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 파크랜드, 더베이직하우스, 그린조이의 공통점은.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패션 기업이라는 것이다. 세정은 한진해운, 르노삼성자동차, 부산은행 등과 함께 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패션 기업이다.
부산發 패션 성공 기업 많아
현재 13개 관계사를 거느린 세정은 패션 사업을 중심으로 올해 그룹 외형을 1조원대로 키워 패션 전문 기업에서 종합생활문화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뛰고 있다. 더베이직하우스는 캐주얼 ‘베이직하우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여성복과 남성복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거래소에 상장 매출 1951억, 순이익 218억원을 기록 캐주얼 업체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였다. 그린조이는 가두 상권에서 골프웨어 돌풍을 일으키며 신흥 패션 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에는 부산이라는 지역적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 부산은 일찍이 신발과 함께 모직 산업과 봉제 산업이 발달한 도시로 패션 산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 대구는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복호, 김두철 씨가 30년 넘게 지역 패션 산업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도호 씨는 지난달 재팬패션위크에 참가,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특히 이들 디자이너는 지역 섬유 업체들이 개발한 소재를 가지고 자신들의 작품을 제작,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역 패션 산업이 오랜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구가 2011년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인천이 2014년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는 등 국제 도시로 발돋움하듯 부산과 대구, 전주, 대전, 광주 등 전통의 패션 도시들도 국제화,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디자인센터 등 인프라 투자
◇◇부산, 대구, 전주, 대전, 광주 등 전통의 패션 도시들이 최근 국제적인 행사 개최와 인프라 구축 등으로 재도약의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패션 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중앙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산과 대구, 전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부산은 얼마 전 11명의 유명 디자이너가 참가한 프레타포르테 부산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지난 20일에는 부산디자인센터를 개관했다. 부산디자인센터는 산자부와 부산시가 공동 출자 지난 2002년부터 총 5년의 사업기간과 472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공공기관으로 지난해 출범한 광주디자인센터에 이은 두 번째 지역 디자인센터다.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에 부지 1635평, 연건평 7089평,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로 들어선 이 곳은 부산뿐 아니라 울산, 경남 등 동남권 디자인산업 부흥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패션섬유 업계는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부산섬유예술가회 회장을 지낸 박수철 교수가 초대 회장직을 맡으면서 섬유, 패션 디자인 분야의 적극적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구는 봉무동에 들어서는 신도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봉무동은 당초 밀라노프로젝트(섬유산업 구조고도화 사업)의 핵심사업인 ‘패션어패럴밸리’가 조성될 예정인 곳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36만여평의 신도시가 들어서게 됐다. 2012년 완공되는 이 곳에는 대형 테마파크, 호텔, 쇼핑시설, 아파트는 물론 패션섬유와 관련된 각종 기관 및 연구소, 패션 디자인 관련 업체, 봉제 공장 등이 입주해 명실상부 대구 패션섬유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대구는 또 상반기에는 기능성 소재 전문 전시회 프리뷰인대구(PID), 하반기에는 토틀 패션 전시회 국제패션페어를 개최하고 한국섬유마케팅센터(KMC)와 대구텍스타일마케팅센터(DMC)를 설립,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전주 한지 패션 메카로 뜬다
전주는 닥(한지) 섬유의 메카로 거듭난다. 이를 위해 ‘닥섬유 니트·패션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 사업은 오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수백억원을 투입, 닥섬유를 대량 생산하고 이를 방적 및 제직해 수출하고 지역 패션 업체에 공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패션 산업 발전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될 과제가 많다.
인재 양성 무엇보다 시급
그 중에서는 지역 관계자들은 인재 양성을 첫 번째 과제로 꼽고 있다. 서순남 부산패션협회 회장은 “지역 패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 역량있는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하며, 이들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미패션 정소영 실장은 “광주에 변변한 향토 브랜드 하나 없을 정도로 패션 산업이 위축된 것은 실력있는 인재들이 서울로 모두 떠났기 때문”이라며 “지역 패션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기관 확충을 통한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금·정책 지원 현안 풀겠다”
부산섬산연 최순환 회장
11개 단체 1천여 회원사를 아우르며 부산 지역 섬유 패션 업계의 핵심 사업을 하나하나 매듭짓고 있는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최순환 회장. 지난 12일 프레타포르테 부산 개막 쇼 직후 만난 최 회장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프레타포르테 부산은 처음으로 치러진 추동 시즌 컬렉션이었음에도 순조롭게 시작됐고 섬유패션산업연합회의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 왔던 부산디자인센터도 개관했습니다. 5년 동안 연합회를 이끌어 오면서 힘든 점이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결실을 보게 되니 그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일 개관한 부산디자인센터는 처음 연합회 주도로 발의했지만 부산 뿐 아니라 경남 지역 전체의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부산시에서 부지를 제공하는 시 정책 사업으로 발전했고 앞으로 진행할 각종 프로그램의 운영도 맡기로 했다. “이번에 오픈한 디자인센터는 인재를 양성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겁니다. 부산 출신의 우수 인력을 우리의 힘으로 키워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업계, 학계를 체계적으로 엮어 미래지향적인 계획을 연구, 수립하도록 할 겁니다.” 골프웨어 ‘그린조이’를 전개하고 있는 패션 기업 오너이기도 한 최 회장은 ‘그린조이’를 전국 가두 상권 톱 브랜드로 키워낸 토양이 된 부산과 향토 기업에 대한 애착 및 자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신을 믿고 따라준 회원사들에 대한 의무감과 부산 출신의 인력을 업계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둥으로 키워내겠다는 사명감에서 정부 각 단체로, 회사로, 영업 현장으로 동분서주 하고 있다. “부산은 이미 패션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아 대중의 관심은 커가는 반면 뒤를 받쳐줄 산업 기반은 취약한 실정입니다.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때문에 최 회장은 시급한 4가지 현안을 해결해 회원사들과 지역 사회에 힘을 실어 주려 하고 있다. “먼저 연 1억5천여만원에 불과한 협회 지원금과 오는 11월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하는 섬유, 패션, 신발협회 참가사들의 전시 부스, 지역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운영비 지원을 현행보다 늘리기 위해 시와 협의 중에 있으며 대규모 공모전과 시상 제도, 취업과 창업 지원 등 정책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