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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늦재(넞재) → 달바위 전망대 → 청옥산 → 청옥산 휴양림 갈림길 → 백천계곡 → 현불사 주차장'의 12.5km, 5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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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산
높이: 1,276m
위치: 경북 봉화군 석포면
청옥산(1,276m)은 태백산 망경대 정상에서 동남쪽에 있는 일맥으로 소천면 늦재에서 능선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 산기슭 중턱에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명대사가 수도하였다는 홍제사(弘濟寺)가 있다. 또 열목어서식지 중 세계 최남단으로 천연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된 백천계곡이 있고, 원시림 계곡이 백 리에 이르는 고선계곡이 있다. 삼림욕도 즐길 수 있는 청옥산자연휴양림에는 물놀이장, 체력단련장, 산막, 야영장, 캠프파이어장 등의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청옥산 자연휴양림
춘양에서 소천면 현동리를 지나 태백으로 가는 길을 따라 14km 정도 가면 늦재가 나온다. 숨 가삐 올랐던 늦재에서 한숨 몰아쉬고 내리막으로 조금 내려가면 "청옥산자연휴양림"이라고 쓴 목각 표지판이 있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의 입구이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은 해발 896m에 자리 잡고 있는데 대관령보다도 4m 높은 곳이다. 그래서 아무리 무더워도 파리와 모기가 없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자연휴양림 중 가장 넓은 곳이기도 해서 온 가족이 함께 와 즐기기에 적당하다.
이곳에는 수령이 100년도 넘는 아름드리 잣나무와 소나무, 낙엽송 등이 울창하다. 청옥산은 기이한 모양의 바위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울창한 수목, 그 아름다운 나무들 사이에 뚫어 놓은 산책로를 따라 은은한 나무 향에 취해 걷다 보면 출렁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면, 머리 위의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하늘과 귀가 시끄러울 정도로 지저귀는 산새들로 인해 원시 숲속에 온 듯하다. 또 봄이 되면 곳곳에 야생초가 핀다.
특히 계곡 주변에는 산목련이 활짝 피워 꽃 잔치를 벌인다. 휴양림 안에는 물놀이장, 어린이놀이터, 체력단련장, 산막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물놀이장은 자연적인 계곡을 막아 만들었는데 물 이 차고 맑다. 또 수련장은 청소년들이 심신을 단련하고 호연지기를 기르기 좋다.
인근의 백천계곡에는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빙하기 어족인 열목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백천계곡 일대가 천연기념물 제74호인 열목어 서식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계곡 내에 현불사가 있다. - 한국의 산하
조록바위봉
높이: 1,088m
위치: 경북 봉화군 석포면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와 강원도 태백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087m이다. 태백산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에 있다. 산 이름은, 산봉우리 모습이 많은 병사가 매복하여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졸암봉이라고 부른 데서 생겨났다.
태백산 문수봉과 청옥산 사이에서 시작되어 조록바위봉까지 이르는 12㎞의 백천계곡은 세계 최남단에 있는 열목어 서식지(천연기념물 74)이며, 자연생태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백천계곡
태백산에서 발원한 물이 해발 650m 이상의 고원을 16km에 걸쳐 흐르면서 만든 골짜기다. 발원지인 태백산을 비롯하여 연화봉, 청옥산, 조록바위봉 등의 높은 산에 둘러싸여 계곡의 물이 맑고 수온이 낮다.
백천계곡을 지나 조록바위봉 정상에 올랐다가 백천마을로 내려오는 4시간 정도의 등산도 즐길 수 있다. 부근에 청옥산 자연휴양림, 태백산 각화사, 사미정 계곡, 오전약수탕 등이 있다.
산행 길잡이
산행 기점은 평천마을을 지나 나오는 계곡 길과 백천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자리한 자연생태 보존지역 안내판 부근 두 곳이 있는데, 이곳의 해발고도가 700m인 탓에 실제 등산은 약 400m 정도만 오르는 셈이다. - 한국의 산하
개인적으로 목표를 정해서 진행하는 산행은 천고지, 백두대간, 그리고 각 기관이 선정한 명산 순이다. 그중 최우선이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오르는 "천고지" 산행인데, 아직 오르지 못한 게 오지(산이 높으니 당연한가?)고, 명산을 선정하는 어떤 기관도 인정하지 않는 산이다. 당연히 인증꾼은 물론이고, 등산객도 잘 찾지 않아, 안내산악회도 산행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으로 당일 산행이 가능하면 오지라 불리지도 않았을 거다. 와중에 많은 천고지가 나름대로 이름 있는 지맥이나, 둘레길 중간에 있거나, 주변에 있어 자주는 아니나, 2년에 한 번 정도는 안내산악회가 찾는데, 오지 중의 오지라 불리는 경북 봉화 달바위봉, 문수산, 청옥산 세 산은 거기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안내산악회가 아주 찾지 않는 산은 아니나, 그 시기를 예측하기 쉽지 않아, 마냥 지켜보는 중이다.
그러다가 한 안내산악회의 오지팀이 2022년 12월 18일 진행으로 계획한 문수산[산행기] 이후 거의 봇물이 터지듯 매달 한 건 정도 오지 산행이 공지돼, 천고지는 다 다녀왔다. 와중에 기존 천고지 목록에 없던 산이나, 봉우리가 새롭게 확인된 것도 있어, 애초 149에서 174로, 25 산이 추가됐다. 추가된 천고지는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을 통해 알게 된 산이나 봉우리라, 천고지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신청해 성원 미달로 취소되지 않는 한 다녀왔다. 그런데, 안내산악회 상품 중 하나로 알게 된 봉화의 천고지 중 달바위봉과 청옥산은 감감무소식이라,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가고 싶은 산행지 추천하기'라는 걸 발견하고, 속는 셈 치고 달바위봉을 추천했다. 그리고 그게 받아들여져, 우천으로 한 번 연기된 후인 2023년 5월 27일 다녀올 수 있었다[산행기].
추천 게시판의 탁월한 효용에 감탄해 이후 고양산, 상정바위산 연계 산행을 추천해 다녀오기도 했다. 남아 있는 모든 천고지를 한꺼번에 추천하고 싶으나, 성원을 채워 출발할 수 있으려면, 천고지는 한 달에 한 건 정도가 적당하다는 판단에 우선순위를 정해 추천하고 있다. 고양산 다음으로 백석봉을 추천했고, 8월 진행으로 청옥산을 추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달바위봉과 마주 보고 있는 산이라 그런지, 달바위봉 산행을 성황리에 마치고 나자, 카페 주인장이 청옥산행 계획을 게시판에 올렸다. 문제는 산행 일이 6월 17일 토요일로 등산방 정기산행과 겹칠 뻔했으나, 청옥산행이 게시판에 공지되기 일주일 전 대학 간 연합산행을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진행하기로 하면서, 삼 주차 토요일에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산악회의 산행 계획은 A 코스 청옥산과 초록바위봉을 연계하는 산행, B 코스 청옥산 단독이다. 당연히 A 코스 산행이라, 초록바위봉을 한국의 산하에서 찾아봤다. 없다! 초록바위봉에 관해 많이 듣기는 했으나, 익숙한 봉우리나 산도 한국의 산하에서는 취급 안 하는 예도 있어, 뭐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초록’이 아니라 ‘조록’이라는 걸 발견했다. 해서 조록으로 다시 검색하자, 있다! 조록을 초록의 오기라 생각해 초록으로 부르는 게 굳어져, 다들 초록바위봉이라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지읒과 치읓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있겠고. 어쨌든 A 코스인 조록바위봉과 연계 산행 후 백천계곡에서 땀을 씻을 생각이었으나, 열목어 서식 남방 한계선이라 자연생태 보존지역으로 물에 들어가는 걸 막고 있다는 걸 산 소개를 보고 알았다. 고로 세수나 세족은 없다!
계획이 공지된 후 신청자가 저조해 산행 일주일 전에는 성원을 간신히 넘겨, 예정대로 6월 17일 출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는데, 이틀 전에는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이 아닌 한 출발할 수 있는 24명에 달해 167번째 천고지 산행은 기정사실이 됐다. 봉화의 또 다른 명산 중 하나인 청량산의 당일 산악날씨에 의하면, 맑고 쾌청한 날씨에 기온은 영상 22~24도를 오르내릴 거고, 능선으로 연결된 태백산은 20에서 21도 사이다. 더울 거라는 얘기다. 다만, 들머리가 거의 해발 900m에 가까워 실제 올려야 하는 고도는 300m가 조금 넘어 아주 편한 산행이 될 예정이다. 그래서 등산객이 찾지 않는 산이 됐을지도. 어쨌든 준비는 평소와 같이 신사역표 김밥과 비상식에 계곡 산행용 아쿠아 슈즈를 신고 간다. 지난 달바위봉 산행 때 주변에 식당이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산행기], 하산주는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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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7분 불광역발 열차로 신사역으로 가기 위해 6시 10분경 집을 나서, 19분에 도착한 마을버스를 탔다. 고로 불광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문제가 생기면, 27분 열차를 못 탄다는 얘기다. 도대체 마을버스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다행히 6시 24분 불광역에 도착해 원하는 열차를 타고, 신사역에 6시 56분경 도착해 개찰구 옆 김밥 전문점이 영업 중인 걸 확인하고, 4번 출구를 향해 통로로 가다가, 왼쪽으로 못 보던 가게가 생긴 걸 알았다. 어묵, 떡볶이 등을 파는 분식집으로 당연히 김밥도 있다. 다만,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는지, 어수선한 모습이다. 어쨌든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그 분식집의 메뉴를 확인 후, 4번 출구 직전에 있는 즉석 빵집에서 김밥을 사서, 힙색에 넣은 후 출구로 나가면서 보니, 평소보다 많은 등산객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한동안 안 보이던 산악회 버스도 승객을 기다리고 있어, 반가웠다. 아직 이른 아침이나, 내리쬐는 햇살이 강해, 앉을 수 있는 그늘을 찾았으나, 이미 앞선 등산객이 차지하고 있어, 그늘에 서서,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7시 6분 도착한 버스에 탄 후 바로 잠이 들었다. 이후 버스가 치악 휴게소에 도착한 걸 알았으나, 지난밤의 숙취로 꼼짝도 하기 싫어 계속 잠을 청했다.
자는 것도 깬 것도 아닌 비몽사몽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주는 기척이 느껴지고, 내 무릎에도 한 장 두고 갔다.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초행의 산이고, 이미 그 이름에 압도된 조록바위봉이 궁금해 억지로 눈을 뜨고 지도를 확인했다. 산악회 게시판의 내용과 같은 거로 새로운 건 없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고 차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해, 힐링 산행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걸 정리했다. 다만, 조록바위봉을 꼭 가야 할 사람을 확인했는데, 10명이 넘게 손을 들었다. 그러자 대장이 놀라며, 거치 산이라, 청옥산은 5시간이면 충분하나, 조록바위봉까지 다녀오려면, 1시간 30분을 추가해야 한다며, 이번 산행의 소요 시간을 6시간 반으로 발표했다. 그거야 그렇고, 내가 기대한 조록바위봉의 코스나, 주의사항에 관한 언급은 없고, 바위봉에 오르는 꾼들은 뭉쳐서 다니라고 부탁하는 거로 얘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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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비몽사몽 상태로 돌아가, 인솔 대장이 도착하려면, 10여 분이 남았으니, 준비하라는 얘기에 눈을 떠, 바람막이를 벗어 힙색에 넣고, 아쿠아 슈즈의 끈을 조이는 거로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예정인 11시보다 20분이 빠른 10시 40분경 들머리 도착이라, 마감을 5시 10분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어차피 식당이 없다는 건 모두가 아는 거라, 다들 일찍 도착하면 일찍 출발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해서 이번 산행의 마감 목표를 4시 30분으로 잡았다. 정확히 10시 40분 들머리인 넛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핸드폰과 스마트워치의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등산 앱은 924m, 이정표는 896m, 고로 30m 가까운 오차로, 익히 알고 있는 거라 새로울 건 없다. 청옥산의 높이가 1,277m니, 381m의 표고차다. 말인즉 381m만 올리면 되는 산행이다. 이에 비하면 화요일에 오른 북한산 백운대는 엄청나게 높은 봉우리다[산행기]! 다만, 조록바위봉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바위봉의 표고차는 얼마인지 모르나, 청옥산과 비슷하기를 빌었다.
넛재까지 올라오는 동안, 한참 아래에 등산객을 태우고 온 거로 보이는 전세버스가 주차해 있는 걸 봤고, 넛재에도 소형 버스 한 대가 주차해 있었다. 물론 자가용 10여 대도. 고로 우리에 앞선 등산객이 청옥산으로 향했다는 거다. 그리고 인기가 없는 산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쨌든 넛재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산행을 시작하려고 보니, 일행이 들머리라 생각한 등산로 방향이 아닌 도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게, 휴양림 임도로 청옥산에 오를 생각인 거로 보였다. 편하기야 하겠지만, 임도로 정상에 오른다는 건 산행에 의미가 없어, 단독으로 정규 등산로로 가려고 시도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동행한 일행 대부분이 평소 오지 산행을 같이한 산꾼들인데, 임도로 간다는 게 이상해 일단, 그들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50여 미터 아래에서 '청옥산 숲길 안내도', 즉 등산 지도가 서 있는 들머리를 확인했다. 그것도. 내가 생각한 들머리 반대 방향이다. 고집 피우고 그 방향으로 올라갔으면, 미아가 될 뻔했다.
결과적인 얘기나, 이번 산행에서 같은 실수를 몇 번 반복했다. 특히 조록바위봉에서! 불금의 음주 과다가 머리 회전을 느리게 한 영향인가? 어쨌든 넛재에서 늦게 출발했으니, 후미 그룹에서 청옥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고도차가 381m에 불과한데, 거리는 3.3km에 이르니, 이론적으로만 보면, 급경사 구간은 없다. 실제는 조금씩 있기는 하나, 그런데, 대단히 힘이 들어, 화요일 북한산행의 후유증이라 생각하며, 오르다가, 지난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를 정도로 취하게 마셨다는 게 기억났다. 산행의 후유증이 아니라, 숙취다. 기온은 높고, 햇살은 내리쬐는데, 바람은 전혀 없는 산행이라, 시작부터 땀을 비 오듯 쏟으면 급경사에 가까운 등산로로 올라, 11시 18분 첫 봉우리인 '달바위 전망대'에 도착했다.
명색이 달바위봉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라는데, 울창한 숲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최소 전망대라는 명패까지 세울 정도면, 시야는 어느 정도 확보해 줘야지, 뭐 하는 짓인지! 어쨌든 전망대에 올라서자, 등산로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다. 물론 경사가 나타나기도 하나, 완만하다. 인솔 대장이 힐링 산행이라고 정의한 이유를 알만했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내리며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로 가자, 저 앞으로 임도 비슷한 게 보인다.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임도라 생각하고 도착해 보니, 사거리다. 직진은 정상, 오른쪽이 휴양림임도, 왼쪽이 넛재로 오는 길에서 봤던 전세 버스가 주차해 있던, 습지식물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출발한 등산객이 막 도착하고 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4km, 조금만 지체하면, 인증 남기는 것도 쉽지 않을 분위기라 서둘러 정상으로 향했다.
인증을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습지 식물원 방향에서 출발한 등산객이 이제 막 도착했다는 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200여 미터를 올라가서야 깨달았다. 그들의 선두 그룹이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고로 정상에는 얼마나 많은 등산객이 있을지 예측이 안 된다. 식물원 출발 팀, 우리 일행 그리고 미니버스와 자가용 등, 그래도 주력은 아직 뒤에 있다고 믿으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 주 능선의 헬기장에서 좌회전하자, 보이지는 않으나, 많은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게 정상이 멀지 않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임도 사거리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400m 거리였는데, 느낌상 거의 다 왔다. 하지만, 정상 반경 50m 내에서 음성으로 알려주는 등산 앱이 아무런 반응이 없어, 일단 동영상을 찍으며 오르자, 바로 코 앞이다.
먼저 기상 관측 철탑이 보이고, 그 앞 정상석에는 우리 일행이 인증을 찍고 있어, 그들에게 부탁해 나도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다음 목표를 향해 가는데, 정상석이 또 있다. 대현 청년회에서 1998년에 세운 거다. 첫 정상석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던 일행이 부탁해 거기서도 인증을 찍어줬다. 나는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기고, 그리고 더 가니, 산림청에서 세운 정상목과 그 옆에 '새천년 해돋이' 탑이 있다. 고로 기상청의 기후 관측 탑을 제외하고도 정상을 상징하는 표지가 4개나 있는 청옥산 정상이다. 하지만, 정작 등산 앱은 반응이 없다! 어쨌든 정상목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청옥산을 떠나 태백산 방향으로 가며, 일행에게 등산 앱이 조용하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나도 그렇다고 얘기한다. 그중 한 명은 워낙 산같이 않아 무시하는 거라고. 그러자 한참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이 조금만 더 가면 반응한다고 알려준다.
조금 더 가면 등산 앱이 반응한다고 알려줄 수 있는 건 초행이 아니라는 거고, 그의 말이 맞았다. 정상에서 100m가량 가자, 등산 앱이 정상 50m 반경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고로 산꾼이든 등산객이든 그들이 생각하는 정상은 정상석이나, 기상관측 철탑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봉우리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으로 생각되는 봉우리에 올라섰으나, 어디에도 정상임을 알려주는 표지가 없어, 그저 감으로 '아! 이 봉우리가 청옥산의 상봉이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현재 시각 11시 58분, 점심시간이다. 배는 진작부터 고팠다. 하지만, 봉화를 떠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갈 때까지 먹을 거라곤 배낭에 든 게 다라, 김밥은 아껴먹기로 하고, 오이를 한 조각 꺼내 먹으며 갔다. 그러다, 울창한 숲 사이로 정상이 보이면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는데, 명확하지는 않으나,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보다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캠핑족이나, 이 주변의 등산객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수도권 등산객에게 봉화 청옥산이 인기가 없는 이유가, 높이는 둘째치고, 조망이 전혀 없다는 것과 재미가 없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산행 내내 든 생각이다. 고로 그저 앞만 보고 갈 뿐이다. 와중에 점심을 먹거나 쉬고 있는 일행을 거의 다 추월해 뒤를 따라갈 등산객도 없다. 와중에 오이로 배를 채울 수 없어,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가자, 등산 앱이 알람을 울려 확인하니, 만 보 달성을 축하하는 메시지다. 물론 난 만보기를 기동한 적이 없다. 와중에 스마트워치의 만보기도 한몫 거든다. 12시 36분 고선계곡 갈림길의 쓰러진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가, 12시 57분에 백천계곡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태백산의 깃대배기봉까지는 2.8km다. 그 길목에 두리봉이 있는데, 조록바위봉을 버리고 두리봉을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어, 다음에 태백산과 연계해 오르기로 하고, 백천계곡으로 내려갔다. 백천계곡 갈림길부터는 태백산 국립공원 내라, 안전시설부터 이정표 등 모든 게 달라졌다. 그리고 깃대배기봉 갈림길에서 400여 미터를 내려오자, 본격적으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해서 금줄을 넘어 등산로에서 가까운 계곡으로 들어가, 빈 물통을 백천계곡 생명수로 채웠다. 사실 이걸 믿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낌없이 물을 마셨다. 다른 국립공원이라면 없을 금줄과 작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 모두가 열목어를 보호하기 위한 거라, 혹시 열목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깊은 여울을 만나면 유심히 살펴봤으나, 민물의 멸치로 불리는 버들치만 가득할 뿐이다.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로 정신없이 내려가니, 저 앞에 임도가 보인다. 산악회의 코스 소개에 따르면 여기서부터 현불사까지 임도다. 고로 청옥산만 오르는 B 코스는 여기서 사실상 산행이 끝난다. 현재 시각 1시 30분, 10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2시간 50분이 걸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여기가 임도의 끝이 아니다. 갈림길로 오른쪽은 현불사 3.7km, 왼쪽은 천제단 4.6km다. 태백산의 그 천제단이다. 교통이 불편해서 그렇지, 여기가 태백산에 오르는 가장 빠르고 높지 않을까? 왼쪽으로 조록바위봉 들머리를 찾으며 임도를 따라 내려가, 1시 39분에는 태백산 문수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문수봉까지 거리는 3.6km. 청옥산과 조록바위봉을 능선으로 연결됐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라, 계속 왼쪽을 주시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들머리가 보이지 않아, 혹시 문수봉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정표 옆의 지도를 확인했다. 없다. 아예 지도에는 흔적조차 없다.
다시 계곡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내려가, 차량 차단 시설을 통과하자, 가옥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저 멀리 조록바위봉이 보인다. 청옥산과는 완전히 별개의 봉우리다. 청옥산의 한 봉우리라 생각했던 게 문제였다. 어쨌든 2시 정각에 태백산 국립공원 백천 탐방센터에 도착해, 거기에 서 있는 지도로 바위봉의 들머리를 찾아봤다. 명확하지는 않으나, 아직 많이 내려가야 해, 서둘러 내려가며 보니, 센터 창문에 '순찰중'이라는 팻말이 걸려있다. 이미 아는 사실로, 길목에서 요원 둘이 쓰레기를 주우면 백천계곡을 순찰하는 걸 봤다.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갔는데, 마을을 통과하자 없어졌다. 내가 들머리를 놓쳤나? 다시 주위를 유심히 봤으나, 없다. 무시하고 계속 내려가, 출입 금지 플래카드와 금줄이 설치된 곳을 지났다. 바위봉이 비탐구역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그곳을 지나쳤으나, 무언가 이상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니, 좀 전에 들머리를 지나친 거로 나온다. 맞다. 조록바위봉은 비탐구역이다.
출입 금지 플래카드와 금줄이 쳐진 곳으로 돌아가, 먼저 등산 앱으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688m, 오차를 고려하면 660m 정도다. 조록바위봉 높이가 1,087m니, 표고차는 427m! 381m인 넛재와 청옥산보다 높다. 높이만 놓고 보면 오늘 산행의 주요 봉우리는 조록바위봉이다. 다만, 비탐구역이라는 게 문제지. 재빨리 금줄을 넘어 들어가자, 계곡을 따라 등산로가 보이나, 어느 순간부터 희미해지더니,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다른 모든 국립공원 비탐구역의 등산로와 다를 바가 없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으나, 이 또한 정확하지 않아, 인적과 지도를 같이 활용해 길을 찾으며 올라가, 2시 40분에 주 능선에 도착했다. 꽤 많은 산꾼이 다녔는지 능선 위에는 등산로가 명확하다. 간혹 산악회의 리본도 보이고. 그런데, 그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어딘가에서 오고 있는데, 그 어디가 조록바위봉 산행의 진정한 들머리로 생각된다. 이 글을 쓰며 국립공원이 만든 지도를 확인했는데, 싸리재가 아닐까?
중간중간 쓰러진 고목이 등산로를 막고 있는 걸 보면, 비탐구역답게 등산로 정비를 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 외 등산로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건, 생각보다는 많은 산꾼이 조록바위봉을 찾고 있는 방증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청옥산 구간에서는 맛보지 못한 급경사 암릉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자, 저 앞 숲 사이로 산꾼이 보인다. 백천계곡에서 나를 앞질렀다가 마을을 통과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일행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아니다. 일행 중 부부로 그 빠름에 감탄했는데, 그나마 따라잡을 수 있었던 건 여성 산꾼이 지쳐, 거의 주저앉기 직전이라 그랬다. 해서 그 여성이 남편에게 '당신 때문에 고생한다!"라고 하자, 남편이 '나니까 이런 곳에 데려오는 거다!'라고 대응해, 나도 모르게 껄껄 웃었다. 그리고 통상하는 얘기, 쉬었다 갈 테니, 먼저 가라고 했으나, 먼저 가봐야 기다리는 건 마찬가지니 같이 올라가자고 해, 그들을 추월했다. 그렇게 정상을 향해 올라가자, 이번 산행 처음으로 전망대다운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막상 등산로에서 벗어나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앞을 제외하고는 시야가 막혔다. 그리고 그 앞도 딱히 내세울 만한 조망이 있는 것도 아니나, 그래도 전망대에 올라온 기념으로 사진 몇 장 남겼다. 사진을 다 찍고 전망대를 떠나, 등산로로 돌아오니, 그 부부가 앞서가다가 여성 산꾼이 다시 주저앉아 의도치 않게 다시 그들을 추월해 산양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위로 올라가자, 등산 앱이 조록바위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때 시각이 3시 9분이다. 늘 그렇듯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는데, 동영상 길이가 2분이 넘는다. 50m에 2분이 넘게 걸린다는 얘기다. 당연히 정상에는 아무도 없고, 그 부부가 언제 도착할지 예측이 안 돼,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찍었다.
암봉 전망대이기도 한 정상이나, 태백산 방향은 숲이 가리고, 그나마 보이는 부분도 미세먼지로 희미해 기록으로 남길만한 조망은 없이, 아래 전망대와 비슷한 경치만 보여줄 뿐이다. 그럼에도 그냥 떠나기는 아쉬워, 현불사 주변을 기록으로 남기고, 막 도착한 부부에게 정상을 넘겨주고 암릉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렇게 암릉을 따라 조금 가니, 오른쪽 탁 트인 조망 아래 생각지도 못한 봉우리가 보여 가던 길을 멈추고 기록으로 남겼다. 봉화의 마이산이라 불리는 달바위봉이다. 5월 27일 달바위봉에 오른 후[산행기] 제대로 된 모습을 보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제야 본 모습을 감상한다. 봉화의 마이산이라 불린다는 것과 실제 오른 암봉의 차이에 약간 실망했는데, 진안의 마이산에 비해 말귀가 약간 거칠기는 하나, 이제야 그렇게 불리는 이유를 알았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아껴두었던, 마지막 오이 한 조각을 꺼내, 먹으며 칼날 같은 암릉을 따라 하산하는데, 암릉 곳곳에서 나뭇가지가 길목을 막고 있는 게, 비록 산꾼이 거의 찾지 않는 하산 코스라고 해도 여기는 길이 아니다. 해서 암릉 아래 여기저기를 찾아봤으나, 역시 길다운 건 보이지 않아, 동영상을 찍으며 암릉으로 내려가는데, 3~4m 아래로 지나는 산꾼이 있어 유심히 보니, 그 부부다. 그 부부는 길을 찾은 거다. 해서 그 부부가 가는 길로 내려가려니, 암릉으로 가는 것보다 더 위험해 보여 계속 가, 암릉 끝에서 그 길과 합류했다. 그런데 그 길이란 게 띄엄띄엄 인적으로 이어질 뿐이고, 가끔 산악회 리본도 보인다. 그런데, 그 부부는 우회전하는 걸 보고도 리본과 인적에 의지해 직진했는데, 50여 미터를 가다가 무언가 이상해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이대로 가면 등산로가 없다. 그리고 그 부부가 내려간 곳이 길이 맞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욕심에 대각선으로 길로 향했는데, 그 선택한 대각선이 마사토에 가까운 급경사라 아차 하면 아래로 미끄러질 상황이다. 미끄러진다고 목숨이 위험한 지형은 아니나, 그랬다가는 온 몸이 뒷감당이 안 되는 분위기라 네 발로 최대한 조심하며 가로질러 갔다. 물론 그러는 동안, 땀과 흙이 뒤범벅돼, 온몸은 미끄러진 거나 다름없는 상태다. 3시 35분경 이게 등산로가 맞나 의심은 가나, 그래도 인적이 있는 길에 도착했으나, 미끄러운 급경사이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그러하니 거의 미끄러지다시피 내려가, 3시 54분 평탄한 계곡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니, 그나마 길다운 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그런데, 온몸의 상태가 좋지 않으나, 최악은 아큐아슈즈를 신은 발이다. 물이 빠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틈으로 흙과 낙엽, 나뭇가지, 작은 돌이 들어와 마른 계곡에서 그나마 약간의 물이 고인 곳으로 가 그것들을 씻어 냈다.
그렇게 신발에 들어간 이물질을 씻어 내고, 다시 길로 돌아가 날머리를 향해 내려가다가, 비록 물은 거의 없으나, 계곡으로 내려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계곡으로 들어가 그걸 따라갔다. 물을 구경하기가 힘든 계곡이나, 그나마 군데군데 고인 물로 발을 씻으며 가자, 갑자기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해서 큰 기대를 안고 계속 가니, 도로다! 그 요란한 물소리는 백천계곡이고.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현재 시각 4시 15분 33초! 마감까지 남은 시각은 55분가량. 그런데, 백천계곡의 요란한 물소리를 듣자, 땀과 흙으로 뒤범벅된 몸을 씻고 싶다. 애초 계획은 출입 금지 구역인 백천계곡에 들어가지 않고, 그 지류에서 씻을 생각이었는데, 지류의 물이 씻을 만큼 풍부하지 않고, 열목어고 뭐고, 당장 내가 죽을 거 같아, 그나마 열목어가 있을 거 같지 않은 얕은 곳으로 가 웃통을 벗어부치고 땀과 먼지를 씻어냈다.
3
5분가량 씻은 후, 윗도리를 깨끗이 빨아 입고, 계곡에서 나가려는데, 일행 두 명이 하류에서 씻은 후 주차장으로 가다가 나를 보고, 하류의 다리 아래가 씻기에는 더 좋다고 권한다. 더 좋으나 마나 이미 다 씻었는데, 또 씻기 위해 하류로 내려갈 이유가 없어, 계곡에서 나와 그들을 따라갔다. 사실 주차장의 위치를 몰라, 어디로 향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그들을 만난 게 다행이다. 그렇게 위로 오르며 보니, 개활지 끝에 버스가 서 있는 게 보인다. 왼쪽으로 보이는 조록바위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버스로 향해, 4시 28분에 도착하니, 주차장 나무 그늘에는 두셋이 모여 준비한 하산주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고 있다. 그리고 청옥산 정상석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준 여성 산꾼이 나를 보더니, 자기들은 출입 금지 플래카드를 보고 바위봉은 포기했는데, 다녀왔는지 물어, '이것저것 다 따지면 갈 수 있는 산이 없다!'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무 그늘 잔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차장 주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일행을 대충 훑어보니, 조록바위봉이 비탐구역이라는 걸 발견하고 예상한 대로 거의 모든 일행이 도착한 거 같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그 부부가 날머리 방향에서 와, 서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분명 나보다 앞서 있었는데, 중간에서 길을 잃었나? 어쨌든 그나마 조록바위봉을 다녀온 5명이야 상관없으나, 애초 가기로 했다가, 못 간 일행은 빨리 출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테지만, 그 다섯 때문에 군소리 없이 기다렸는데, 바위봉에 오른 산꾼이 다 도착했음에도 인솔 대장이 도착하지 않아 출발을 못 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4시 50분경 대장이 나타나, 비탐구역인지 모르고 알탕을 두 번 하고 라면까지 먹고 오느라 늦었다고 사과 후 흩어져 있던 일행을 모아, 예정보다 10분 이른 5시경 서울로 출발했다.
현불사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왔던 길을 되돌아 서울로 향했다. 가장 편한 자세로 버스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다가, 아랫도리에 눈이 미쳤는데, 꼴이 말이 아니기는 하나, 오지 산행치고는 깨끗한 편이다. 물론 그사이 빨아 입은 옷은 다 말랐다. 생각보다 산행이 어렵지 않았는지 잠도 오지 않아, 유튜브를 보거나 창밖을 구경하고 있는데,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휴게소에서 15분간 휴식한다고 발표한다. 여주에서 쉴 거로 생각했는데, 치악이다.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배가 고파 뭐 좀 먹을까 하고 버스에 내려, 식당으로 갔으나, 당기는 게 없어 식혜 하나 마시고 말았다. 휴식이 끝나고 서울로 출발한 버스가 먼저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애초 예정에는 없던 양재에 정차하자, 차에서 내려 지하철로 집으로 향해 9시 25분경 도착하는 거로 봉화 청옥산, 조록바위봉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A 코스 계획대로 '넛재 → 달바위 전망대 → 청옥산 → 청옥산 휴양림 갈림길 → 백천계곡 → 조록바위봉 → 백천계곡 → 현불사 주차장'의 16.4km(트랭글) 구간을 5시간 52분 동안 즐겼다. 이동 5시간 48분, 휴식 4분!
봉화 청옥산, 조록바위봉 산행으로 남은 천고지는 7! 2024년 봄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조망이 좋지 않은 게 대한민국 산인데, 해발 1,277m의 청옥산 역시 울창한 숲에 제 모습도 감추는 지경이라, 보이는 게 없다. 암봉인 조록바위봉마저, 태백산 방향은 숲이라, 마찬가지다. 역시 조망이 목표라면, 잎이 다 진 겨울에 올라야 한다.
달바위봉의 암릉을 기대한 조록바위봉에서 기대와는 달리 급경사 오지를 즐겼다.
달바위봉, 조록바위봉에 진대봉을 합쳐 봉화 3대 암봉으로 부른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이번 산행으로 당분간 봉화에 갈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진대봉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