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연 ‘스트링 아데소’
최 화 웅
2019년 새해 첫 일요일. 강추위의 절정 소한 절기다. 온몸을 감싸는 차분한 현악 선율과 함께 따뜻한 새해를 맞았다. 부산의 ‘스트링 아데소’의 창단연주회가 나직한 선율로 새해의 꿈을 펼쳤다. 다섯 명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비올리스트. 첼리스트가 무대에 올라 관객과 함께 조화로운 새해를 울렸다. 774석을 메운 관객의 열의에 힘입어 소한을 무색케 하는 열기가 신춘의 열망을 불러들이는 것 같았다. 아데소(Adesso)는 이탈리아 말로 ‘지금’이라는 뜻이란다. 스트링 아데소는 바이올리니스트인 리더 김주영을 주축으로 바이올린 김유리, 비올라 김규, 첼로 김민승과 이호찬으로 구성된 부산의 새로운 현악 실내악단이다. 솔로이스트로서 그동안 탁월한 실력을 쌓아온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신선했다. 이번 공연은 바로크와 고전, 낭만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이 현악기만의 아름답고 풍부한 선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스트링 아데소의 리더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영은 “현악기들의 소리가 쌓이면 작은 오케스트라의 느낌을 내 수 있습니다. 서로의 소리가 맞는 순간 희열이 터져 나옵니다. 현악 실내악이 가지는 매력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연주곡을 안내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이호찬은 떨리는 목소리로 몇 차례 박수세례를 받고서야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스트링 아데소’의 다섯 맴버들은 솔리스트로서 탁월한 기량을 인정받은 연주자들인만큼 프로필도 화려했다.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영은 서울예원학교 실기수석 졸업과 함께 인디애나 주립대 음대를 거쳐 줄리아드 음대 석사에 이어 맨하탄 음대에서 한국인 최초 바이올린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주자다. 그녀는 줄리아드음대 오케스트라 악장을 거치면서 여러 악기들이 함께 어울리는 소리의 매력을 알고 연주하는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뉴욕카네기홀과 링컨센터, 예술의 전당과 호암아트홀 등 국내외 유명 홀에서 수많은 연주회와 통영국제음악제에 참가하는 등 눈부신 활동을 한 바 있다. 한편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리는 부산예중고를 거쳐 서울음대를 졸업한 뒤 독일과 일본의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단원으로 활동하였다. 지금은 부산예중고와 부산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비올리스트 김규는 뉴잉글랜드음악원을 졸업하고 카네기홀 웨일리 리싸이틀홀에서 독주회를 가졌으며 부산시포니에타 객원 수석과 앙상블 자비에 맴버로 활동 중이다.
첼리스트 김민승은 서울예고와 예원고를 졸업하고 서울음대와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과정을 거쳐 보스턴대 박사과정과 전문연주자과정을 전액장학생으로 졸업한 현악연주자의 재원이다.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민승은 현재 부산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산예중고에 출강 중이다. 또한 첼리스트 이호찬은 예원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입학과 졸업을 하고 독일 함부르크음대와 오스트리아 찰스브루르크 모차르테움을 졸업한 이후 일본 오사카 국제콩쿨 현악부 전체 1위 및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앙음악콩쿨, 서울바로크합주단 전국음악콩쿨 실내악부문 1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세종솔로이스츠 소사이어티, 인천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한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통해 관객들에게 마음의 평화, 즐거움과 감동을 전한 명연주자다. ‘스트링 아데소’ 창단연주회에서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G장조 k423번을 연주하고 두 번째 곡은 헨델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피시킬리아를 할보르센(Halvorsen)이 현악곡으로 편곡한 곡을 선보였다.
단지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연주되지만 관객은 그 힘과 화려한 선율에 흠뻑 빠져 열광했다. 할보르센은 두 현악기가 빈틈없는 짜임새를 유지하면서 스타카토와 스피카토, 레카토 등의 보잉과 피치카토, 더블스톱과 하모닉스 등 다양한 현악기의 주법을 선보였다. 그리고 최저음역과 최고음역을 넘나드는 화려한 스케일 패시지와 꾸밈음 등 완벽한 테크닉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연주하는 두 연주자가 보여준 사랑의 속삭임과 호흡은 감상하는 묘미와 긴장감이 줄곧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 번째 곡은 도흐나니(Dohnanyi) 특유의 항가리 민속 음악을 포함한 보헤미안을 상징하면서도 세레나데란 제목이 말해주듯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현악기군이 들려주는 5악장의 경쾌하고 우아한 선율이 관객을 압도했다. 인터미션에 이어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슈베르트의 스트링 콰르텟은 연주시간이 50분이 넘는 대곡이었다. 마치 작은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2악장은 연주자들의 숨은 실력을 뿜어내는 풍부한 소리가 숨 막히는 아름다움과 처절한 절규로 이어졌다. 마지막 곡이 새해를 맞은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과 흥분에 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