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위상을 떨어트린 5가지 이야기
10년, 20년 후 2015년 KBO리그는 어떻게 기억될까.
10구단 kt 위즈가 첫발을 내딛었고, 두산 베어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프리미어 12' 우승에 열광했던 2015년 한국 프로야구. 4년 만에 프로에 복귀한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투수 혹사, 퇴행적인 선수단 운영으로 호된 비판을 받으면서도 주목을 받았고,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경기 중에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는 리그 첫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또 박석민은 NC 다이노스와 4년간 96억원에 계약해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시즌 종료 후 KBO리그는 최고 타자 박병호, 김현수를 메이저리그로 떠나보냈다. 동전의 양면처럼 당연히 그늘진 구석도 있다. 올해 KBO리그 위상을 떨어트리고 그늘을 드리운 사건을 돌아본다. .
1. 삼성 라이온즈 선수 해외 도박.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삼성의 꿈이 해외 도박이 불거지면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야구계를 심란하게 했던 마카오 원정도박 얘기가 검찰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도박 연루설이 나돌았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을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주축 투수 세 명이 빠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맥없이 무너졌다. 선수들의 해외 도박은 내부적으로 삼성을 무너트렸을 뿐만 아니라 KBO리그 전체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임창용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사실상 방출했다. 검찰은 임창용을 지난해 11월 말 마카오의 정킷방에서 수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
2. SNS 폭로 글 파문.
프로야구 위상이 높아져 이름이 다소 생소한 선수까지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선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언행에 신중해야하는데, 대참사가 벌어졌다. 신생팀 kt의 주전 포수 장성우는 여자 친구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SNS에 사생활을 폭로하는 글을 올려 홍역을 치렀다. 이 글에는 장성우가 같은 포지션의 선배, 현 소속팀 감독, 유명 치어리더, 팬을 비하하고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kt 구단은 장성우에게 내년 시즌 50경기 출전정지, 벌금 2000만원 징계를 발표했다. 장성우는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당했다. 소속팀 kt, 나아가 KBO리그 명예까지 실추시켰다. .
3. 최진행 금지약물 복용.
메이저리그가 한동안 금지약물 문제로 홍역을 치렀는데, KBO리그에서는 한화의 중심타자 최진행이 고개를 떨궜다.
KBO는 지난 6월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된 최진행에게 3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결정했다. 최진행은 5월에 KBO가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소변 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 약물로 지정한 스타노조롤(stanozolol)이 검출했다. 최진행은 단순 실수를 주장했지만 수습불가. 그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은 한화를 넘어 야구팬 전체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이글스는 최진행에게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
4. LG 선수 음주 사고.
매년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프로야구 선수의 음주운전. 올해는 LG 정찬헌 정성훈이 음주운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6월 22일 새벽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 접촉사고를 낸 정찬헌은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까지 거부했다고 한다. LG 구단은 정찬헌에게 3개월 출전정지와 벌금 1000만원, KBO는 잔여 경기 출전정지와 유소년 봉사활동 240시간을 발표했다. 베테랑 내야수 정성훈은 지난 8월 10일 새벽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음주 상태에서 주차를 한 게 문제가 됐다. 이 일이 한 달이 지난 9월 뒤늦게 알려지자 LG는 벌금 1000만원, KBO는 시즌 잔여경기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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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KBO리그 평균관중 저하.
올해 KBO리그는 관중 762만2494명을 끌어 모아 2012년의 753만3408명을 넘어 한시즌 최다를 기록했다.
목표로 잡았던 800만 관중은 실패. 총관중수가 늘었는데 경기당 평균관중은 줄었다. kt가 합류해 10구단 시대를 연 KBO리그는 정규시즌 총 720경기를 소화했다. 팀당 경기수가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었고, 전체 경기수도 140여경기가 증가했다. 하지만 평균관중은 1만222명으로 지난해(1만1301명)보다 줄었다. 시즌 초반 추운 날씨와 잦은 비, 전국을 강타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영향이 컸다고 봐야할 것 같다. 하지만 프로야구 인기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위기'를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
(2015년 12월 29일 조선일보) / 스포츠조선=민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