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사전에서 완벽(完璧)을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정서에 따라 보편적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한 것’을 뜻하기 때문에 ‘완전무결’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원래 이와 관련되는 고사(故事)를 담고 있는 출전(出典)의 바탕으로 내용에 접근한다.
실제로 완벽에 대한 관련 고사를 전하는 출전은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의 ⟨염파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이다. 여기에 적시(摘示)된 사실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이 성어가 생겨난 배경과 의의와 만남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말기에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천하에 둘도 없이 귀한) 초(楚)나라 ‘화씨(和氏)의 구슬(璧)’ 즉 화씨지벽(和氏之璧)*을 손에 넣었던가 보다. 원래는 신하였던 무현(繆賢)의 소유였는데 혜문왕이 빼앗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천하제일의 명품인 때문이었던지 그 소문이 인접국에 퍼져나갔던 모양이다.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의 귀에도 그 소문이 전해졌다. 욕심이 많던 소양왕이 흑심을 품고 조나라 혜문왕에게 편지로 ‘화씨의 구슬’과 진나라 열다섯 개의 성(城)과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그 편지를 받고 조나라 혜문왕은 대장군 염파(廉頗)를 비롯해 여러 대신들과 어찌 대응할지 숙의를 거듭했다. 왜냐하면 화씨지벽을 진나라에 넘겨줘도 소양왕이 열다섯 개의 성을 넘겨줄 것 같지 않아 기만을 당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넘겨주지 않을 경우 진나라 군사가 곧바로 쳐들어올 두려움 때문에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좌불안석으로 끙끙 앓고 있었다.
혜문왕을 비롯해 여러 대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거듭해도 솔로몬의 지혜는 없었다. 이에 따라 누군가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내 소양왕의 마음을 돌리는 책략밖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 궁색한 구석으로 몰린 상태에서 어쩔 수 없어 진나라에 파견할 사신을 누구를 보낼 것인가 저울질을 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식객(食客)이었던 인상여(藺相如)가 왕 앞에 나서 머리를 조아리고 진지하게 아뢰었다. “황제께서 (사신으로) 보낼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소신이 구슬(璧)을 가지고 사신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라고. 그러면서 단호하지만 조곤조곤 자기 뜻을 명확하게 피력했다.
/ ...... / (약속한 열다섯 개의) 성(城)이 들어온다면 구슬(和氏之璧)은 진나라에 계속 머물게 될 것입니다(城入趙而璧留秦 : 성입조이벽류진) / 성이 들어오지 않으면(城不入 : 성불입) / 신이 구슬(璧)을 완벽하게 조나라로 돌려보내도록 하겠나이다(臣請完璧歸趙 : 신청완벽귀조) / ...... /
위 내용 중에 나타난 바와 같이 ‘완벽’은 인상여의 ‘완벽귀조(完璧歸趙)’라는 말에서 유래된 성어이다. 한편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인상여는 ‘화씨의 구슬(璧)’을 가지고 사신으로 진나라에 갔다. 그리고 소양왕에게 정중하게 ‘화씨의 구슬’을 바쳤다. 좋아서 입이 헤벌어진 소양왕은 구슬에 온통 정신을 뺏겨 방방 뛰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약속했던 ‘열다섯 개의 성(城)’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런 사태를 충분히 예견했던 인상여는 구슬에 약간의 흠집이 있다고 하며 속여서 돌려받았다.
다시 구슬을 넘겨받고 나서 약속했던 열다섯 개의 성을 주지 않으면 자신의 머리와 구슬을 벽에 부딪쳐 완전히 부숴버리겠다고 단호하게 버티자 소양왕도 별다른 묘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소양왕은 아쉽지만 가까스로 욕심을 접고 인상여와 구슬을 조나라로 돌아가도록 허락할 수밖에 다른 묘책이 없었다.
이따금 완벽이라는 말을 곰곰이 곱씹으며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결함이 없이 완전한 것’을 입으로 말하기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도 쉽다. 하지만 뭔가를 실행해야 하거나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난제 앞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화두가 아닐까. 아무리 하찮은 것 일지라도 완벽을 이룬다는 것은 사막에 떨어진 바늘 찾기보다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태어나 여태까지 해왔던 일이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썼던 전공서적을 위시해서 수필집을 합하면 모두 쉰 권쯤 된다. 그럼에도 완벽하게 가르쳤다고 자부하거나 집필했던 경우는 하나도 없다. 이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모두에 대해 적당히 시늉을 냈을 뿐 해탈이나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완벽했던 게 아무것도 없다는 진솔한 고백인 셈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여든의 문턱을 넘어선 처지에 무엇 하나 제대로 했거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얘기이다. ‘그런 나는 누구일까?’ 정색하여 내게 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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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씨지벽(和氏之璧) : 초(楚)나라 화씨(和氏)가 발견한 구슬(璧)로 천하의 보물을 뜻하는 고사성어이다. 줄여서 화씨벽(和氏璧)이라고도 하는데 오늘날 화씨지벽은 값을 매길 수도 없는 진귀한 보물 즉 무가지보(無價之寶)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한맥문학동인사화집, 2025년 제25호, 2025년 2월 28일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교수님
진나라 소양왕이
화씨지벽(和氏之璧)과 15개의 성과 바꾸자면서 협상을 빙자한 협박었군요.
이에 혜문왕은 위기를 넘길 인재를 찾아 인상여가 진나라로 떠났고 인상여는 마음속으로 화씨지벽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마음을 먹었나 봅니다. 화씨지벽을 손에 넣은 소양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인상여가
화씨지벽이 흠집이 있으니
확인해보고 15개의 성을 주지 않으면 구슬을
깨트리겠다고 오히려 겁박을 했네요.
할 수 없이 건네주 구슬
인상여의 작전에 소양왕은
말려들었는데 이에 인상여가 구슬처럼 단단하다히여
완벽하다고 했나 봅니다.
'완벽'이란 단어가 현대에 쓰이는줄 알았는데
교수님 글 읽고 무려 춘추시대때부터
유래 되었다니 세삼 놀랐습니다.
그 당시 인상여가
화씨지벽(和氏之璧)처럼
완벽하였다지만 사실은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겠는지요. 어딘가
어설프 보이는것이
세상과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교수님 글
잘 읽었으며 화답의 뜻으로
시 한 수 올립니다.
틈 / 임준빈
완벽주의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틈이 없습니다
그 사람 곁에 가면 절벽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지혜주의자가 있습니다
그 사람은 틈을 조금 열어놓았습니다
그 틈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등 푸른 고기들이 물장구를 칩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
교수님 좋은 공부 잘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