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대법원은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을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문형욱(갓갓)과 강훈(부따)에게 항소심에서 선고되었던 징역 34년형과 징역 15년형을 각각 확정하였다. 지난달 14일 조주빈의 징역 42년형을 확정하며 박사방이 범죄단체임을 인정한 대법원은 이날 강훈의 범죄단체조직·활동죄도 유죄로 판단했다.
문형욱은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1,275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 피해자 21명에게 성착취물을 스스로 촬영하게 한 뒤 전송받아 제작 및 소지하였으며, 2020년 1월까지 1년여 간 '갓갓'이란 이름으로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하고 성착취 영상 3,762건을 배포하였다.
이 끔찍한 만행이 낱낱이 세상에 드러나 이번 최종 판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 사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좌시하지 않은 시민의 힘이 컸다. 최초 n번방 수사를 위한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하고, 이들의 신상공개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 국민 청원에는 5,419,070명(4개 청원 합산)이 참여하였으며, 본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한 엄벌탄원서에는 11,000명의 시민들이 연명하여 법원에 제출되었다.
즉 이번 사건과 판결은, 우리 사회가 더이상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을 좌시하지 않고 엄중하게 다루고 처벌할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경종이다.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은 반드시 중범죄로 처벌된다는 메시지, 그리고 시민과 수사기관, 재판부 모두 이와 같은 여성대상폭력을 안일하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사회 전체에 전하는 시초가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형욱이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유포 피해등을 이겨내고 있을 피해경험자들을 생각하면 34년은 결코 무거운 형벌이 아니다. 피해경험자들은 지금도 매월 수 십, 수 백 건의 삭제지원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n번방에 참여하던 26만명의 가해자들은 여전히 수사 및 검거되지 않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아직도 텔레그램 등에서 박사를 자처하며 피해영상물을 거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성 대상의 사이버 성폭력은 매일, 매순간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적어도 이후로 벌어지는 사이버 성폭력 수사와 재판에는 합당한 처벌 기준과 형량이 적용될 수 있도록,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단체들은 시민사회와 함께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들을 끝까지 주시하고 엄중한 처벌을 요구해나갈 것이다. 오늘의 34년 형이 무기징역이 되는 그 날까지, 우리는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주시와 대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1. 11. 12.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