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딸네 식구가 생일 축하한다고 영상 전화가 와서 손주들과 인사를 했다. 고맙다.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한때는 이런 인사가 기쁨이 아니라 미안함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중독 속에 있을 때는 가족의 웃음 앞에서조차 고개를 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먹으러 새로운 식당을 찾아갔다. 특별한 날이라고 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평범한 외출이 지금의 나에게는 큰 선물이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급했고, 어디에 있어도 온전히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조용히 앉아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집에 돌아와서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늦은 점심으로 멜로디가 내가 좋아하는 장터 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이 한 그릇을 먹으며, 중독이 얼마나 많은 일상을 무너뜨렸는지, 또 가족이 그 시간들을 얼마나 참고 견뎌왔는지를 떠올렸다. 가족은 중독자의 옆에서 함께 아파했고, 함께 버텨왔다.
저녁에는 미역국과 불고기, 시금치절임, 잘 익은 김치, 그리고 버번 한 잔. 예전 같았으면 이 한 잔이 또 다른 한 잔을 부르고, 결국 나를 잃게 했을 것이다. 오늘은 다르다. 멈출 수 있었고,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중독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병이라는 사실을 나는 잊지 않으려 한다.
에녹 형제님 가족이 보낸 카드와 선물을 받고, 샬롯트에 사는 조카와 오레곤에 사는 조카들에게서도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이렇게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동시에 책임처럼 느껴진다. 다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늘을 지키기 위해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하루 종일 음악을 만들고 전자책 출간을 위한 숙제를 했다. 이것들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이 되었다. 중독자에게는 중독을 대신할 건강한 삶의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족에게는 다시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칠순을 맞이한 나의 하루.
화려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하지만 도박하지 않고,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하루를 살았다.
중독자에게 이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가족에게 이 하루는 “조금은 숨 쉬어도 된다”는 신호이기를 바란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남은 삶을 끝까지 겸손하게, 조심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주시옵소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칠순 생신 축하축하드립니다 ~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두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