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퇴직연수를 12월 3박4일 다녀왔습니다.
온 몸이 저릿저릿 아우성을 치는 나로서는 뜨끈뜨끈 사우나를 반기는데, 수안보 온천은 퇴직예정자에게 적합한 것입니다.
국가의 녹을 먹으며 우리 시대 대개 현모양처의 삶을 살아냈을 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년을 실감한거지요.
"내가 어쩌다 이런 훌/륭/한 여자들 , 그들 몸에 끼어 정년을 한다는 거지?" 생각 해 본적 없어, 어쩌다 감개무량 자체입니다.
나이든 여자들의 60대 초반 몸들이 이다지도 아름다울까? 세상이 모르는 숭고함이 더해진 절제와 지혜가 아로새겨있습니다.
아이를 키워낸 젖가슴과 어미로서 출산한 복부의 흔적, 적절히 살이 붙어 흘러내리는 굴곡진 몸의 선들....
직업과 가정에서 한 소리 듣기 싫어, 한 눈 팔지 않고 양쪽을 오가며 허리 꽂꽂히 자신과 자리를 지켜낸 몸 품격이 우아합니다.
다른 공무원이나, 학교장은 서 너번씩도 받고 있으나, 학기중이라 평교사는 퇴직연수 참가가 어려워 공무원 중심연수입니다.
2학기 교실수업이 있었다면 나도 언감생심 포기했을 터인데, 마지막에 타이밍이 운좋게 맞은 것입니다.
3개반 180명 중에 전북교사는 저 하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들 중에 나처럼 찜질은 하지 않고, 냉온탕을 오가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경상도 함양 분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학교의 교장감 술담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아요 말도 마시라애, 밥 묵자!... 맨날 그런다 아입니껴!"
공무원 남자들도 밥 핑계 술마시고, 담배는 이야깃 거리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대는 것입니다.
전북의 10년 전 발령 도심지에서 1시간 거리 변방 중학교의 관사문화가 떠올랐습니다.
차량 운전이면 5분, 10분인데, 걸어가면 30분, 40분이니 음주운전도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남편도 동네 장수모종 점심을 마치면, 78세 음주자전거에 이어, 90세 오토바이 음주 형님들 안내에 따라 음주운전귀가합니다.
술이나 담배는 인간 몸과 뇌에 생리화학적인 단순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 복합적인 다양한 의미생성과 사회문화적 소산입니다.
술담배는 문화적, 젠더적 함의를 포함한 헤게모니 구조에 이데올로기 정치성을 장착해서, 학교 금연 담화는 급진주의적입니다.
여교사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흡연예방 & 금연' 울타리를 치자고 한다는 것은 조직내 균열을 내는 전쟁 선포입니다.
술담배로 인한 폐해나 사고 및 재해는 어린아이들에겐 미래에나 해당되는 지금 당장 쓸데없는 너무 먼, 느네 형편일 수 있습니다.
인지적, 일방적, 계몽중심의 근대적 교육관이 여전한 학교세계에선 보이지 않는 현상학적 모호한 몸 세계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떨어진 아이를 구급차로 올려보낸 뒤, 당장의 구제사업을 도모하는 것이 실적 중심의 관료와 가시적 성과에 적합할 수 있습니다.
술담배 관련 담화는 생활과 밀착되어 각계각층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정치적 권력가에겐 주목도 없고 꺼리는 문제입니다.
마약 근절 희소성은 가시적, 정치적 이슈의 선전에서 우위성을 점하고 주목을 끌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에 거칠 것이 없습니다.
학교교육이 사회의 위험과 울타리를 치고 몸의 건강을 교육한다는 것은 '몸' 문제로 접근성이나 효율성의 난이도가 높습니다.
보건과목의 속성에 충실히 매몰되다보면 급진주의적이면서, 급진주의자로 급발진적 삶을 요구합니다.
지난 전교생 750명 중학교에서, 이번 학부모의 간청에 의해 발령을 낸 특성화고교(흡연생)에도, 보건교사는 처음이었습니다.
'몸'을 들여다보는 소수 여교사는 동료 없는 스트레스 세상에, 술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아 정년 건강에 도움이 컷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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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1만원까지 오른다?”…4500원→8000원·1만원 인상설 ‘솔솔’ (daum.net)
박윤희입력2024. 1. 16.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