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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해병대원 사망 조사 외압’
복원된 녹음·軍 간부 진술 확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21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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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사망 사고’ 조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김 사령관이 군 관계자에게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설’을 언급한 녹취 파일을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후 화를 내며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을 질책했다는 것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하면서 (국방)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면서 이 의혹이 불거졌다. 김 사령관은 작년 8월 군(軍) 검찰 조사 때부터 이를 부인했는데, 그의 그동안 진술과 배치되는 물증이 나온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김 사령관이 해병대 한 간부와 통화하면서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최근 이 녹음 파일을 토대로 김 사령관과 통화한 해병대 간부를 불러 조사했는데, 이 간부는 “작년 8월 1일 김 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그간 ‘VIP 격노설’을 계속 부인해 왔다. 작년 8월 군 검찰 조사 때도, 지난 2월 박 전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 재판에 출석해서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해병대 창설일을 나흘 앞두고 김 사령관은 내부 전산망에 올린 지휘 서신에서 “말하지 못하는 고뇌가 가득하다”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공수처 조사를 받을 때도 VIP 격노설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지난 21일 2차 조사에서 박 전 단장과의 대질 신문을 거부했다. 김 사령관 측은 당시 “해병대를 책임지는 최고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준다”면서 대질 조사를 거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