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lude "/home/jnilbo/public_html/banner_include.php3"; ?>올해도 이젠 이틀 남았다. 연말을 맞는 마음은 항상 허전하고 쓸쓸하다. 그런 느낌의 근저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서민들의 지갑을 짓누른 경기 침체는 무거웠고, 안타깝고 슬픈 이별도 잇따랐다.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김수환 추기경을 슬픔 속에 떠나보냈다.
또 가을로 접어들며 신종플루 공포때문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렇게 울고, 분노하고, 불안해하며 한 해를 보냈는데 세밑의 풍경은 여전히 침울하다. 4대강, 세종시 등 문제로 여야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는 등 살풍경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평범하지만 용기있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어 겨울의 삭풍속에서도 훈훈하다. 세밑에 그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한다.
#'복지부동 위반'으로 파면된 김동일
"국세청의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의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도 조직 내에서 아무런 비판이나 자성이 없어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지난 5월 28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비판 글을 내부 통신망(인트라넷)에 올렸다가 중징계를 받게 된 김동일 나주세무서 소득지원계장. 김동일씨는 광주지방국세청으로부터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행동강령상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며, 직위해제됐다. 공직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지 알면서도 '괘씸죄'를 겁내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꿋꿋하게 밝혔던 김동일씨에게서 공무원의 희망을 보았다.
#병마와 싸우는 '1인 창무극' 공옥진
"말하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다시 공연할 수 있겠느냐?" 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병신춤'의 대가 공옥진씨.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을 몸으로 표현해내며 흥행의 전설이 된 광대 공옥진을 더 이상 무대에서 볼 수가 없다. 그가 병마와 싸우며 영광에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43만원의 생활비를 받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그는 인간문화재가 되면 월 수당 80만원과 전수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그 것도 여의치 않다. 예인 공옥진. 우리가 잊지 않아야 그는 봄이 오면 병석을 박차고 일어나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근로정신대 사과 요구 앞장 양금덕
"일본에 동정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죄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라는 것이다. 속아서 징용된 뒤 보상도 오래 걸려서 많이 기다렸다. 그런데 결국 이런 결과가 나왔다. 분하다."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사를 상대로 근로정신대 사과와 보상 요구에 앞장서고 있는 나주 출신 양금덕 할머니. 일본 정부가 최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끌려와 강제 노동을 당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유족들이 낸 후생연금 탈퇴수당 지급 청구에 대해 1인당 99엔(약 1270원)을 지급키로 결정하자, 지난 24일 일본대사관앞에서 양 할머니는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99엔을 정면 거부한다"고 밝히고 일본 정부의 사죄 등을 촉구했다. 길고 험난한 싸움을 하고 있는 양 할머니. 용기를 잃지 않는 꿋꿋함만으로도 그는 이미 승리자인지도 모른다 .
#은퇴 압박속 화려하게 부활 이종범
"내가 우겨서 야구를 계속했는데 잘 안되면 어떡하지 하며 가슴 졸였습니다. 우승하는 순간, 이런 힘겨웠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와 많이 울었습니다."
그라운드의 별 이종범. 이종범은 역대 최고의 야수라는 찬사와 함께, "한물갔다"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지난해 구단으로부터 은퇴 압박을 받았지만 젊은 선수들과 경쟁한 뒤 밀린다고 느낄 때 은퇴하고 싶다며 거절했던 이종범은 하루하루, 한 경기 한 경기를 긴장하며 온힘을 다해 뛰었다. 그는 올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39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며 KIA의 'V10'을 이끌었다. 내년에도 그의 플레이를 볼 수 있어 팬들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