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연안에서 오스트리아까지 1,200km 길이로 뻗어 있는
거대한 알프스산맥에는 4,000m급 봉우리가 모두 150개 있다.
오래전부터 그 중 60개 봉만 독립봉으로 인정해 왔는데,
이 책의 저자 리하르트 괴데케(Richard Goedeke)는 몬테로자의 푼타 바레티봉(4,013m)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한다.
또한 독립봉이 76개, 79개, 82개라는 각각 다른 주장도 있는데,
안부에서 정상까지 수직고 35m를 초과하는 봉우리만 독립봉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따르면 그 숫자는 75개이다.
알프스 4,000m급 봉우리의 최초 완등자는 독일 안과의사 칼 블로디크(Karl Blodig) 박사였다.
그는 20살에 가이드와 몬테로자의 거대한 동벽을 등정한 후
1882년 가이드 없이 동료와 몬테로자의 줌스타인슈피체(4,563m)와 두푸르슈피체(4,634m) 2개 봉,
그리고 바이스호른(4,505m)을 등정하며 알프스 4,000m급 봉우리 완등 레이스를 펼치기 시작해
1911년 영국 산악인 윈스롭 영 일행과 몽블랑의 브뤼야르 능선을 직등하며
능선상의 4,000m급 3개 봉을 등정하고 그 레이스를 마무리지었다.
그는 1932년 73세의 나이에 75번째 봉우리로 그랑로슈스(4,102m)를,
76번째 봉우리로 에귀뒤자르뎅(4,035m)을 단독 등정하기도 했다.
알프스산맥에서 고립되어 솟아 있는 3개 봉은 에크렝, 그랑 파라디조, 베르니나봉이다.
에크랭(4,101m)은 도피네 산군(서부 알프스) 최고봉으로,
1864년 가이드 크로와 알머가
영국 산악인 무어와 에드워드 윔퍼를 안내하며 스텝 커팅으로 북벽을 돌파한 후 동릉 상부로 등정하고 서릉으로 하산했다.
윔퍼의 저서 <알프스 등반기>에 수록된 이 봉우리의 등정기는 등반 교과서로 오늘날도 애독되고 있다.
이 산의 험한 남벽과 사우스필라가 유명한 루트이다.
그랑 파라디조(4,061m)는 그라이안 알프스(서부 알프스)의 최고봉으로,
낙원이란 뜻의 산 이름에 걸맞게 산 밑에는 여러 개의 원형 호수들이 환상적인 풍광을 이루고,
산속에는 원시시대를 상기시키는 야생 염소 떼가 뛰놀고 있다.
피츠 베르니나(4,049m)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베르니나 산군(중부 알프스)의 최고봉이다.
이 산군은 그 기슭에 매우 아름다운 자생 꽃밭으로 유명한 엥가딘 계곡과
아름다운 숲으로 유명한 브레가글리아 계곡을 끼고 늘어선 능선상의 암봉과 설봉 군(群)으로
‘알프스의 무도장(舞蹈場)’이라고 불린다.
이 산군 중에서 가장 완벽한 산악미를 간직하고 있는
몬테 디스그라지아는 알프스의 가장 아름다운 6개 봉우리 중의 하나다.
1937년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산악인 리카르도 캐신이 초등하여
유명해진 피츠 바딜레의 북동벽도 이 산군의 산악미를 잘 표출하고 있다.
몽블랑(4,807m)의 남벽에서 3개 능선,
즉 퓨트리 능선·이노미나타 능선·브뤼야르 능선이 길게 뻗어 내린다.
퓨트리 능선상의 에귀블랑쉬(4,112m)는 1885년 유명한 가이드 에밀 레이가 초등했는데,
낙빙과 낙석으로 알프스에서 등반이 가장 어려운 산 중 하나다.
브뤼야르 능선상의 루이기아메데오(4,460m), 몽브뤼야르(4,069m), 푼타바레티(4,013m) 3개 봉 중에서
가장 유명한 몽브뤼야르의 좌측 필라,
즉 레드필라는 1959년 이탈리아 산악인 월터 보나티가 동료와 초등하여, 거기에 자신의 불멸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퓨트리 능선과 이노미나타 능선 사이의 프레니 빙하 상단에 가파른 거벽, 프레니 벽이 높이 솟아 있다.
이 벽에는 4개의 거대한 필라,
즉 사우스필라(히든 필라), 필리에 데로브, 중앙 필라, 우측 필라(제르바수티 필라)가 있는데,
우측 필라는 1940년 이탈리아 유명 클라이머 제르바수티가 동료와 초등했다.
1961년 월터 보나티 외 2명과 프랑스 산악인 피에르 마조 외 3명이 합동으로 프레니 중앙 필라에 도전했다.
그들이 최난 구간인 높이 76m의 ‘샹델’이라는 오버행 수직벽 밑에 도달했을 때 폭설을 동반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들이 60시간을 버티다가 1m 높이의 심설을 헤치며 하산 중에 4명이 탈진으로 사망하고,
보나티·마조·갈리에니 3명만 생환했다.
한 달 후 영국 산악인 크리스 보닝턴·돈 윌런스·이안 클러프와 폴란드 산악인 얀 듀크로즈 4인 팀이
몽블랑의 최고 암벽 난코스의 하나인 이 루트 초등에 성공했다.
퓨트리 능선 우측의 브렌바 빙하 상단에 유명한 브렌바 벽과 브렌바스퍼가 있다.
몽블랑의 유명한 빙벽 루트인 브렌바스퍼는
1865년 스위스의 유명 가이드 멜키오르가 그의 사촌 동생 야콥과 영국 산악인 무어 일행을 인도하며,
얼음 칼날능선과 거대한 빙벽을 돌파하고 초등했다.
브렌바 벽에는 1927년 영국 산악인 프랭크 스마이드와 그래험 브라운 박사가 가이드 없이 직등루트인 상티넬 루트를 개척했고,
다음 해 마조르 루트를 개척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1933년 브라운 교수는 2명의 가이드와 브렌바 벽에 제 3루트, 데라 페라 루트를 개척했다.
몽모디(4,465m)의 아름다운 남동릉,
즉 쿠프너 리지는 1887년 스위스의 유명 가이드 부르게너가 동료와 함께
스위스인 고객 쿠프너를 인도하며 3일간의 고투 끝에 개척했다.
몽블랑 뒤 타퀼(4,248m)의 남동릉, 디아블(惡魔) 능선에
그랑 카퓨셍과 ‘악마의 바늘’이라고 불리는 5개 암봉,
즉 코른 뒤 디아블(4,064m), 푸앙트 쇼베르(4,047m), 푸앙트 메디앙(4,097m),
쌍둥이 봉 푸앙트 카르멘(4,019m)과 리졸레(4,144m)가 늘어서 있는데,
1928년 프랑스 유명 가이드 아르망 샤를레가 징 박힌 등산화를 착용하고,
카라비너나 피톤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미국인 오브리엔과 그의 약혼자 언더힐을 안내하며 최초로 종주했다.
몽블랑 뒤 타퀼의 북동벽 상부에 두 개의 바위 필라가 나란히 서 있다.
우측 필라는 1936년 이탈리아 산악인 보칼라트가 아내와 초등하여 보칼라트 필라로 명명되었고,
좌측 필라는 1946년 이탈리아의 유명 클라이머 제르바수티가 등반 중 추락사하여 제르바수티 필라라고 명명되었다.
두 필라 사이의 디에드르(코너)는 동계에 400m 높이의 빙벽으로 변하는데,
‘수퍼 쿨와르’라고 불린다. 1975년 프랑스 산악인 부아벵·가바루 조가 이 빙벽을 초등했다.
몽블랑의 동쪽 로슈포르트 능선 끝에는
샤모니 에귀 중의 하나인 ‘거인의 이빨’ 당뒤제앙(4,013m)이 120m 높이의 절벽을 이루며 거대한 암탑으로 솟아 있다.
이 봉우리에서 11년간 이어진 등정 시도 중에는 스위스 유명 가이드 부르게너,
영국 산악인 머메리와 같은 당대의 뛰어난 산악인들의 등정 실패도 포함되어 있다.
당뒤제앙에는 전위봉과 북동봉이 있다.
이 봉우리의 전위봉(푸앙트 셀라·4,009m)은 1882년 가이드 마키나즈 3형제가 셀라 4형제를 안내하며 올랐다.
마키나즈 형제가 암벽에 스텝을 깎거나 크랙에 대못을 박아 로프를 걸며 등정한 최초의 인공 암벽등반이었다.
몇 주 후에 가이드 파요(Payot)와 쿠페렝(Cupelin)이 영국인 그래험을 안내하며 북동봉(푸앙트 그래험·4,013m)에 올랐다.
1900년 오스트리아 파늘 일행은
인공 보조등반법을 쓰지 않고 얼음이 얼어붙은 북릉으로 이 봉우리를 등정했다.
1935년 부르가세와 라이츠가 짧고 가파른 남벽에 여러 개의 피톤을 설치하며 등정했다.
몽블랑의 동쪽에 그랑조라스(4,208m) 북벽이 있다.
이 벽의 3개 스퍼 중 크로스퍼는 1935년 독일인 마이어 일행이,
워커스퍼는 1938년 이탈리아인 캐신 일행이,
윔퍼스퍼는 1964년 이탈리아 산악인 보나티 일행이 초등했다.
워커스퍼 좌측의 이롱델 능선 상부로 이어지는
그랑조라스 북벽의 유일한 빙벽 루트인 렝쉘(壽衣·영어로 Shroud)은
1968년 프랑스 산악인 드메종과 프레마티가 8일 만에 초등했는데
1977년 부아벵은 이곳을 단 2시간45분 만에 단독 등정했고,
1993년 영국의 여성 클라이머 하그리브즈는 2시간30분 만에 단독 등정했다
(그녀는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에 이어 1995년 K2 단독 등정 후 하산 중에
아브루치 능선 상부에서 허리케인에 날려가 실종되었다).
몽블랑 산군의 북동쪽에 위치한 페닌 알프스(서부 알프스)에는 10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알프스 제2의 고봉인 ‘장미의 산’ 몬테로자가 있다.
주봉 두푸르슈피체는 1855년 영국 찰스 허드슨 목사 일행이 초등했고,
3년 후에 영국의 틴달 교수가 단독등정에 성공했다.
1873년 페르디난트 임젱이라는
스위스 사냥꾼이 5명의 고객을 이끌고 몬테로자의 높이 2,500m의 거대한 동벽을 어렵사리 초등했는데,
나중에 가이드로 변신한 임젱은 세 번째 동벽 등반에서 눈사태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 산군에 마터호른(4,478m), 바이스호른(4,505m) 등도 포함된다.
장엄한 봉우리의 전형인 마터호른의 훼른리 능선은
윔퍼 일행이 초등하고 하산시 자일이 끊어져 4명이 추락사하는 비극이 발생한 루트이고,
츠무트 능선은 유명 가이드 부르게너와 영국 산악인 머메리 일행이 초등했고,
북벽은 독일의 슈미트 형제가 초등했다.
1861년 영국의 틴달 교수가 초등한
‘백색의 피라미드’ 바이스호른에 동릉·남릉·북릉 3개 능선과 남벽·북동벽 2개 벽등반 루트가 있는데,
영국의 윈스롭 영과 가이드 크누벨이 남벽과 북동벽을 초등했다.
페닌 알프스와 레폰틴 알프스(중부 알프스) 북쪽에,
론 계곡과 라인 계곡을 사이에 두고 스위스의 베르너 오벌란트와 퇴디 산군이 마주서 있다.
베르너 오벌란트에는
아레치호른(4,195m), 핀스터아르호른(4,273m), 융프라우(4,158m), 묀히(4,099m), 슈렉호른(4,078m) 등이 있다.
베르너 오벌란트의 최고봉인 아레치호른의 북벽 아래에 알프스에서 가장 큰 아레치빙하가 있고,
남서벽은 암벽등반 코스다.
슈렉호른은 알프스에서 등반이 가장 어려운 봉우리 중의 하나로 영국 산악인 레슬리 스티븐 일행이 초등한 암봉이다.
이 책 <The Alpine 4,000m Peaks>는 알프스의 4,000m 급 봉우리의 고전 루트와 난이도,
등반 개념도 외에 알프스 4,000m 급 봉우리 150개의 명단과
알프스의 풍광을 담은 흑백사진 49점, 컬러사진 48점이 수록되어 있는 알프스 등반가의 필독서다.
문고판, 240쪽. 1991년 영국 디아뎀 출판사 간행.
이창기 전 강릉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