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동안 마애여래불이 있는 한적한 산길을 조용히 걸었습니다. 인간이란 참…. 가다 보니, 없던 번뇌가 생기대요.상황이
달라지니 예기치 않았던 생각이일어난 겁니다.걸어면서 '점심은 어디서 먹지?', '뭘 먹을까?', 금정산 정상 고단봉에서
먹을까?' 그렇지만은 이런 생각 자락을 붙들지 않고, 가만 흐르게 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인연에 맡기면 그만이니까.
'번뇌'란 흐르는 생각을 붙잡는 순간 생기는 '망상'으로 변하니까?
올해 가기 전에 꼭 마애여래불을 만나야지.벼르다가 오늘 겨우 짬을 내어 수행을 하는 마음으로 만나 보고 싶었다.거대한
바위에 마애여래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마애여래불은 나에게 붉은스레한 모습으로 인자하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마애여래불님.두손을 모아서 소인은 올 한해동안 부족함이 너무 많았습니다.너그렇게 용서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발길을 돌려서 겨울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지만은 나무계단을 타고 고당봉,고모당.정상 올랐습니다. 금정산 정상
고당봉에 오르자! 내 가슴이 시원하게 정말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바위에 멋스럽게 서 있는 정상석도 소인을 무척
반갑게 맞이 해주웠습니다.어떠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겨울 풍광을 표현을 할수 있을까요.푸른 소나무.왕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사이로 하얀 기암절벽이 장관이다.아아아....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자연이준 선물에 그저 존경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고당봉 전망대에서 낙동강 강바람은 상쾌하고 세차게 불어오는 겨울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다.동서남북으로 조망이
아름답고 산세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낙동강.넓은 김해평야.회동 수원지.철마산.아홉산.장산.백양산.승학산.
장군봉.고당봉.계명봉.의상봉.파리봉.상계봉 등이 두루두루 보였다.
금정산 고당봉은 전설이 깃든 금정산의 최고봉이다. 그동안 수 없이 고당봉에 올랐지만 고당봉의 전설(고모사당)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다.이름 없는 할미의 혼이 깃든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고당봉은 그 옛날 금빛
물고기가 하늘로 부터 내려와 논다는 금샘이 있는 곳과 멀지 않고.이 고당봉에는 평생을 불심으로 살다 죽은 할미
보살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그 옛날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목조건물이라 화재에 시달렸다고 한다. 밀양에 살던 할미 보살이 범어사가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절을 잃고 망연자실한 스님들을 위해 전국을 돌며 몸을 아끼지 않고 범어사 중건을 위해
전력을 기우리다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하고 저 높은 봉우리 아래에 고모선신(姑母善神)을 모시는
사당을 지어 고모제(姑母祭)를 지내 주면 금정산의 수호신으로 변해 범어사를 도우겠습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 할미 보살의 뜻을 따라 고당봉에 고모 사당을 지어 1년에 두 번씩 (음력 1월 15일, 5월 5일) 고당제를 지내고 있다.
그래서 인지 범어사는 다시 중건하게 되었고 화엄의 대표적인 사찰로 자리잡고 있다.고당봉은 동국 해변에 의상대사와
함께왕이 친히 금정산에 올라 7일 7 야를 일심으로 독경했다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불가에서는 부처님의 화엄일승인 최고의 법문을 높은 깃대에 세웠다는 의미로 금정산 제일 높은 고당봉에 기치를
꽃아 세웠다는 뜻으로 고당(高堂)으로 쓰여왔다.고당봉은 임진왜란으로 범어사가 화마를 많이 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시대부터 금정산은 호국의 의지의 횃불을 당긴 곳이다.고당봉의 할미 보살의 전설은 이러한 호국 의지의 횃불에서
나온 얘기로 받아 들여 진다.
우리는 급하면 관세음보살 찾는다는 옛날 속담처럼 혹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잘 쓰시는 '내 절 부처는 내가 위하 여야
한다.'는 말씀처럼, 금정산의 고당봉의 고모당 전설이 된 할미 보살의 마음은 자신의 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호국 불사
범어사를 지키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얘기다.그렇다. 금정산 고당봉의 고모당 전설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호국 불교에
대한 절실한 믿음에서 나온 얘기이다.
금정산 주봉인 고당봉을 내려놓고 북문을 거쳐서 범어사 계곡으로 내려오는 돌계단 산길에는 낙엽이 많이 떨어져 깔려
있었습니다.수복히 쌓인 낙엽도 밟고 천천히 돌계단을 걸었습니다.
범어사 계곡에 흐르는 물이 때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말라버려서가 아니라 떨어진 낙엽이 계곡을 온통 뒤덮어 버렸기
때문입니다.간혹 물이 흘러가는 곳은 거울처럼 투명하게 물을 볼수 없기 때문입니다.졸졸 흐르는 물에 낙엽이 꿈틀꿈틀
거리고.흐르는 물에 내 얼굴을 비추어 보고,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고장난 벽시계는 멈출수 있겠지만은 흘러가는
세월을 붙 잡을 수 없듯이 야속 하게도 참 빠르게 흘러 가네요.
범어사 계곡 돌계단을 걷는 가벼운 걸음이 천년고찰 범어사에 가까워질 즈음,맑은 목탁 소리가 울려 펴졌습니다.왠지
인연이 닿을 거란 느낌이었달까? 왕상한 나무 가지 사이로 겨울 찬 바람이 일었습니다.
천년고찰 범어사로 가는 돌계단 길 위에서 화두를 꺼내 '허망한 상'에서 '진실한 상'을 찾는 마음 공부로 들어갑니다.
내 삶, 과거 속으로의 시간 공유를 시도합니다. 이유는 호흡(風), 체온(火), 피(水), 몸(地)으로 구성된 육신이며 유한한
'허망한 나'를 돌아보고, 거기에서 영원하고 '진실한 나'를 깨닫기 위함입니다. '나'와, '나'이지만 '내'가 아닌 '허망한 나'
를 같이 보면 불생불멸이기 때문입니다. 삶은 자기 필름을 계속 돌리고 산다지요? 때문에 마음 열고 지나 온 나를 돌이켜
보는 겁니다.
이름난 금정산에는 그 유명한 금정총림 선찰대본산 천년고찰 범어사가 자리 잡고 있다.범어사는 신라 문무왕 때(678년),
의상대사가 해동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건 하였다. 화엄경의 이상향인 '맑고 청정하며 서로 돕고 이해하고 행복이 충만한
아름다운 삶'을 지상에 실현코자 건립된 사찰이다. 오래로는 의상대사.원효대사로부터, 근세에는 만해 한용운 선사 등
고승들이 수행 정진하여 오면서, 한국의 명 사찰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녀오고 있다.
범어사 성보 박물관 마당에 우뚝 서 있는 석탑을 바라보며 잃어버린 나를 생각 한다.나라고 믿고 있는 몸은 잠시 의탁한
것일 뿐 참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 차리게 해준다.참 나를 잃어버렸으니.고통을 받고.방황하고. 헤맬수 밖에 없다는
나의 생각에 이르게 된다.
범어사 대웅전에서 2018년도 내 삶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았습니다.범어사 부처님께 얻드려서 1년동안 성찰 하는
마음으로 참회를 했습니다.번뇌가 사라지면 부처의 마음이 된다지 않았는가? 바람이 쉬면 파도 그대로가 고요한 물이
듯이,산사의 정적을 깨우는 죽비 소리에 잃어버린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난다. 황금빛 물고기가 놀았던 천년고찰
범어사에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내 자신을 소중하게 되돌아 본다.
참 고습니다.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오색 연등 너무 곱습니다. 산사 산길에 피어난 오색 연등은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불자님의 마음이며 천상의 꽃입니다.칠흙처럼 깜깜했던 어두움도 일순간에 오방색 광명으로 밝혀 주는 오색 연등이
범어사 일주문 ,천황문.불이문.보재루.대웅전.산신각.경내에 걸려 있으니 산사를 찾아가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운
발걸음이다.
사람들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참으로 평온합니다. 불평불만을 털고, 불안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떨쳐 낸 사람들만이 지을 수 있는 지긋한 표정입니다.일렁거리는 연등, 오색찬란한 연등 빛으로 천년고찰 범어사
일대는 천상의 세계가 되었습니다.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연등이 걸렸습니다.
불자님들은 올 한해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마 시주해 놓으니 등불로 밝힌 것입니다.사람들의 정성과 기도하는
마음은 오색연등이 되었고, 그 사람이 서원하는 바람들은 꼬리표가 되었습니다.어떤 사람은 사업 번창을 서원
했습니다.어떤 사람은 승진을 기원 했고.예비고사를 치른 학부모님은 좋은 대학 합격을 기원 했습니다.소인도 가족
건강를 기원 했습니다. 소원 하는 내용들도 삼라만상의 번뇌처럼 사름들마다 다양 합니다.
범어사 부처님 미소처럼 잔잔한 겨울 바람이 불어 옵니다.불어오는 겨울 바람조차 살랑 거립니다. 겨울 바람이 세차게
불면 오색연등이 물결 칩니다.오색 연등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 조차 요람입니다.하염없이 오색 연등을 바라
보고 나를 잊었습니다.
오색 연등의 아음다움에 아름다움에 빠져드니 텅 빈 허공처럼 무가 됩니다.무가 되니 생로병사가 없고. 생각도 없고
없다라고 생각 하는 그 자체도 없습니다.사랑하는 마음도 없고.미워하는 마음도 없습니다.사랑이 없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에서 겪게 되는 애별이고가 있을수 없고.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데서 오는 고통도 없습니다.
보재루.불이문.일주문을 빠져나와서 낙랑장송한 노송 사이로 거다보면.어느새 마음이 정화되고 왔던 산길을 다시 한 번
더 걷고 싶은 충동마저 느껴집니다,2018년도 한해가 몇 시간 후 에는 영원히 사라 집니다.다리는 묵지근해졌지만 마음이
홀가분해졌기 때문이다.소인을 아는 모든 분들께도 2019년도 희망찬 새해는 행복과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