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로 읽는 동양고전
身言書判
安秉煜
한 나라의 興亡盛衰를 좌우하는 決定的 要素가 무엇이냐.
良心과 能力을 겸비하고 우수한 人材가 많아야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官公吏와 국민이 많을 때 그 나라는 침체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賢明하고 有能한 國家 棟樑之材를 많이 양성하고 규합할 수 있느냐. 이것은 국가와 정치의 根本問題의 하나다. 어떤 나라가 위대한 나라냐. 人材가 많은 나라가 위대한 나라다.
옛날 中國에서는 官吏登用法으로서 九品中正制를 채용했다. 地方에 中正官을 두고 관리의 才德을 一品에서 九品까지 九等級으로 나누어 政府에 보고하고 정부는 그 人品에 따라서 職責을 임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理解와 情實과 문벌 등의 나쁜 弊習이 介入하여 人材登用의 實效를 거두지 못했다.
그 代案으로 創案된 것이 유명한 科擧制度다. 중국을 最初로 統一한 皇帝가 秦始皇帝이요, 두번째로 통일한 군주가 漢武帝요, 세번째로 통일한 임금이 隋나라의 文帝다. 문제는 약 3백년동안 混亂과 분쟁으로 支離滅裂해진 南北朝의 對立에서 終止符를 찍고 중국 통일의 대업을 성취한 탁월한 君主다. 그는 高級官吏 任用制度로서 科擧制度를 실시했다. 공평한 實力試驗에 의하여 널리 天下의 人材를 선발하고 儒敎의 古典 敎養을 강조했다. 이 제도는 時事策問을 論하는 秀才科와 詩賦를 주로 하는 進士科와 經學을 중시하는 明經科가 고급관리의 登龍門이었다.
宋나라 때에 와서는 進士科로 통일되었고 새로 殿試를 창설하여 皇帝 자신이 그 합격자를 결정하였다. 口頭試驗과 筆記試驗을 겸용한 과거시험의 합격은 최대의 難關이요, 出世昇進의 大路요, 最高의 榮光이었다. 581년에 시작하여 1915년 淸末에 이르기까지 천오백여년간 連綿一貫하게 지속된 과거제도는 中國史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나라에서도 高麗 4代 光宗6년인 955년에서 朝鮮朝 高宗 31년인 1894년 甲午更張때까지 약 930여년간 시행되었다.
중국의 과거제도는 指導者가 마땅히 갖추어야할 네가지의 資格과 條件으로서 身言書判의 四大原理를 강조했다.
첫째는 身이다.
身은 風采다. 사람은 먼저 강건한 體格과 堂堂한 人品과 늠름한 氣像과 낭랑한 목소리와 좋은 印象을 지녀야 한다. 나라의 고급관리가 빈약한 신체와 險相궂은 얼굴과 허약한 音聲과 窮相맞은 인상을 국민에게 준다면 그것은 지도자로서 풍채에 큰 결점이 있다.
지도자는 첫인상부터 좋고 品位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權威가 있고 氣勢가 당당하고 국민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
"첫인상은 마지막 인상이다. The first impression is the last impression"이라는 名言이 있다.
남에게 첫인상을 나쁘게 주면 그 나쁜 인상이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佛家에서는 和顔愛語를 강조했다. 얼굴에 화기가 넘치고 따뜻해야 한다.
對人關係의 중요성을 강조한 중국인들은 "春風接人 和氣滿面"을 역설했다. 봄바람처럼 훈훈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얼굴에는 和平한 기운이 넘쳐야 한다.
"溫而려 戚而不猛" 論語 述而篇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은 따뜻하면서 威嚴이 있어야 하고, 威嚴이 있으면서도 무섭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言이다.
말은 인간의 思想과 感情을 담는 그릇이다. 言卽人. 말은 곧 사람의 人格의 표현이요, 마음의 소리다.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人品을 판단한다. 論語 衛靈公篇에는 孔子의 다음과 같은 명언이 있다.
"言忠信 行篤敬" 인간의 말은 참되고 眞實해야 하고, 행동은 敦篤하고 信義가 있어야 한다. 言과 行은 인간의 價値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의 값을 매기고 사람 됨됨이를 평가한다.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存立할 수 없다. 公信力을 상실한 사람은 세상에 설 땅이 없다. 인간은 자기의 생각과 主張을 명확하게 말하고 남을 이해시킬 수 있는 言辯力을 갖추어야 한다. 말은 인간의 意思疏通의 基本手段이다. 언변력의 부족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의 부족이다.
말은 인간이 갖는 가장 중요한 武器의 하나다. 말속에는 강한 生命이 있고 사람을 感動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고, 뜨거운 魂이 있다. 언변력의 訓練과 習得은 지도자가 마땅히 갖추어야할 必須的 課題의 하나다. 지도자는 스피치트레이닝(Speech training)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는 書다.
書는 다방면의 讀書요, 명확한 文筆力이요, 글씨를 깨끗이 쓸 수 있는 筆蹟이다. 글씨는 그 사람의 人品을 표현한다. 인간의 表現力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의 표현력이요, 또 하나는 文章의 표현력이다. 高級官吏는 이 두 가지의 능력을 모두 겸비해야 한다.
"文章經國之大業 不朽之盛事"라고 魏나라의 文帝는 갈파했다. 문장은 국가를 經綸하는 大事業이요, 永遠히 滅하지 않는 盛大한 일이라고 말하였다.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잘 다스릴 것이냐, 그 百年大計와 救國濟民의 哲學을 밝히는 것이 文章의 사명이다.
文은 사상을 담는 그릇이다. 지도자는 많은 책을 읽고 깊이 思索하여 국가경영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 비전이 없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 인간이 만든 創造物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冊이다. 책 속에는 총명한 知慧가 있고 깊은 사상이 있고 遠大한 經綸이 있다. 지도자는 부지런히 책을 읽고 열심히 工夫를 해야 한다.
지도자가 無學 無識 無能하다고 하면 그는 사회의 無用之物이요, 나라의 害毒分子다. 지도자는 깊은 경륜이 있어야 한다. 깊은 경륜은 深奧한 學問의 産物이다.
끝으로 判이다.
判은 올바른 事理判斷力이요, 聰明한 分別力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바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現代社會는 複雜多端하다. 우리 앞에는 많은 難問難題가 山積해 있다. 人口問題·住宅問題·就業問題·國際問題·環境問題 등등. 政治는 복잡다단한 문제의 連續이다.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떤 對策을 세워야 하느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문제에 대하여 公正하고 賢明한 事理判斷을 내리는 것이다. 인간의 판단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事實判斷이요, 또 하나는 價値判斷이다. 나무를 보고 이것은 나무다 라고 판단하는 것은 사실판단이다. 이것은 쉬운 일이다. 어려운 것은 가치판단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는지, 어떤 일을 먼저 하고 어떤 일을 나중에 해야 하는지, 무엇이 더 重要하고 무엇이 덜 重要한지, 事物의 大小輕重과 先後本末과 善惡正邪와 是非曲直을 바로 판단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賢明하고 公正한 가치판단을 하려면 깊은 識見이 있어야 하고 예리한 洞察力을 지녀야 하고, 私利私慾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하고 偏見과 獨善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 어렵다 어렵다 하여도 重大한 일에 대하여 공정하고 현명한 사리판단을 하는 거처럼 어려운 일이 없다.
우리는 身言書判을 겸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古代 中國의 科擧制度에서 人物選定의 基準으로서 身言書判의 네 가지 德目을 강조한 것은 平凡한 것 같지만 깊은 생각과 經驗에서 나온 知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