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맑음,1/13도,풍속 1~2ms. (복장) 상의:춘마긴팔집티위 민소매티. 하의:프랭크쇼터 마라톤팬츠위 와코루롱기모롱타이즈,쿠션면양말. 기타:얇은(쿨맥스+면)장갑,버프,썬그라스,모자,아디다스템포화. *갈때는 생각보다 약간 더웠으나 반환점 이후는 맞바람과 순간적인 강한 바람으로 버프착용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구간별 페이스) 계획 실제 k당평균 0:05:41 0:05:39 00-05k 0:28.5/0:28.5 0:28 /0:28(소변1회) 05-10k " /0:57 0:28 /0:56( " ) 10-15k " /1:25 0:30 /1:26 ( " ) 15-20k " /1:54 0:27 /1:53 20-25k " /2:22 0:29.5/2:22.5 25-30k " /2:50.5 0:28 /2:50.5 30-35k " /3:19 0:28 /3:18.5 35-40 " /3:47.5 0:28 /3;46.5 F 0:12.5/4:00 0:12/3:58:30
*쉬한박사의 말대로 달리기는 내몸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등속주를 목표로 했으나 전날 밤까지의 음주와 그로인한 오버워터로딩,누적된 피로로 페이스메이커의 대열에 합류하는 바람에 타의적인 페이스로 바뀌었다. *동마를 앞둔 오늘의 페이스 목표는 안정적인 서브4 이지만 컨디션에 따라서 4시간15분 까지를 염두에 둔다.
(후기) 새벽 4시반,주최측에서 마련해준 금호고속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6시반에 휴게소에서 육계장을 먹고 버스에 타니까 어느새 봄서리 내린 하얀 대지와 그 위에 옅게 깔린 뿌연 안개에 조각으로 나뉜 햇살이 부서져 쏱아지고 있다. 봄이 오는 남도의 들녁은 음악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봄의 음악을 만들고 노래한 음악가의 대부분이 남도 분들일까? 올해는 내 마음속에 봄을 갈구하는 마음이 강한 무의식으로 자리 잡아서 1월의 첫 시주대회를 여수마라톤으로 참가한데 이어 봄을 광주일보 3.1절대회로 맞이한다.
스타트라인. 7시50분에 월트컵경기장에 내려준다. 옷 갈아입고 화장실 일보고 스트레칭과 함께 트랙 4바퀴를 서서히 달리고 난후에 스타트라인에 선다. 이번 대회는 김무언선배님만 보이고 아는 분이 아무도 없다. 이우찬,류임상,김정덕선배를 비롯한 아는 분 대부분이 울산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얄팍하게 대회참가비만 따지다가 고래고기 맛 볼 기회를 놓쳤다. 오늘은 지금까지 안 해보던 이븐페이스 달리기가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날이다. 미풍,따뜻한 햇살과 한낮 13도까지 올라간다는 적합한 예상기온의 달리기 삼박자가 벌써 마음을 가볍게 한다. 9시 출발 탕!
0-5키로 구간. 2키로 까지의 언덕구간을 11분15초로 가볍게 통과한다. 아니 벌써!? 출발 직전에 해결한 생리현상이 우째 이렇게 빨리~ 첫 급수대를 지나 3키로 지점에서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 대로변이지만 다행히 잡목 덤불을 찾아서 해결을 한다. 같이 달리던 일행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이븐페이스에 대한 조급증으로 마구 치고 나가는데 왠 여자분이 나타나서 줄기치게 옆을 따라 붙는다. 오는 사람 막지말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물 흐름같은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상대가 여자일진데 무슨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있겠는가! 5키로 구간기록을 소변 루즈타임까지 포함해서 28분에 통과한다.
5-10키로구간. 5키로 급수대를 지나니까 슬슬 호기심이 발동한다. 어디서 왔는지는 셔츠의 로고에 있고,달리기 경력을 물어보니 1년차에 풀코스 4회째고 이대회가 금년 시주대회라고 한다. 4월에는 전주울트라 참가 계획이고~ 월 60키로의 훈련으로는 좀 힘들지 않느냐니까 걍~완주에만 목표를 둔다고. 마지막 코스의 당근절차로 이름을 물어보니 닉네임이"사랑녀"라고 한다. 허걱~아니 이런 강력한 포스가~ @@ @@
그와 동시에 필이 꽂친다. 절대로 남녀간의 묘한 감정이 아니다. 나~안~또~소변이 마려울 뿐이고~ 생리,이것은 생존문제에 버금가는 절실한 감정이다. 그때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20여명의 추종자를 이끌고 나타난다.
9키로 지점이다. 사랑녀를 4시간 페이스의 무리에 밀어넣고 난 화장실로 줄행랑이다. 다시 꽁지가 빠지게 달려서 4시간의 무리에 달라 붙는다. 이렇게 해서 두번째 구간도 28분에 통과한다.
10-15키로구간. 서창교차로 못미쳐 샛길로 좌회전하여 이제 극락강둔치로 빠져 나간다. 서창교까지 나아가는 이 둔치길에는 벌써 쑥이 한뼘 길이만큼이나 자라있고 냉이를 비롯한 이름모를 풀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아침밥상에 봄냉이를 엷은 된장에 풀어서 끓인 국이 오르면 봄의 흙냄새가 집안 가득히 퍼지고,국물이 목구멍을 통해서 온몸을 흐르면서 내몸도 매년 봄을 맞는다. 쑥냄새는 어릴적 우리 부모님들의 옷에서 뭍어나는 살냄새같은 애잔함이 있다. 그래서 모시조개를 넣어 끊인 쑥된장국에는 아침강가의 안개같은 색갈이 있고 애잔한 그리움과 아릿한 삶의 고통도 녹아있다. 영화 "워낭소리"에서 불구의 할아버지가 논뚝에 자라나는 냉이,민들레,달래를 엉금엉금 기어서 뜯어다가 소에게 먹이는 손길에는 차라리 처절하기 까지한 사랑이 녹아있다. 레시피로서의 냉이와 쑥은 웰빙식으로서만이 아니라 봄의 전령으로 맑은 생명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서 뛰는데 "사랑녀"님이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불쑥 한마디 던진다. "왜들 뛰는겨?" "왜 뛰기는 왜 뛰여? 넘들이 다들 뛰니께 뛰는거제!" 남도 사투리 특유의 걸쭉한 질문도 질문이지만 답변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
다들 뛰니까 뛰는 것이다. 갑의 입장보다는 을의 위치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나같은 민초들은 남들이 걸어도 뛰고,남들이 뛰면 더 빨리 뛰어야 살아 남는다는 생존경쟁의 원칙에 익숙하게 길들여져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삶의 현장에서 고단하게 뛰어 다니는 생활을 차라리 취미로서의 달리기로 승화시키는지도 모른다. 13키로 지점을 지나는데 예사롭지 않은 질문만 화두로 남기고 "사랑녀"님이 뒤로 쳐져 점점 멀어져 간다. 오는 사람 막지 않았듯이 가는 사람도 붙 잡지 않고 아쉽지만 덤덤한 눈빛으로 떠나 보낸다. 에궁! 우째 이런 일이 자꾸~ 또 소변이 마렵다.
대략 30분 간격으로 세번째다. 이번에는 다행이 서창주유소가 있어 젊잖게 일처리를 하고 나온다. 그러나 품위유지를 수반한 일처리로 시간이 더 소요되어 이번 구간은 30분이 걸려서 통과한다. 달리기대회에서의 대가로서는 혹독하다.
15-20키로구간. 극락강을 벗어나 이제 주로는 약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단조로운 길을 달린다. 전 구간에서 이븐페이스의 기조가 흐트러지면서 까먹은 1분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지만 아직 기력은 그런대로 받쳐주고 페이스메이커 세분도 같이 해준다. 약간 숨이 가쁘지만 가속페달을 늦추지 않는다. 20여명이었던 동반주자들은 그새 반으로 줄어있다. 아까 "사랑녀"님이 남긴 "왜들 뛰는겨?"라는 화두가 계속 메아리가 되어 머리속에 종소리처럼 울린다. 사랑! 사랑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모두 주련다"라는 전제로 시작된다. 이 전제에는 물론 필요충분의 조건이 없다. 지구상의 종교 또한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근간은 사랑을 축으로 하고있다. 그러나 인간세상은 언제나 난 모두 주었는데 넌 안 준다거나 조금밖에 안 준다고 다투고 있다. 심지어 어느 때는 나는 안 주면서 상대부터 탓하기만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관심으로 바꾸어도 답은 마찬가지이다. 마온을 달구는 요즘의 논쟁행태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는 판단의 잣대에서 나부터가 자유롭지 못하다. 연속酒에 이은 달리기로 컨디션이 약간 저조한 상태하에서 템포런수준의 분투결과 27분에 이번구간을 마무리한다.
20-25키로구간. 이제 더이상 소변은 마렵지 않은데 목이 몹시 마르고 허기도 많이 느낀다. 2년만에 다시 찾은 이번 대회는 전보다 중간급수와 각종 먹거리가 더 풍부해졌다. 급수대를 지날 때마다 먹걸이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고 방울토마토 몇개로 허기를 때웠는데 반환점을 1키로 앞두고 있는 급수대에서는 에너지충전과 휴식을 위하여 절제를 해제한다. 풀코스반환점인 남평4거리를 넷타임 2시간을 넘겨서 통과한다. 급수와 에너지리필로 몸의 컨디션은 급속히 회복되고 하체에는 새로운 엔진의 파워가 작동되지만 휴식으로 까먹은 시간은 만회되지않고 29.5분으로 구간통과한다.
25-30키로구간. 다시 대촌지를 거쳐 극락강으로 되돌아 나아간다. 동반주자들은 반으로 줄어들어 6명이 되었다. 그중 한사람은 뒤쳐졌다 따라오다를 반복하는 폼이 불안하다. 반환점을 돌면서 앞바람으로 바뀐 바람의 방향이 은근히 주행을 신경 쓰이게 하더니 극락강에 이르러는 강한 맞바람으로 괴롭힌다. 그러나 괴롭힌다는 표현은 동반주자들의 입장에서 나온 말이고 나는 버프가 아주 긴요하게 보온의 역활을 충실히 한다. 올때는 강변의 둔덕길을 살피면서 감상했는데 이제 돌아가는 길은 강변 넘어에 펼쳐진 푸르스름한 보리밭과 전반적인 강의 형태를 조망하게 된다. 아무리 찬찬히 둘러보아도 극락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에는 땅의 기운이 뭔가 한참 부족하다.
거의 돌풍수준으로 바뀐 순간의 앞바람이 이러한 의구심을 부채질한다. 뭔가 사연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극락이라는 명칭은 아니 올씨다 이다. 에너지 리필의 덕으로 컨디션에 비해서는 좋은 기록인 28분을 끊는다.
30-35키로구간. 그야말로 마의 구간에 왔다. 의지의 한국인이 작동되어야 할 순간이다. 안내도에 올려진 고저도와는 달리 실제 체감으로는 은근한 오르막과 도심구간 특성상 교통통제로 길게 늘어 선 차량행렬이 심적 압박감으로 동시에 작용하는 애로구간이기도 하다. 교통체증구간인 서광주역을 지나 P턴으로 화개초를 오르는 완만하지만 지루한 길에서는 입으로 "하나둘 하나둘"하면서 끊임없이 구령을 붙이고~ 머리 속으로는 불운의 마라토너 "죤 베이커"가 말한 "최선을 다해라.거기에 약간만 더해라.""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만트라(불교나 힌두교의 진언)처럼 수없이 되뇌인다. 언덕구간을 전구간과 동일한 이븐페이스로 28분에 통과한다.
내 스스로 "잘 했어"라고 격려해준다.
35-F구간. 군대말로 X퉁소는 불어도 시간은 간다는 말이 생각나는 구간이 왔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광주마라톤에서 이 마지막구간은 전체구간중 가장 급경사의 구간이기도 하고 피니시라인인 체육관을 뻔히
바라만 보면서 거의 3키로를 360도 뺑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 어이없는 구간이 마른 수건 물기 짜듯이 인내심을 시험한다. 대부분의 주자들이 걷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달리기의 참맛은 바로 이러한 극심한 고통을 수반하는 곳에서 진정한 희열을 맛 볼 수있다. 하물며 일본의 세계적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달리기를 축으로 한 문학과 인생의 회고록에서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웠다고까지 실토한다. 40키로까지의 5키로구간도 의지의 만트라 덕분에 연속 이븐페이스주인 28분에 통과한다. 여기까지 생존한 페이싱팀의 동반주자는 달랑 3명뿐이다. 이제 남은 2키로는 약간의 내리막과 평지로 구성되지만 이미 소진해버린 체력으로서는 쉽지않다. 여기까지 동반주하며 고락을 같이한 페메님들과 작별을 고하고 단독주를 키로달 6분페이스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이븐페이주에 대한 자축을 주최측에서 푸짐하게 제공한 돼지고기보쌈,김치,두부,잔치국수와 막걸리로 맛있게 마무리한다. 이번 대회의 팀장이며 서브4 페이싱 대장이기도 한 박남균님을 비롯한 김치옥,박경오님의 수고에 대해 감사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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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제는 완전히 체력이 회복된 듯 합니다. 남평 평야를 바라보는 님의 시선이 매우 날카롭네요. 되돌아오는 극락천의 맞바람이 너무나 힘에 겨워 기억도 없는 나에게는 님의 활기찬 기운에 그져 감탄할 뿐이로소이다. 뛰었다 하면 sub4로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봄이 오는 남도의 들녁에서 이븐페이스로 완주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봄 소식이 진하게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완벽한 회복, sub4 완주를 축하합니다. 3월에 큰 일한번 저질러보이소?
그 동안 열심히 훈련한 결과가 이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안정된 기록입니다. 빨리 회복하시고 동아에서 한바탕 달려봅시다.3월 첫 완주 축하드립니다.
잠실에서 번쩍! 광주에서 번쩍! 줄 Sub4를 축하 합니다. 2009년이 잘 잡혀가는듯 합니다.
어느 메이저대회의 최우수대회참가기를 읽은 듯 한 느낌입니다. 잘 보았구요 좋은 기록 좋은 출발 축하드립니다. 먹걸이도 그렇게 좋디니 구미가 당기네요
어느 메이저대회의 최우수참가기를 읽은 둣한 느낌입니다. 잘 보았구요 좋은 기록 좋은출발 축하합니다. 먹거리가 그렇게 풍부하다니 구미가 당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