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의 보물 상자 이키를 찾아서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25
4월 24일(월), 아침 5시 반에 대마도의 숙소를 나서 이즈하라 부두로 향하였다. 걸어서 20여분 거리, 아침 기온이 서늘하여 발걸음이 가볍다. 부두 입구에 적힌 ‘국경의 섬, 일본유산의 섬’을 접하며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부두에 도착하니 자동차로 옮긴 가방이 먼저 와 있다. 간편 도시락(주먹밥과 오차)을 받아 대합실에서 아침식사를 가름하고 6시 40분에 이키 행 비너스호에 탑승하였다. 6시 45분에 이즈하라 항을 출발한 쾌속선은 한 시간여 만에 이키 섬의 아시베 항에 도착한다. 터미널로 나오니 이키관광연맹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일행을 박수로 맞아준다. 잠시 대합실에 들러 살핀 문구가 인상적이다. ‘현해탄의 보석상자, 2천 년 역사와 미식을 즐기라’
이키에 도착하여 포즈를 취한 한국 대원들
대합실 앞에서 간단한 영접행사를 가졌다. 이키관광연맹 간부의 인사, '이키를 찾은 21세기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여러분의 방문을 환영한다. 코로나로 침체되었던 이키의 활기가 되살아나는 발걸음이 되기 바란며 즐거운 여정이기를 빈다.’ 엔도 대표의 답사, ‘4년 만에 방문하는 감회가 깊다. 바닷길도 순탄하여 다행, 시청까지 14km 걷기에 좋은 날씨니 일정 잘 끝내고 저녁에 유명한 이키 소주로 즐기자.’
오전 8시 10분, 시청까지 14km의 걷기에 나섰다. 터미널을 벗어나자 평화로운 농촌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신사를 비롯한 오랜 흔적을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긴 고갯길 지나 한 시간쯤 걸어 잠시 멈춘 곳은 쓰기요미(月讀)신사, 가파른 계단을 올라 잠시 내부를 살핀 후 다시 걷기에 나섰다. 출발부터 7km쯤 걸어 스미요시(住吉)신사에서 휴식, 신사 입구에 삼한과 신라시대로 연결되는 역사가 적혀 있다. 이키관광연맹에서 마련한 음료와 집행부가 준비한 과자가 주먹밥으로 때운 시장기를 가시게 한다.
10시 15분에 스미요시(住吉)신사를 출발하여 오밀조밀한 섬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부지런히 걸어서 11시 40분에 이키 시청에 도착하였다. 이전에 들렀던 시청보다 규모가 큰 새 건물에 이르니 직원들이 박수로 반기고 환영식장에 들어서니 이내 환영식, 시라카와 히로카주 시장이 이키를 찾은 제9차 21세기 조선통신사를 반기며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11차례 이곳을 거쳐 에도에 갔고 귀로에도 8번 들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환기하며 앞으로도 조선통신사로 맺은 이키와의 인연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다짐한다. 이어서 김태호 정사가 답사를 통하여 현해탄의 보석이자 2천년 역사를 지닌 이키 시에 이른 것을 뜻깊게 여기며 따뜻한 환영에 감사를 표하고 평화와 우정의 발걸음으로 도쿄까지 열심히 걷겠다고 다짐하였다. 기념품 교환과 휘호 서명, 기념사진촬영이 뒤따르고.
이키 시청 환영행사 후 기념 촬영
12시 지나 버스 편으로 식당 행, 생선회와 쇠고기구이 등의 깔끔한 식단이 식탁에 올라 있다. 앞좌석에 앉은 강호갑 부회장의 탄성, ‘대마도에 들어와서부터 연속 싱싱한 생선회와 영양가 좋은 식사를 하게 되어 만족스럽다.’ 대원 모두 같은 생각일 듯.
오후 1시부터 명소 탐방에 나섰다. 처음 들른 곳은 사루이와(원숭이바위), 높이 약 45미터로 바닷가에 우뚝한 현무암 바위가 등 돌린 원숭이 모양을 똑 닮았다. 이를 감상하며 각양 포즈를 취하는 일행들의 표정이 밝다. 그 주변은 이키 쓰시마 국정공원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경관, 전날에 이어 두 섬을 살핀 느낌은 쓰시마가 우뚝한 남성이요 이키는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원숭이바위를 출발하여 이른 곳은 조선통신사들이 묵었던 숙소 주변, 당시 2,500평에 이른 큰 규모의 터전이 지금은 작은 신사 하나가 초라하게 남아 있어서 허전한 느낌이다. 이어서 찾은 곳은 국가지정특별유적인 하루노쓰지유적지, 나카사키현에서 두 번째로 넓은 평야인 후카에타비루에 있는 하루노쓰지 유적은 약 2천 년 전 야요이 시대의 고분시대 취락 터, 중국의 역사서인 위지왜인전에는 이키 섬을 하나의 나라로 등장시킬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표적이기도 하다.
야요이 시대의 고분 취락터 하루노쓰지유적지를 돌아보다
가끔 빗방울이 스치고 쌀쌀한 날씨에 두 시간 넘는 명소탐방을 마치고 한적한 어촌의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3시 20분, 여장을 풀고 욕탕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등 느긋한 시간을 즐긴다. 오후 6시 반부터 저녁식사, 숙소의 1층에 마련한 식탁이 풍성하고 시장이 선물한 이키 소주에 맥주를 곁들인 만찬이 행복하다. 잘 먹고 편히 쉬자.
* 4년 전 이키 탐방 때 젊은 여성과 동행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때의 기록, ‘이키에서 태어나 앞으로도 이키에서 살 계획이라는 리사(27세) 양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어를 배우려는 한국여성과 짝을 이루어 서로 상대 언어훈련의 파트너가 되어 한국어를 익혔다고 말한다. 아직 미혼으로 소방관인 남성과 교제 중, 체력과 정신력이 강한 직종의 남성과 사귀기 잘 하였다고 엄지를 펴보였다. 선남선녀여, 아무쪼록 신실한 삶을 가꾸시라.’ 그의 안부가 궁금하였는데 시청의 환영식에서 통역을 맡은 이가 그녀였다. 뜻밖의 해후에 반가운 인사, 그 사이에 결혼하여 세 아들을 두었는데 둘은 쌍둥이란다. 행복하게 잘 살라고 격려하는 마음이 뿌듯하다.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된 리사 씨와 함께
첫댓글 아!
아름다운 이끼섬에 가고파요.ㅎ
날이 흐려 어두침침했던 신사로 참배하러 들어가는 일본인회원이 낯설어 보였던 그곳.
그분은 공학자였었다.
크리스챤인 우리와 다름을 인정했었어야 한다.
후기 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