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인 오후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아 하루 해가 지는 가운데 약속 장소의 시각에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면서 길가 벤치에서 오가는 인파와 차량들의 행렬을 지켜본다.
퇴근 시간 전후의 도심 속 복잡함들이야 숱한 경험과 일상의 지켜봄이었다지만
이런 환경들에서 누군가의 기다림이란 꽤 지루 적적함 또한 느껴보면서
휴대전화 속에서 라디오나 들어볼량 접속해 보는 데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매우 익숙한 노래가 친근하게 벗이 되어준다.
나는 네가 좋아서 순한 양이 되었지~ ♬
풀밭 같은 너의 가슴에 내 마음은 뛰어놀았지 내 곁에 있어 주 내 곁에 있어 주 할말은 모두 이것뿐이야.
. . .
참 이게 누가 불렀던 무슨 노래였었지?
무척이나 귀에 익은데 막상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궁리 끝에 검색해 본다.
가수 이수미가 1974년 발표한 '내 곁에 있어주' 라는 노래는 송창식의 '한 번쯤' 이라는 가요와 더불어 당시 그해 최고의 인기곡이었다고 한다.
벌써 오십 년 전의 올드곡이 따로 없음이니 꽤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 노래에 대한 또 다른 옛된 추억이 불현듯 새록새록 떠오름을 상기해 본다.
젊음이 용솟음칠 한 때 그 시절 천진스럽기까지 했었을 학창 시절에 뜻하지 않은 어느 모임 행사에서 누군가로부터 지목받은 채 불려들었었던 노래에 얽힌 사연이 있었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그 소녀는 꽤 발랄한 청순가련형 이미지에 애써 참는 수줍음으로 고백 아닌 고백을 노래했었는데 그만…ㅋ.
오빠가 좋단다. 오빠?
순수 감성 이상의 앳된 사고와 적이 당황했었던 당시 순간의 기억은 당혹스러움을 동반한 채 별 다름없이 비켜 지나간 후 어느날
그동안 마음 졸여 숨어 지켜보며 뒤따른 듯 애써 수줍음을 가득 안고 감춰진 연모의 저돌적 표출함에 매우 놀라고 말았으니 충격을 받을 정도로 매우 놀라고 말았다.
“오빠! 오빠가 좋아요.” ㅎㅎ
돌아올 주말에 집에 놀러 가잔다.
흐~익, 그것도 부모님이 계시는 안가로 말이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응, 그래 이번 주는 안돼고 좀 있다가 방학 때 한번 놀러 가자구나.”
부풀어 기대함을 가만 달래주고 멋쩍게 웃어 보이며 고만고만 데면데면한 채 멀리하고 말았으니,
정(情)과 한(恨)의 희비가 남겨준 세월의 고약함과 더불어 얄굿게 미안했음을 반성해 본다.
내 곁에 있어 주~ 내 곁에 있어 주~ 할말은 모두 이것뿐이야~♪
. . .
앳띤 표정과 열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손짓하며 다가온 그 모습들은 아마도 사랑이었나 보다.
왜 하필 내 사랑이었었는지 10월의 마지막 날 밤도 사랑하는 날 밤으로 오랜 기억 속에 찬미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