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머리 감을 때에 샴푸를 쓰지 않습니다.
“샴푸”는 ‘누르다(press)’, 혹은 ‘안마치료를 하다(massage)’는 의미를 가진 힌두어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는데 초기의 샴푸(shampoo)는 비누와 시트러스(citrus) 추출물이었다고 합니다.
샴푸에는 계면활성제·향료·모발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영양성분·보습물질 등이 들어 있으며, 크림·분말·고체·액체 형태가 있으나 대개 액상의 샴푸가 널리 사용되는데 요즘엔 기능성 샴푸가 많이 등장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제가 샴푸를 쓰지 않은 지는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어떤 졸업생이 샴푸를 쓰면 오히려 머리가 빠진다고 해서 안 쓰기 시작했는데 원래 머리를 늘 짧게 유지하다보니 굳이 그것을 쓸 이유가 없어 비누만 쓰고 있습니다.
요즘 티비광고에 보면 기능성 샴푸가 무척 많이 나오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머리를 나게 하는 것은 모르지만 염색효과가 있는 샴푸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샴푸는 우리나라의 석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고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규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다모다 염색효과 광고는 규정 위반"
혁신 첨단기술을 이용해 만든 샴푸를 두고 대학ㆍ기업과 정부가 맞섰다. 최근 중ㆍ장년층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모다모다 샴푸 얘기다. 모다모다는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가 폴리페놀 연구ㆍ개발(R&D)을 통해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염색 효과 샴푸다. 깎아놓은 사과가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원리를 이용했다.
염색약이 아닌 샴푸만 쓰는데도 흰머리가 흑갈색으로 변한다. 두피 염증과 시력 저하 등 염색 부작용 없이 평소 머리를 감는 방식만으로 염색 효과를 볼 수 있다. 국내 홈쇼핑과 인터넷몰은 물론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판매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완판 행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4일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에 대해 4개월간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렸다. 모다모다 샴푸가 기능성 화장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명칭과 제조방법, 효능ㆍ효과 등에 관해 기능성 화장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또 모다모다가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모다모다의 광고는 사실과 다르거나 부분적으로 사실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봐서 소비자가 잘못 인식해 속을 우려가 있다고 봤다. 최미라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장은 “식약처는 현행 규정에 따라 과장광고를 한 모다모다에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가 공기 중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원리 이용
모다모다측은 행정처분 직후 곧바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및 행정법원에 처분 중단을 요구하는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즉시 집행정지 결정을 하여 광고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현재 행정법원이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광고금지가 시작되면 모다모다는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에서 해당 샴푸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모다모다를 개발한 이해신 교수는 폴리페놀 연구분야의 석학이다. KAIST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의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메신저 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 설립자 중 한명인 로버트 랭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부터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KAIST에는 2009년 교수로 임용됐다. 이 교수는 2018년 국제학술정보기관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로부터 논문 인용 기준 세계 상위 1%의 과학자(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되기도 했다.
모다모다 샴푸는 기존 샴푸에 폴리페놀 성분을 집어넣고, 용기 속에 밀폐해 산소와 만나지 못하도록 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머리에 샴푸를 묻히면 폴리페놀 성분이 머리카락 표면에 붙어 갈변 현상을 일으킨다. 폴리페놀의 갈변현상을 이용한 샴푸 개발은 이 교수가 세계 최초다. 이 교수는 이 기술에 대해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 특허까지 해놓았다. 샴푸 제조 기술은 민간기업에 이전했다.
이해신 교수는 “현행법상 기능성 샴푸로 쓰려면 식약처가 지정한 염모나 탈모 성분을 제품에 넣어야 하는데, 모다모다는 기존 염색약에 들어가는 염모제를 쓰지 않은 신기술이라 현재의 기능성 샴푸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며 “샴푸만 해도 머리의 색깔이 염색한 듯 흑갈색으로 변하는 기능이 핵심이라 광고에 그렇게 표기했는데, 식약처가 이 또한 소비자가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다고 광고를 못 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가 신기술 따라가지 못한 대표적 사례"
지난 8월 출시된 모다모다 샴푸는 최근까지 완판 행진이 계속되면서 국내외에서 총 34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현재는 위탁제조 회사의 생산설비 한계로 샴푸 생산에 한계가 있지만 조만간 공장설비를 대폭 확충하면 판매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중소기업을 육성이 아직도 어려운 환경이라 생각되고, 기업 활동이 계속 어려워지면 규제가 없는 미국으로 회사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모다모다샴푸는 제도가 신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것을 담아낼 제도가 미비한 경우가 많은데, 신속하게 보완해 세계로 나갈 수 있게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중앙일보,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저는 샴푸를 쓰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잘 알지 못합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정부의 과도한 통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법과 규제를 쉽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기업의 애로를 빠르게 해소해주는 일도 정부가 할 일일 겁니다.
저는 머리가 백발이 되어가고 있지만 염색 한 번 한 적이 없고, 머리숱이 줄고 있지만 발모제를 써 본 적도 없습니다. 몸이 가는대로 두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규제가 때로는 필요도 하겠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순리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한 것이 정부의 업적이라고 떠벌릴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애로가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