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2022)-인신매매 여정과 알 수 없는 결말
한국 유명 배우들과 협업한 일본 유명 감독.
어떻게 이런 조합이 탄생한 건진 모르겠지만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처럼
반가운 동시에 생소한 느낌이 있었다.
이 감독(일본 감독)의 영화는 예전에 학교에서 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유일했다.
그래서 브로커를 보기 전에 부랴부랴 유명작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어느 가족'을 봤다.
'아무도 모른다'도 보려고 했지만 귀찮아서 실패.
그렇게 이 감독의 영화를 몇 개 몰아봤지만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브로커를 봐도 좀 졸리겠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칸느에서 상 받았다니까 궁금해서 봤다.
역시나 브로커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 대중이 좋아할 스타일도 아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이렇게 지루할 수가.
원래도 이런 스타일인 감독의 영화지만
브로커는 '굳이 이 장면을 넣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많아 더 늘어지게 느껴졌다.
러닝타임 20분 정도만 줄여주지...
브로커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어느 가족'의 확장판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영화를 같이 본 친구는
이 감독의 영화를 모두 봤다고 했는데,
친구 왈 '어느 가족' 이후로
감독의 스타일이 많이 변한 것 같단다.
확실히 그 전작들에 비해서는 무겁고
교훈을 전달하는 데에 비중을 두는 느낌.
브로커도 그러했다.
생명과 생명의 버림 혹은 유기,
그리고 사고 파는 것에 대해 다루는 영화.
그래도 갓 태어난 아기 뿐만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생명 모두가 소중하다
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는데
그것을 전달하는 등장인물의 사정이 모두 달랐다.
인신매매를 주도하는 상현,
보육원에서 자란 동수,
참혹한 사정이 있던 소영,
그리고 생각도 못한 조커 해진.
이들은 아기를 데리고
'더 좋은 부모를 찾아준다'
는 이름의 인신매매를 하러 나선다.
다만 그 무거운 주제와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결말은 단면적인 부분만 비춰주고 끝났다.
결말에서는 생모인 소영과 형사 수진을
중점적으로 비춰주며 끝났는데,
아무래도 둘의 죄책감과 책임감에
중점을 둔 결말이라고 보인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인신매매를 했던 상현이나 동수가
자신의 죄를 뉘우쳤던 부분이 있었는가?
결말을 보고 나와 친구는 동시에
'그래서 그 둘은 어떻게 됐는데?'를 외쳤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배두나가 연기한
수진에 대한 설명이 없이 끝난 게 아쉬웠다.
아이를 버린 소영을 증오하던 수진.
그 사정과 서사에 대해 풀어주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알려주지도 않는다.
결말부가 휘리릭 진행되었기에
소영과 수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수진은 대체 무슨 감정 때문에 아이를 맡게 됐는지
시청자로서는 추측만 할 수 있게 되었다.
소영은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가해자가 된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런 소영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시민을 지켜야하는 형사인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걸까?
아무튼 소영과 수진 개인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을 주는 결말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를
확실히 지적하는 부분이 있어야 했다고 본다.
이 영화가 호불호 였던 가장 큰 이유는
너무 교훈 전달에 포커스를 둔 것 같다는 것.
그리고 그 방식이 세련되지 않았다는 것.
이 감독의 전작들 몇 개를 봐도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이
이렇게 작위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만 봐도
여러 인물들의 대사와 사정, 성장에서
그 교훈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 '어느 가족'에서는
대사를 통해 너무 대놓고 전달하는 느낌.
이번 브로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후반에 형사 둘이 주고 받는 이야기
'우리가 브로커였네요'
부분은 정말 대사 왜 이렇게 쓴 건지 싶었다.
이와 관련해 대사들도 세련된 느낌이 아니라
몰입이 자꾸 깨졌다.
그리고 뭘 말하고 싶은진 알겠는데
곁가지가 너무 많은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자잘한 사건도 많고 인물도 많고
그래서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송강호의 연기는 그럴 싸 했다.
하지만 칸느 주연상 받을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연기를 못했다는 말이 절대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연기력이 돋보였는지 모르겠단 말.
여태 그의 많은 업적과 노고를 생각하면
큰 상을 받는 건 당연해보이지만
이 영화의 정확히 어떤 부분 때문에
상을 받은 건지는 개인적으로는 모르겠다.
송강호의 연기를 많이 보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신선해 보였나 싶지만
그의 연기를 자주 봐온 한국인으로서는
놀라움은 느끼지 못했다는 이야기.
그래도 그가 연기한 상현은
이 극 안에서 특이한 캐릭터로 다가왔다.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아기들의
신분과 출생까지 세탁하는 것도 그렇고.
무슨 계기로 인신매매까지 하게 되었는지
사연을 알 수 없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이건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데
왜 이주영을 이렇게 밖에 못썼지...?
이주영이 맡은 역할은 진짜
수진과 말을 주고 받기 위해서 만들어진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주영의 폭풍연기를 기대한 나는
너무 조연처럼 나온 점이 너무 아쉬웠다고...
왜 굳이 경남을 배경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왜 특유의 찰진 억양과 사투리는
단역들만 사용하는지...?
바다 배경이 필요했던 건 알겠는데
정말 굳이...?
같이 본 친구가 경남 출신이었는데
억양 이게 말이 되냐고 물어보니까
절대 말도 안된다고 그러더라...
암튼 영화를 본 직후에는
'뭐지?'라는 생각만 들어서
며칠 간을 곱씹어서 생각해 봤는데도
단점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어지간히 취향이 아니었나보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많은 관객들이
실망 섞인 탄식을 뱉는게 웃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