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지트 피서
송희제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 유난히 장마도 더위도 변화무쌍하여 폭염을 지내기가 힘들다. 밖에 나가면 한 여를 불볕더위가 겁나고 집안에만 있자니 선풍기나 에어컨 냉풍이 내게는 더 힘들고 답답하다. 요일마다 하는 운동이 끝나고 오후 시간이라도 비는 날이면 난 작은 배낭을 챙긴다.
요즈음이 중복과 말복 사이라 더위가 더 절정으로 하늘과 땅이 뜨겁다. 오늘은 몇 군데 운동하는 곳이 휴가라 오전 성당에만 다녀왔다. 남편과 모처럼 집에서 오리백숙을 해 들고는 내가 가끔 산책 가는 수통골 계곡 동행을 제의했다. 이곳 수통골 산책을 올여름엔 거의 나 혼자 다녔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집에서 가까워 혼자 가도 괜찮다. 그동안은 짝의 도움으로 수통골 입구에 나만 내려주고, 남편은 시골 농장에 가곤했다. 오늘은 운동이 없어 시간이 여유롭다. 수통골 산책을 나 홀로 할 때마다 계곡 끝지점 2/3정도 가면 내가 물색 해놓은 나만의 명소 아지트가 있다. 그곳을 남편과 함께 가서 계곡물에 족욕을 하는 거다. 이렇게 평일 오후에 수통골 계곡에 오면 인적이 많지 않아 서로 길을 비키고 부딪칠 일이 없어 좋다. 계곡 숲 끝길 2/3지점쯤을 들어서면 좌측 계곡 바위에 반원으로 서로 붙어 휘어진 나무가 있다. 그 지점에 가면 납작한 돌을 주워다 앉도록 내가 만들어 놓았다. 거기에 지나가는 산책로 길을 등뒤로 하고 나는 사방이 녹색 숲으로 둘러싸인 중앙의 돌 의자에 자리를 한다.. 그 지점은 위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이 50cm 내외 높이의 물 폭포가 내려온다. 난 그 지점에서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다. 산책하면서 손에 쥐고 해오던 묵주를 들고는 두 발을 담근채 음이온을 취하며 기도를 한 시간쯤 한다. 우리나라와 세계 평화를 위하여, 내주변의 딱한 이들 그중에서도 젊고 아까운 중환자들을 위하여, 내 가족의 건강과 사랑을 소망하며 늘 항구한 감사와 소망을 올린다. 한참을 말없이 걸어오던 남편도 내가 자주 쉬는 이 지점에 오더니
"참 좋구만! 어디 멀리 갈 것도 없겠네. 집에서도 가깝고 안전하니 당신이 이렇게 여길 오는 걸 좋아하는 거구나. "
"그래요. 난 여기서 기도도 하고 물속을 서서 제 자리 걸음도 걸으며 운동도, 눈으로는 녹색 사방의 숲도 보며 일석 삼조를 하는 거예요. 이렇게 숲속에서 힐링하니 여름 피서로는 최고지요."
하며 응수했다. 집에 있을 땐 주방에서 가스 불 켜고 음식을 하거나 일하다 더우면 물 샤워로 땀을 식힌다. 여기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몸이 저절로 시원해져 초가을에 서 있는 것 같다.
이곳 계곡 물에 우리 둘이 발을 담그고 있자니 아주 오래 적 젊은 시절 두 아들과 여행간 생각도 났다. 지금 큰아들 네 두 손자만할 때 강원도 송계 계곡에 가서도 텐트치고 잤다. 애들과 밤 계곡 물속을 불빛 비추며 고기 잡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요즈음이 자영업을 하는 큰아들은 휴가를 하는 시기다. 그들은 그들대로 세대가 다르니 각자에 맞게 이 더운 여름에 힐링하는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대로 무리하지 않고 편하고 조용히 여름을 무사히 보내고자 한다. 우리가 사는 대전 유성에서 이렇게 가깝고 좋은 쉼터가 있다는 게 다행이다. 이 수통골 계곡에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더운데 멀리 가느라 여러 짐 챙기며 운전하고 고생하며 가는 것 보다 우리는 소박한 이 계곡이 더 좋다. 집 가까이 이 수통골 계곡에 머무르는 나만의 이 아지트가 살아있는 천국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