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더위가 체 가시지도 않은 9월
선풍기를 틀면 춥고 끄면덥고 찬바람이
그나마 살살 부는 9월인데도 모기 새끼들은 아직도
극성이다.
아침 7시 나는 일어나자마자 담배한대 물고 화장실로 들어가
지난새벽 활발하게 운동을 끝낸 나의 내장에 들어있는
덩어리들을 내보내기위해 담배에 불을 붙히고 괄약근에 힘껏 힘을 주었다.
"아...시벌..졸려....."
나는 담배를 피는건지 안피는건지 그저 물고 변기에 앉아있었고
잠시 졸다가 탄내가 나서 정신 차려보니
바지에 커다란 담배빵이 나있었다.
"아나 시발 아침부터"
새벽 2시까지 괜히 분위기에 취해서 부어라 마셔라한
나의잘못이 있지만 3년동안 정든 츄리닝 바지에
거대한 땜빵이 생긴게 기분이 좋지않았다.
숙취는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 아니, 너무 자주 마신탓에 간이 마비가 온거같다.
출근시간이 점점다가와 담배재를 털고 나의 덩어리들과
변기로 기나긴 수도관여행을 시켜주었다.
씻고나오니 7시 20분 슬슬 머리를 말리려고 드라이기를 집으려는데
핸드폰 화면 왼쪽위가 노란색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톡왔나 누구지'
나는 괜한 설레는 마음으로 머리를 말리며 핸드폰을 킨후 카톡에 들어가보니
'시발새끼 작작해'
'미친놈 머리안아픔?'
육두문자 가득한 동네 친구놈들 톡이 와있고 대충 보니 그날의 내가 어떠했느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별수있나 취하면 필름이 끊겨버리는데..
그런데 유독 한 톡이 눈에 띄였다.
'집 잘들어갔어? 일어나면 연락해~ㅎㅎ"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다시한번 봤지만 정말 그렇게 와있었다.
그것도 다름아닌 어제 같이 술마신 여자중 로메의 톡이였다.
도대체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않는다.
내가 뭘했길레 90%의 톡이 욕이고 집잘들어갔냐고 여자애가 톡을 해주는가!
'있다가 점심쯤에 연락하자'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일터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졸음과 싸우며 헤드벵잉을 하던도중
핸드폰의 진동을 느껴 폰을 켜봤더니
로메에게 카톡이왔다.
'키드 출근했어? 몸은 어때? 톡안읽길레... 걍 자는거니?'
나는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어제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나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뇌와 위장은 그저 뜨끈한 해장국 국물을 원하고 있을뿐
생각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메탈돼지들 마냥 헤드벵잉을 계속하였고
버스는 나의 직장을 향해 달달달 거리면서 달렸다.
출근하자마자 정신없이 일하다 어느덧 점심시간
12시부터 1시까지 이 1시간이라는게 길수도 있지만
밥먹고 담배한대 피고 잠깐 쉬기엔 모자르다.
밥을 먹고난뒤에 몰려오는 식곤증은 월요병의 그것과 비슷할정도로
오후근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거기에 나는 술이 안깬상태
점심에 황태국이 나와서 속으로 만세를 불렀지만
이게 황태로 끓인건지 다시다로 끓인건지 구분이 안갈정도로
MSG의 풍미가 나의 입맛을 괴롭혔고 결국 다먹지도 못하고 짬통으로 직행했다.
근처 편의점으로 나와 헛개수 하나사서 벌컥벌컥 마시면서 애들한테 밀린톡을
보냈다.
하지만 애들은 읽씹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답장오는정도는
'병신 ㅉㅉ 작작마시라니깐'
'있다가 퇴근하고 홍합국물에 한잔 콜?'
'야 오늘도 한잔해야지'
욕이 날라오는건 양반이지만 술을 또먹자는 놈들은 정말 악질중에 악질이다.
난 주량이 그렇게 센건 아니다 끽해야 한병반 정도 마시는데
취하면 취한줄도 모르고 존나게 마신다고 애주가 친구들에게 소문이 나있어서
욕은 욕대로 쳐먹고 술은 또 술대로 쳐먹는 기구한 팔자를 지녔다.
하지만 나는 뒤늦게 찾아오는 두통과 속의 니글니글함 그리고 아직도
코에서 나는 소주향기 오늘 또 술먹었다간 아마 간이 폭팔할듯 싶다.
나는 친구들의 유혹을 거절하기 바빴다.
그렇게 꼬추들의 카톡에 답장을 끝낸후 유일한 여자 로메
이년의 톡에 답장을 보낼일이 남았다.
나는 좀 두통있는거 빼곤 출근 잘했다고 답장을 보냈고
보낸지 1분도 되지않아 칼답이 왔다.
'아그래? 다행이넹 난또 어제 망나니처럼 퍼마시고 답장도 없길레....
저승사자가 집방문한줄 알았찌!'
여자애가 장문의 카톡을 그것도 1분이란는 시간안에 왔다는건 드문일이다.
참 로메의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중학교 동창이지만.. 친해진건 군재대 하고
22살 정도에 추석에 애들끼리 만나 한잔하다 친해진 사이다.
가끔만나 단둘이 한잔하고 남자얘기 여자얘기 야한얘기
부랄 안달린 이성부랄친구 처럼 지내온 사이라고 해야하나
아 그렇다고 썸은 아니다. 우리가 술먹고 싶은데 딱히 부를사람없고
하소연 하고싶은데 꼬추새끼들은 바쁘고 그럴때 부르는 그런사이?
딱히 정의를 내리자면 걍 술친구 정도
아무튼 그런 로메와 약간의 톡이 이어진뒤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
몰려오는 졸음과 숙취와 싸우며 일을 계속하였다.
핸드폰 볼세도 없이 밀린 업무량은 오줌싸러 잠깐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외엔
나에게 자유시간을 허락하지 않았고 어느덧 6시
모두가 바라는 퇴근의 시간이 다가오자 길잃은 망자처럼
흐물흐물거리는 나의 육체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마침 야근도 없는 깔끔한 칼퇴근.
나는 퇴근버스를 기다리며 담배한대 빨고있던중
로메에게 톡이왔다.
'밥먹었어?'
나는 아까 횡태국을 생각했다.
'아니 아까 점심 다버렸지 배고파...술도 안깨고..'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야 나 퇴근했어 밥이나 한끼합시다.'
칼답엔 칼답이 매너
'뭐먹을건데?'
'음......글쎄 너 어제 고생했으니 이누나가 해장국 한사바리 사줄게 ㅎ'
'고생은 개뿔 ㅋㅋㅋㅋ 암튼 사주는거니 시내 파리바게트 앞에있어 나 한 20분걸림'
'ㅋㅋㅋ나도 한 20분 걸려'
'오키~ 오면 전화해'
'웅웅'
그렇게 톡을 마치고 나는 퇴근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20분뒤 잠깐졸은 사이에 어느덧 익숙한 시내의 모습으 보였다.
나는 내려서 파리바게트로 발길을 돌리니
왠걸 이년이 먼저와서 기다렸다.
평소같았으면 늦게나온다고 내가 개지랄을 했을게 분명한데
먼저나와있는게 신기했다.
"야 로메"
나는 로메를 불렀다.
"아 존나늦게와 병신이 ㅡㅡ"
내미간에 주름이 잡히는게 느껴졌다.
"뭐 이기집애야 어쩌다 한번 일찍와놓고 어디 여자가 하늘같은 남자한테 욕질이여 욕질이!!!!"
나는 적반하장도 요분수인 이년에게 말했다.
"야 남자가 여자를 5분이나 기다리게 하냐? 니가 그러니깐 여친이없는겨 고자새끼야"
"뭐? 고자? 미쳤나 이기집애가 조숙하지 못하고 입에 걸레를 물었나 고자가 먼뜻인지나 아냐?"
"알지"
로메는 살짝 홍조를 띄웠다.
"뭔데?"
"아 씨발 말해야해?"
"그럼 말해야지 뭔뜻인지 알고 말해야지 입걸레야"
"뭐 걸레? 미쳤나 이새끼가"
"아 됬고 뭔뜻이냐구요 이년아"
"너"
난 내귀를 의심했다.
"뭐?"
"아 시끄럽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얌마 그렇게 화제 돌리기여?"
"닥쳐 따라와"
"네...."
밥을 사주는 사람은 누가됬건 형님이시고 누님이시다.
나는 고자라는말에 잠시 욱하여 그 절대법칙을 잊었었고
로메는 그렇게 해질녘으로 붉게 노을진 시내를 나와함께 걸었다.
"야 해장국 어디가 맛나냐"
"어디겄냐 노걸대가야지"
"하 맨날 노걸대여"
"이놈이 누나가 사주겠다는데 말이 많네?"
"아 죄송합니다 누님...아니지 근데 왜 니가 누나야 이년이 돌았나?"
"안사준다?"
"죄송해요 누님 앞장서시죠."
난 테이블에 앉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이놈아 넌 뭔 술도못하는게 존나 주는대로 쳐받아먹냐"
숨도안쉬고 물먹는 나를보고 로메는 말했다.
"나근데...정말 기억이 안나는데...어제 뭔일있었어?"
"에라이 병신아"
로메는 메뉴판을 넘기면서 말했다.
"야 니 어제 가도가 따라주는거 다받아먹었자나"
"내가?"
"그래 이병신아 주량도 고자인게 넙죽넙죽 다받아먹데"
"야 그러면 니가 말려야지"
"내가그걸 왜말리냐? 니 술취하면 존나웃긴데 그런 리얼버라이어티 코메디를 놓칠수는없지 ㅎㅎ"
오라질년 걱정을 해주는건지 놀리는건지...
"그리고 내가 어제 니토할때 등도 두드려 줬는데 기억 안나나보네?"
"응? 나 토했었냐?"
"어 길바닥에 파전 하나 깔았지."
"하........그래서 아침에 숙취가 그나마 덜했구먼..."
"야 그래도 딴애들은 너 토해도 토하던지 말던지 하는데 나니깐 등이라도 두드려주지"
"참 눈물나게 고맙네요 로메씨"
"알면 갚어 븅시나"
"뭘로 갚어?"
"몰라 생각나면 톡함"
나는 이대화속에서 어제의 기억을 점차 기억해내려고 애를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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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및 띄어쓰기 있을수도 있으나 걍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