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89. 개미들의 행진
벌써 열흘 째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려고 뜰을 나섰다가 길게 늘어선 수백만 마리의 개미들을 보았다.
오래 묵은 아름드리 산톨나무에서 부터 꼬물꼬물 작은 개미들이 줄을 지어 내려와 어디론가 간다.
길을 따라 10m가 훨씬 넘는 곳에 있는 더 큰 안티폴로 나무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줄을 지어 기어가는 걸까?
내 발짝으로야 백 보도 채 안 되겠지만 그 작은 개미들의 몸뚱이로는 얼마나 부지런히 오랜 동안을 기어가야 할까?
도대체 몇 시쯤부터이동을 시작한 걸까?
아침을 먹고 나서 이것저것 하느라 한참을 지낸 후 나와 보니 햇살 아래 개미 줄은 온데 간데 없다.
그런 일이 벌써 내가 발견한 후로 열흘이나 된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언제까지 행진을 할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우리 뜰 안의 개미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분가를 하는 건지, 통째로 이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개미사회에 대한 그의 상상력과 소설의 묘미에 푹 빠졌었다.
그 외에도 우리 뜰엔 참 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무에 어느 날 엉뚱한 홀씨가 날아들어 새로운 잎을 피우며 기생하고, 원래의 나무보다 훨씬 화려하게 자라고 있기도 한다.
오래동안 숨죽이듯 푸른 잎만 보이던 커피나무가 며칠 새 엄청난 향기를 쏟아내며 하얀 꽃잎을 조롱조롱 피워내기도 한다.
새들은 앞 베란다의 난간에 내려앉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저희끼리만 아는 얘길 속닥거리다가도 누가 가자고 했는지는 모조리 함께 날아가기도 한다.
이 곳에 와서 우리가 본 것 만으로도 6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키가 50cm밖에 못 자란 나무에선 이 번에도 어김없이 가지 끝마다 꽃망울이 맺혔다. 저런 난쟁이 꽃나무도 언젠가 세월이 더 가면 크게 자랄 수 있을까 의아스럽다.
뭔가 이 뜰 안에 매일 변화가 일어나는 건 틀림없다.
해마다 한 두 개씩 따 먹게 되는 잭프릇 나무에 올해도 열매가 달렸는데 이번엔 그 아래에 열매 하나가 누운 채 달려 있다. 누워서도 크게 자라려나?
3월. 이 밈 때의 이 뜰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참 좋다.
첫댓글 관찰력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과학자의 눈하고 달리 문학적으로..............................
그저 네 발갈에 죽어 갈수도 있는
개미들 미물들이라고 무시 하지 말라…
그들 자손들이 언젠가 …
죽어간 네 육신에서 대 잔치를 벌릴지 모르니 일이니 말이다.
개미떼를
형성하는 시기 장소 환경이
되면 한국에서도 가끔 볼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