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우리는 누구나 ‘나’라는 존재가 확장되는 것을 즐깁니다. 아상(我相)이 확장되는 것을 즐거움이라고 여기다 보니 일이 잘 풀릴 때 '내 일이 잘 풀린다,' '내가 능력을 인정받는다,' '내 것, 내 돈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며 기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수행자는 오히려 내가 작아질 때 즐거워하고 기뻐합니다.
옛날 현자들은 나라에서 높은 직위를 맡아달라고 해도 사양하고 스스로 낙향하여 유유자적한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 명예가 확장될 때도 즐겁지만 줄어들 때도 즐겁고, 직장에서 승진을 할 때도 즐겁지만 올라가지 못해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내 자식이 좋은 대학교를 가도 즐겁지만 가지 못해도 즐거울 수 있습니다. 스스로 풍요롭게 살 수 있지만 나의 풍요를 남들에게 나눠주고, 베풀고, 기부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것은 내가 작아지는 일이지만 남들에게 내 것을 베풀었을 때 오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입니다.
확장되어서 오는 즐거움은 그 즐거움이 있는 반면 또한 보상해야 될 것도 있습니다. 모든 일이 승승장구하고 끊임없이 잘되는 사람들은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나는 높은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나를 둘러싼 껍데기가 사장님이고, 회장님이고, 시장이고, 대통령이고 직위가 ‘높은 사람’입니다. 그것은 껍데기일 뿐 나의 실체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오르면 껍데기가 나인 줄로 알고 남들이 나를 대우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남들은 그런 대접을 안 받아도 되지만 나는 그런 대접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더 교만해집니다. 또한 그런 대접을 받지 못했을 때 화가 나고, 괴로워집니다.
내 안에 교만을 쌓아가게 되면 마음속에서 '나는 잘났고, 너는 못났다'는 것을 연습하게 됩니다. 남들을 무시하고 세상을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그에 대한 과보를 받게 됩니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자리까지 무리 없이 올라간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평소 자신이 잘 해온 일들을 얘기할 때면 누가 봐도 교만함을 대번에 느낄 수 있었지요. “나는 이럴 때 이렇게 처리해 일이 잘 풀렸어. 다른 사람들 무너진 걸 보면 다 문제가 있더라고. 나처럼 했으면 절대 무너지지 않았을 텐데”라는 식이었지요.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교만하던 그 분이 충격적인 좌절을 당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참으로 힘든 시간을 여러 달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후에 그 분을 뵈었는데 짧은 시간에 사람이 정말 놀라울 만치 많이 바뀌어 있더군요. 그래서 말씀을 드렸지요. 이번 일이 거사님께는 좌절이고 괴로움이셨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주 중요한 경험을 하시고 큰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다고 말이지요. 전에 거사님과 대화를 나눌 때는 자신감이 넘쳐 교만심 같은 것을 강하게 받았다면, 그 일이 있은 뒤에는 더 겸손해 지고, 하심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그 분은 얼굴이 환해지면서 스님이 그걸 느꼈을 정도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이 느꼈을 텐데 자신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하시더군요. 분명 그 때도 제가 지적을 해 드렸지만 그 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좌절을 겪은 뒤에 직접 깨닫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바로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일 것입니다.
BBS 불교방송 라디오 '법상스님의 목탁소리'(평일 07:50~08:00)중에서
첫댓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꽃](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7.gif)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_()_
동창회에 가서 나를 크게 보이고 싶어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내 아상에 대한 생각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이 욕구의 작동을 잘
살펴 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