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오르막이었던
엄마
오늘은 내리막길 앞에
우두커니 앉았다
한평생이 근심이었던
엄마의 물 허벅이
종종 걸음으로 올라온 오름 위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풀려버린 실타래처럼
멍에를 벗어놓은 소처럼
사는 게 이렇게
쉬우면 안 되는데
걸음을 멈추면 안 되는 거야
엄마는 다시 길을 나섰다
공원에서도 걸었다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이제 제발 쉬어요
그래 쉬어야 하는데
내리막길이 서툰
엄마는 길을 잃었다
*오름 : 제주도 전역에 분포한 소형 화산체의 산
*물허벅 : 제주에서 물을 길어나르는 물항아리
첫댓글 쉬엄 쉬엄 천천히 내려오면서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초록도 보고 예쁜 꽃도 구경하면 좋으련만~~
일만 하시던 어른들은 대체로 그래요.
이제 쉬어도 되련 만은 가만 계시지 않지요.
제주에 오름만 투어하는 재미 솔솔하죠. 거문오름,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백약이오름, 모구리오름, 가문이오름, 까끄래기오름, 정물오름, 도너리오름, 문도지오름, 폭낭오름, 빈네오름, 괴오름, 다래오름, 새별오름, 큰바리메오름, 산세미오름, 노꼬메오름, 노로오름, 금오름, 마중오름 등등 이름도 참 예쁜 오름이 무지무지 많아요.. 아마 300개도 더될듯... 그 중에 세계유산에 등록된 오름은 거문오름...
윤슬 시인님은 제주가 고향이네요? 그렇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울림이 있는 詩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올라도 삼일을 더 올라야 다 본다지요. 제주의 오름. 물허벅, 바람, 파도 그리고 은하수를 만질만큼 높은 산이 있는 곳. 그곳이 시인님의 고향이라니 부럽네요. 단, 위리안치는 안타깝지만요.
무언가를 아끌고 가는 끈기 근력 어머님들의 공통 언어인가 봅니다 큰 역사이기도 합니다
정독하고 나니 참치가 생각 나네염.... 웬 참치? (저도 모름 아마 " 쉬어" 이 단어 때문인듯 한데..)
참치는 움직이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