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다룬 영화이기에 일부러 피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죽음이라도 죽음을 마주본다는 것은 힘들고 괴롭고 상처를 주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한 회 보고 나서, 생각이 딱 바뀌었습니다.
'천국으로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 유품정리사의 눈으로 고인의 삶,
남겨진 이들에게 전달되는 유품과 메시지가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로 펼쳐집니다.
매회 나오는 이야기들은 섬세하고 따뜻하고, 그러나 결코 신파로 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는 주인공 그루를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설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여러 임상 양상 중 하나이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제한돼 있으며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요.
'무브 투 헤븐' 속 그루는 뛰어난 기억력과 암기력을 보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요.
또 상대방이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루의 모습이 '무브 투 헤븐'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극중 그루는 치매를 앓고 있는 홀어머니를 방치하고 죽은 뒤에야 통장을 찾으러 온 아들에게 어머니의 유품을 안깁니다.
아들이 이를 거부해도 그루는 막무가내로 나섰고 결국 어머니의 진심과 사랑을 아들에게 전달합니다.
아들은 눈물로 반성하지만 그루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담담한 그루로 인해 억지 눈물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루는 에피소드 유품정리사라는 자신의 미션 완수에 최선을 다합니다.
고인이 남기고자 한 메시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읽어내고 마지막 이사를 돕는 것이 그루의 소명이니까요.
그런 그루 덕분에 무사히 유품이 가야할 곳에 전달되고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배우 탕준상은 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냈어요.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자칫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고민이 한층 더 많을 수 밖에 없는데
탕준상은 아스퍼거 증후군의 현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순수한 그루의 소년미를 완벽하게 연기해냈습니다.
가족 드라마이면서 성장 드라마이기도 한, 이 영화...
참 잘 만들었네요.
시즌2를 기대하게 되네요.
첫댓글 배우 이름이 탕준상이에요? 어느 나라 영화인데요?
우리나라 드라마예요. 넷플리스...이 아이 탕준상-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에도 나와요^^
@바람숲 우리나라에 탕씨도 있나요? @@
그렇구나. 어쨌든 꽤 흥미로운 영화 같네요. 찾아봐야지.
@산초 10부작^^ 시즌2도 곧 나올 듯.
5부까지 봤어요. 잔잔하게 균형있게 재미있네요.
전 이제훈이 그닥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주택과 소품에서 간혹 일본풍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사실 나도 끝까지는 안 봤어요. 어느 순간 흥미가 확 떨어지더라구요. 뭐든지 오래 이야기를 끌고간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
@바람숲 저는 미련하게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욕하면서도 마지막을 어떻게 처리했나를 봐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산초 나도 끝까지 보는 성향. 짐시 미뤄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