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4월 ‘함정 집단감염’ 겪고도 청해부대 백신 무대책
국방부 당시 “함정 우선접종” 밝혀
軍 “청해부대, 부작용 대처 어렵고 보관 등 문제로 귀국후 접종 계획”
18일경 수송기 보내 ‘전원 철수’
문무대왕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해군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 구축함)의 ‘철수 작전’이 이르면 주말에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34진 장병 전원(300여 명)을 다음 주 국내로 귀환시킬 계획이다. 해외 파병된 함정에서 감염병이 발생해 임무를 중단하고 공군 수송기로 승조원 전원을 귀국시키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
특히 군은 현재까지 파악된 확진자 6명 외에 유증상자 80여 명과 나머지 장병 가운데 상당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집단 감염의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은 이르면 18일경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를 청해부대가 머물고 있는 아프리카 현지로 출발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운항 경로에 있는 20여 개국과의 영공 통과 협조가 늦어질 경우 19일경 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수송기는 제3국에 한 차례 중간 기착해 재급유를 받은 뒤 목적지로 향할 계획이다.
군 안팎에선 ‘방역 구멍’에 대한 지휘부 책임론이 거세다. 파병 4개월이 넘도록 백신 접종 없이 다수 장병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4월 서해 해군상륙함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국방부가 함정 근무자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군은 함정에서 생활하는 청해부대 임무 여건상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처하기 어렵고 백신 전달 및 보관이 어려워 국내 복귀 후 접종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방역당국은 “4월 말부터 군 장병 대상 접종이 시작됐고 청해부대 장병들은 1분기(1∼3월)에 파병하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면서 “외국 파병 군인, 재외국민, 주재관 등에 대해 백신을 직접 가져다주는 방식으론 아직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룻밤새 고열-근육통 5명 추가 입원… “부대원 절반 감염 가능성”
청해부대 백신 무대책
14일 6명의 승조원이 코로나19 확진으로 판정 난 이후 청해부대 34진은 15일 밤 12시경 함정 내 별도 공간에 격리 중인 유증상자 80여 명을 비롯해 전체 승조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를 실시했다고 군은 밝혔다. 늦어도 17일 새벽에는 추가 확진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태가 악화된 유증상자들이 속출하면서 군에 비상이 걸렸다. 군은 내부적으로 승조원 상당수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현지에 도착한 청해부대 34진은 애초 이달 중순부터 말까지 35진(충무공이순신함)과 현지에서 임무를 교대할 계획이었지만 파병 4개월간 백신 접종도 없이 ‘방역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코로나19에 노출돼 작전 공백을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승조원 절반 이상 감염됐을 수도
군 소식통은 “좁고 밀폐된 함정 내부 등을 고려할 때 함정 내 대부분 구역에서 감염이 진행돼 최악의 경우 승조원 절반 이상이 감염됐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15일 유증상자 가운데 고열과 근육통이 심한 5명을 현지 병원에 추가로 입원 조치했다. 이에 따라 현지 입원자는 하룻밤 새 7명으로 늘었다. 15일 입원자 중 1명은 폐렴 증세가 심해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앞서 최초 폐렴 증세를 호소한 간부와 그를 지원하기 위해 투입됐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된 통역장교가 14일 입원한 바 있다. 함정에선 자체 의료진(군의관 2명, 의무부사관 2명, 의무병 1명)이 별도 공간에 격리된 확진자와 유증상자의 상태를 수시로 파악 중이라고 한다.
군 안팎에선 석 달 전 함정 내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의 교훈에도 군 지휘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해 청해부대 장병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앞서 4월 해군상륙함인 ‘고준봉함’은 작전 이동 중 전체 승조원 84명 가운데 38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긴급 복귀했다. 이후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밀폐된 공간에서 항행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한테 최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군 지휘부는 이후로도 청해부대의 방역 대책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비판이 많다. 청해부대 34진은 2월 초 백신도 맞지 못한 채 출항했고, 3월 아덴만 현지 도착 이후로도 코로나19 감염 전까지 백신 접종 없이 파병 임무를 수행했다. 다른 파병부대들은 출발 전 접종을 끝냈거나 유엔 등의 협조로 현지에서 백신을 맞은 것과 비교하면 방역 조치가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극복’ 응원하던 청해부대가… 청해부대 33진 최영함의 승조원들이 2월 설 연휴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겨내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최영함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34진 문무대왕함과 3월 임무를 교대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이에 대해 군은 청해부대 34진이 군, 의료진 등 필수 인력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된 3월 이전에 출항했고, 먼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여건상 백신 부작용(아나필락시스 등) 발생 시 대처가 제한되는 점, 함정 내 백신 보관 기준 충족 제약 등으로 현지 접종이 곤란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함정 내 집단감염의 위험성과 인명 피해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기항지의 유엔이나 현지 미군 등의 협조를 얻어 백신을 조기에 접종했어야 했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군 소식통은 “고준봉함의 집단감염 이후 군 일각에서 청해부대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백신 접종 등 실질적 대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 중간 기착 거쳐 목적지까지 꼬박 하루 걸릴 듯
청해부대 철수에 투입되는 수송기 2대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낸 의료·방역인력과 함정을 복귀시킬 귀환 지원 병력 등 150여 명이 탑승할 예정이다. 각종 방역·의료물품도 대거 적재된다. 또 군은 확진자와 유증상자 상태가 악화될 경우 별도의 전문 의료장비를 갖춘 항공기(에어앰뷸런스)를 추가 투입해 긴급 이송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청해진함이 있는) 현지 공항에 도착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