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금 기원은 미금역 4번 출구 옆 건물 2층에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 벽에 원장이 매직으로 쓴 “사람이 한 냥이면 바둑은 서 푼”이라 는 종이 한 장이 떡하니 붙어 있다.
“그참, 명언이로고!”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아무렴, 바둑보담은 사람이 훨씬 더 중하지.”
그 동안 하수라고 설움깨나 당했던 터라,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던 모양이다. 저런 명언을 남긴 사람이라면 분명 강호의 최강자 중 한 분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한문 한 구절을 상상하면서 즉시 검색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었다. 항간에 속담처럼 전해져 내려온 이 말은 우선 앞뒤가 바뀌었다. 원래는 “사람이 한 냥이면 바둑은 서 푼”이 아니라, “바둑이 한 냥이면, 사람은 서 푼”이었던 것이다. 그 뜻은 ‘바둑은 곧잘 두는데 인간이 영 덜 되어먹었다’는 신랄한 비난이었다.
‘월간바둑’ 편집장이 ‘바둑 한 냥 인간 서 푼’이란 제목으로 이세돌을 비판한 글을 동지에다 실은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글에서 편집장은 이세돌의 오만방자, 무례, 금전적 인색 등을 비난하면서 그 반대로 이창호의 겸양과 인간성에 대해서는 극찬했다. 칭찬 받은 사람이야 기분이 좋겠지만, 비난 받은 사람은 유쾌할 리가 없다. 더군다나 ‘바둑 한 냥, 사람 서 푼’이라는 유명 속담 따위와 엮이면 그 상처가 오래갈 수밖에 없다. “이게 무슨 뜻일가?” 하고 검색에 들어가는 사람들마다 이세돌과 엮인 나쁜 얘기들도 함께 아로새길 것 아닌가?
글쟁이들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