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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새벽을 알리는 경쾌한 알람소리가 잠을 깨운다.
새벽 5시 30분 !
몇번 몸을 뒤척이다 허겁지겁 일어난다
평소에는 이 시간에 가게로 갔지만, 오늘은 충북 옥천에 있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그리운 친구들을 만난다.
어제밤 잠을 설쳤기에 몸이 무겁다.
버스타고 수학여행 가는 기분이라 설레는 마음에 깊은잠을 자지 못했다.
지하철을 타기위해 약령시장을 지나 오는데 새벽장은 몹시 바쁜 모습들이다.
세상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나보다.
바쁘기는 시장통만 그런건 아니다.
6시가 좀 못되어 지하철을 탔는데 그곳도 자리가 없다.
토요일인데 뭣이 이리 바쁠꼬!
일찍 산행을 할려고 배낭을 멘 분이 가끔씩 눈에 띄어 그 분들은 뭣땜시 일찍 나온 줄 알겠는데 나머지는 감이 안잡힌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건 이래저래 좋다는 걸 알지만 알쏭달쏭할 뿐이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6시 40분경.
지하철에서 나오니 이곳은 더 바쁘다.
이른 아침이라는 기분은 찾아볼 수가 없다.
뭐가 그리 바쁜지 다들 종종 걸음이다.
평소 출퇴근 시간처럼 북쩍북쩍하다.
배낭족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1번 출구에 도착하니 장관이다
관광버스 전시장처럼 끝도 보이지 않는 버스행렬에 또 한번 놀랬다.
오죽했으면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을까
모이는 장소치고는 이만한 곳이 없나보다
질서정리를 위해서 투입된 것 같다
인도를 사이에 두고 우거진 수목 가지마다 연초록의 싱그러움이 길손을 반긴다.
바람결에 한들거리며 엷은 미소를 머금고 방긋 웃는 모습이랄까.
버스에는 많은 친구들이 일찍 와 있었다
다들 반가운 얼굴들 !
평소에 식당이나 뷔페에서 모임을 가질 때 만나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수학여행 가는 기분이랄까. 인사를 나누며 잡는 손이 그 어느 때보다 정겹고 반갑다.
왜 그럴까.
여행을 떠난다는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나보다
초등학교 동창회니 40년 전으로 돌아가는거다.
그때나 지금이나 설레이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몸은 중고라도 마음은 겨울울 이겨낸 매화꽃 향기처럼 청순하다.
세상을 많이 살았다고 감정까지 녹슨건 아니다.
어쩌면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동심을 더 그리워하며 떠나는 여행아닌가.
7시 30분경 !
그 많은 관광버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옥천 뿌리깊은 나무를 향해 힘찬 엔진을 밟는다.
관광버스는 어느덧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시외에 들어섰다.
창밖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마음껏 펼쳐지고 있다.
평소에는 가게에서 시장을 오가는 일상의 틀에 묶여있다보니 공짜로 볼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운 선물을 감상하기 어렵다.
창밖에 펼쳐진 숲 속의 아카시아 꽃이 넘 예쁘고 정겹다.
아카시아 꽃은 코 끝을 휘감고 도는 향기가 으뜸인데 눈으로만 감상할려니 많이 아쉽다.
갈길이 바쁘니 가는 버스를 멈출수도 없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잠시 어렸을 적 추억을 더듬어 본다.
초등학교 다닐 때 집에서 달구세끼를 많이 키웠다.
그때는 지금처럼 사료만 먹이는게 아니고 사료값이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튼튼한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풀도 먹이고 굴 껍질도 먹였다.
풀은 아카시아 잎이 제일이고, 굴껍질은 부자지간에 하루일과를 마치고 어두운 밤길 송림에서 마서까지 10리길을 지게에 지고왔다.
아버지는 큰 마대로 하나, 나는 요소 푸대에 지고 올만큼 담아 따라다녔다.
지금 애들 같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굴껍질은 도구통에 찍어서 사료와 섞어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들녁을 지나니 경기도 쪽은 이미 모내기를 했거나 지금 모내기 중인 곳이 많다.
우리 고향 보다 상당히 빠르다
농사일 중에 제일 큰 행사가 모내기 아닌가.
내 어렸을적에는 모내기를 하면 저녁까지 식사를 재공했다. 그때는 배고픈 시절이라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배터저라 먹는다.
6월 한달은 다른때보다 쌀밥을 많이 먹었던것 같다.
순번을 정해 매일처럼 모내기를 하니 그 어느때 보다 먹거리가 풍부했다.
모내기 하는 집에서 저녁밥까지 대접을 했는데 그떄는 너나 할 것 없이 눈치보이니 많이 데려가지는 못하고 하나씩을 달고간다.
나같은 경우는 동생들이 많아 순번 정해 엄니를 따라 다녔는데 그때 제일 맛있었던게 양태 쪼림이다.
송림 앞 바다에서 나오는 물 좋은 양태(참고로 양태는 콧물이 질질 나오듯 찐득찐득해야 선도가 좋음)에 하지 감자 듬뿍 썰어넣고 조선간장에 고추가루 적당히 넣고 마늘 다져 양념하면 그 맛이 일품이다.
예전에 그 맛을 지금은 느껴보기가 거의 힘들다.
그 맛을 충족시켜 줄 만큼 물 좋은 양태와 부재료 양념이 없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맛이 그립고, 추억속에서 침만 꿀꺽 꿀꺽 생킬 뿐이다.
이른 시간이라 해장술 먹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일찍 일어났으니 몸도 유연하지 못해 서로간에 세상사는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요즘 세간의 이야기 중에 갑과 을이 화제다
갑이 뭣고?
쉽게 말하면 갑은 힘이 있는자. 대접받는 사람. 을은 힘이 약한자. 대접하는 자. 이렇게 칭하면 맞지 않을까 싶다.
식사하러 가서 밥값을 내는 사람이 을이다. 우리가 기를 쓰고 새끼들 공부 시키는 것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갑으로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 아닐까.
갑 중에서 제일 빈대가 어느 신문에서 봤는데 검사 교수 기자란다.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이름 부치는게 더 맞을것 같다.
이 친구들은 본인들이 밥값 낼 일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비정규직이 왜 싫겠는가.
확실한 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식교육도 직설화법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정신차려 갑으로 살래, 젊은청춘 잘 놀다 을로 살래 하나 선택해라!
한참 떠들다 보니 옥천에 도착했다.
옥천은 처음 와 본것 같은데 표지판에 낯익은 이름 둘이 보인다.
정지용 생가. 육영수 생가라고 적혀 있다.
이곳이 두분의 태생지인가 보다.
목적지까지는 아직도 좀 거리가 있다.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뿌리깊은 나무다.
대청호 상류라 그런지 경치는 좋다.
대형 버스가 움직이는데 워낙 길이 꼬불꼬불해서 어쩔때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굽이 굽이 계곡길 대청호가 보이는데, 아직 우수기에 접어 들지 않아서 인지 물이 적어 시원한 느낌은 안든다.
산골이라 하면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논을 찾아보기 힘들고 둘째는 밭이 있어도 많이 없고
셋째는 사람사는 집도 띄엄띄엄이다.
전형적인 산골이다.
드디어 뿌리깊은 나무라는 작은 간판이 보인다.
여기가 오늘 우리 일행이 하루를 쉬어가는 쉼터인가 보다.
입구에 들어서니 잘 가꿔진 정원과 대청호를 앞에 둔 넓은 공간에 이름없는꽃들이 만발했다.
아직 6월도 아닌데 태양볕은 한 여름 무더위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뿌리깊은 나무(농원내에 있는 참나무 나이가 400년은 되어서 붙여진 이름같다) 그늘과 친해지고 싶다.
서울친구들이 먼저 도착하고 이어서 부산 광주 순천 고향 친구 순서로 도착했다.
다 모이니 오지다 !
100여 명이 되니 꼬막장이라도 선 기분이다.
30년 만에 만난 친구 40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다.
이산 가족 상봉 못지않은 기쁨이다.
사는게 바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모임이 더 아름답고 멋진 만남 아니겠는가
객지 친구들은 오랫만에 만나면 어딘가 모르게 서먹서먹하고 어색하지만 꽤복쟁이 친구들이라 그런걱정은 안해도 된다.
야 ! 니 누구 아니가 ? 얼마만이고. 그래 우찌 살았노. 벽이 없고 허물이 없으니 순간 40년전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좋은기라.
이제 다 만났으니 새벽부터 오느라 고상해승께 민생고부터 해결해야 쓰것다.
뭐니 뭐니 해도 배가 따뜻해야 하지 않컷서....
길게 늘어선 탁자에 마주 앉아 간단한 인사와 교가 제창이 있었다. 교가를 다 몰라 보고 불러야 한다.
좀 부끄럽지만 나이는 속일수 없나보다.
서울 회장 왈 43년전 졸업했는데 몸은 늙었어도 마음만이라도 그 때 그 시절로 가자고했다.
몸 늙은 것도 서러운데 마음까지 늙어서야 쓰겠어.
고향 회장님 왈
요즘 고향은 농번기라 바쁘니 다음부터는 농번기 철을 피해서 하면 어떻겠느냐는 부탁이다.
아닌게 아니라 날씨도 덥고 좀 덜 더울때 농번기 피해서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함께 어울려 밥을 먹으니 소풍 온 기분이다.
대청호가 아무리 좋아도 장생이 갯가보담 못하다.
벤또 까먹는 추억이 그립다.
세상이 변하고 살기가 좋아져서 맛있는 고기에 고향 내음 물씬 풍기는 서대회에 막걸리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뭣이 부족하리오.
서대회 맛이 일품이다
예전에 우리 엄니가 쪼물쪼물해서 무처준 맛 그대로다
또한 벼슬이 뭐라고,더운 날씨 내몸 지탱하기도 힘든데 친구들 먹이겠다고 고기판에서 땀 찍찍 흘리고 고기 굽는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님들께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이 교차한다.
분위기 좋고! 안주 허벌라게 많치, 친구들과 고향 막걸리 한잔 들이키니 기분 만땅아다.
근디 오늘따라 날씨는 와 이리 덥노, 사람 죽이겠네.
바람도 쉬어가나 보다.
산골이라 시원한 산들바람이 더위에 지친 친구들에게 땀을 식혀줄만도 한데 오늘은 영 아니다.
관광버스 타고 오니 수학여행이요
점심식사 맛있게 했으니 소풍이며
족구 시합, 허리 치기 게임 하니 운동회다.
족구를 하는데 세월의 무게는 이길수 없나보다.
헛발질에 넘어지기가 다 반사다.마음만 청춘이지 몸뚱이는 따로 논다.
또 보물 찾기까지 했으니 할 건 다하고 이제 남는게 딱 하나 가무다
노래와 춤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 아닌가
시종 사회를 봐주신 광주 총무님
노래자랑을 이끌어 주신 정호 친구께 감사함을 전한다.
다들 나이만큼이나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가수 뺨친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즐길 것인가
오늘 못 놀면 후회하리. 허리운동, 다리운동, 몸운동. 소리운동. 신나게 하고 가야제.
신나게 놀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렸을적에는 부끄러워서 뒷 꽁무니만 뺏을텐데, 인자는 더 부를려고 안달이다.
산전수전 다 격고 남는게 뭐 있겠어 스트레스 푸는 기술만 남았제 그러니 신나게 노는거 아니여...
지는 석양노을이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오늘 날씨가 좀 덥기는 했지만 비오는 날에 비할건가.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하늘의 뜻에 순응하며 즐기면 되는기라.
또한 오늘 모임을 주선해주신 각 지역 동창회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봉사는 친구를 사랑하고 아끼기 땜시 하는것 잉께.
더 멋진 모임을 위해 찬조를 해주신 분과 현물기부를 해주신 친구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땀나면 땀 딱으라고 수건도 주고, 돼지도 잡아 오고, 고기 잘 넘어가라고 맛있는 김치 담아오고, 맛있는 두부, 싱싱한 오이까지 보내 왔으니 부족함이 없도다.
모두다 친구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기 때문이리라.
지나온 40년이 덧 없이 흘러가 버렸구려, 어쩌면 남아있는 시간이 지나온 세월보다 더 적다고 생각하니 친구들이 더 그립고 보고싶어 집니다.
가끔씩은 삶에 의미를 되새겨보는 나이가 된것 같습니다.
지는 석양노을을 더 붉고 아름답게 해야지요.
서로 안부전화라도 나누며 더 정겨운 시간 가져 보는건 어떨련지요.
나이들면 고향이 더 그리워 지는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께 정말 고마움을 전합니다.
언제라도 찾아가면 따뜻하게 반겨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합니다.
돈도 명예도 부질없는짓,건강이 최고 아닙니까. 다들 건강하시구려.
그래야 또 보제! 술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수 있다 이거여.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있다지만 하루가 너무 짧다.
오늘의 아름다운 추억 고이 간직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을 기약해야 할 시간 !.
서로들 헤어지기 싫어 안아도 보고 손을 꽉 잡아도 보지만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다.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다.
사회자의 건배사가 너무 좋다
예전에 즐겨보던 싱글벙글 쇼를 갖고 건배사를 하는데
마음은 싱글!
얼굴은 벙글!
인생은 쇼란다.
정말 공감이 가는 건배사다.
다들 안전운행 하시고 잘 가시구려
친구 여러분 ! 담에 또 만나장께 안녕
수유리에서 두서없는 글 올립니다.
첫댓글 후기를 너무 멋있게 써 주신 진효친구 감사합니다.
벌써 모든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는구려.....
수고 많았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진효친구!
또 이렇게 전국동창회에 대한 감동적인 후기를 써 주신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날 모든 친구들이 진효친구와 똑 같은 마음으로 시작하여 똑 같은 마음으로 마무리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달구새끼, 도구통, 꽤복쟁이, 벤토등 구수한 사투리와 소풍, 운동회, 수학여행등 정말로 정감어린 단어들입니다.
또 내가 먼저 해야 할 찬조 하신 분들게 대한 감사표시를 대신 해 줘서 더 고맙고, 날씨는 무덥고 불쾌지수도 높은 하루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추억이 묻어나는 정겨운 얘기 많이 나눴으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부자지간에 어두워지는 시골 길을 짐지게를 지고 가는 모습이 그려지네. 그 시절로 갈 수 있다면 가보고 싶어지네. 행복하고 상기된 글 잘보고 가네.
잘 지낸가 이번에 얼굴 보지못해 서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