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꿈꾸며 / 최종호
‘잘 지내시죠? 교장 선생님의 텃밭, 제가 당첨된 것 같아요?’ 아니, 이럴 수가! 한밤중에 아내와 남몰래 심었던 텃밭의 경작권을 공교롭게도 내가 잘 아는 수석교사가 넘겨받았다는 말이다. 잘 키워보라고 문자를 보냈으나 이미 심어놓았으니 나한테 계속 관리하라는 답이 왔다. 양심상 어디 그럴 수 있겠는가? 내가 키울 테니 같이 나누어 먹자는 말로 마무리했다.
허락 없이 경작한다는 민원이 들어간 이후에 텃밭 운영을 희망하는 세대는 관리사무소에 신청하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었다. 1제곱미터 남짓밖에 안 되는 땅인 데다 신청하더라도 당첨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는가? 몰래 심은 것도 자존심 상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심어놓은 곳은 인정해 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밤에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는데 “지난번과 달리 빈 곳 없이 경계를 나누어 놓았다.”라고 하면서 우리도 요청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아내가 은근히 압박한다. 다음날 아침, 현장에 가서 보니 밧줄로 나누어 놓은 데다 바닥에 번호까지 써 놓았다. 그것은 기득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표시나 다름없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관리사무소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했다.
추첨이 있던 날, 탁구장에서 밤늦은 시각에 돌아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눈에 번쩍 뜨이는 메시지를 보았다. ‘오후 8시에 텃밭 추첨이 있는데 참석하지 않으면 무효입니다.’ 오전에 보낸 것인데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허탈했다. 다음날, 지인이 내가 심었던 곳의 번호를 자신이 뽑았다고 알려왔던 것이다.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60명 남짓 참석했는데 그중 20여명이 당첨되었다고 한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심어놓은 녀석들이 큰 수난을 당할 뻔했다.
다음날 그곳에 가보았더니 아주머니 한 분이 물을 주고 있었다. 분양을 받았느냐고 물었더니 운좋게 당첨되었단다. 다만 몇이서 장소를 조정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이 아파트 대표를 맡아서인지 융통성이 없다고 했다. “이미 심어놓은 곳은 그대로 인정해 주고 빈터만 추첨했더라면 서로 좋을 것인데…‥”라면서 응수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민원인과 대표자에게 화도 나고 서운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 일로 민원을 낸 것도 좀스럽지만 대표자 회의에서도 합리적인 방안을 찾지 않고 원칙만 내세운 것 같아서다. 빈 땅에 허락도 없이 심은 내가 잘했다는 말은 아니다. 안내판 하나 세우지 않고 그동안 방치한 것도 관리 소홀 아닌가? 공동생활 공간에서는 규칙을 세워 잡음이 없게 해야 하지만 이번 일은 두루 만족할 만한 방법이 아닌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사회도 그렇지만 국가도 원칙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는가?
첫댓글 하하, 그 밭이 이 수석에게로. 결국 교장 선생님에게 올 운명이었나 봅니다.
그나마 그 수석쌤이 당첨 받아서 정말 다행이긴 하지만 여러가지로 서운하셨을 것 같네요.
그래도 키우고 돌보는 재미를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끝이 났네요.
그래도 잘 키우셔서 맛있게 나눠 드시길 바랍니다.
나눠 먹으면 맛이 더 좋을 겁니다. 우리 아버님, 어머님도 텃밭 가꾸기에 푹 빠지셨던데, 최 선생님도 곧 그렇게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