 테니스로 포교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징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