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낚시
오탁번
민박집 주인이 우포늪에서
쪽배를 타고 그물로 잡아온 붕어들이
마당 가 조그만 둠벙에서
붕어찜으로 팔려갈 운명도 모르고
금빛 비늘 번쩍이며 헤엄치고 있었네
우포늪에서 하루 묵던 날
바로 그 둠벙에서
나는 정말 임금님 낚시를 했다네
두 칸 반 외바늘 낚시에 걸려올라온
참붕어 아홉 마리가
우포늪 미끌미끌한 냄새 풍기며
파닥파닥 파닥파닥 꼬리쳤다네
주인이 그물 걷으러 나갈 때
우포늪 붕어가 진짜 보고 싶어서
나도 따라나서려고 하자
쪽배가 위험하다면서 말했네
-저 둠벙에서 붕어 낚시를 하쇼
나는 임금님이나 된 듯
찰락찰락 물결 이는 둠벙에서
홀로 낚시를 했다네
숫처녀의 볼에 입맞춤하듯
새 색시와 첫날밤 살을 부비듯
외바늘에 콩알떡밥 꿰어
예쁜 참붕어를 유혹했다네
우포늪의 물빛 그냥 아롱진
아홉 마리의 참붕어야
까마득한 내 전생에는
아홉명의 애인이 있었던 게 참말이니?
알몸으로 나란히 뉘여놓으면
입술과 허리와 종아리가
정말 예쁜 아홉명의 애인이
우포늪이 생긴 1억 4천만년 전부터
내 전생에 살았던 게 참말이니?
-참말참말 참말참말
내 애인 같은 참붕어 아홉 마리가
지느러미 파닥파닥 대답했다네
~~~~~
시가 주는 여운
시인의 시는 전혀 난해하지가 않다.
술술 익힌다.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에서
시인은 시를 캐낸다.
거기에 약간의 섹슈얼리티를 첨가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성적 상상을
시인은 싯귀로 옮긴다.
전혀 음란하지 않게,
정환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