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첫번째 여자
갑자기 머릿 속의 뇌가 파르르 떨리면서 궁금한 점이 생겨버렸다.
바로 뉴스에 내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였다.
내가 벌써 이 놈에게 납치 당한지 3일이라는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흘러갔는데도
내 이름 앞 글자 조차도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까 섬뜩한 말을 내밷았던 살인자의 얼굴이 구멍 날 정도로 뚫어지게 보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로 조심스럽게. 이 녀석 입에서 어떤 무서울 말이 나올지도 모른 채.
" 근데 말이야. 왜 뉴스에 내가 나오지 않는거지 ? "
" 그건 당연한거 아닌가 "
" .......... "
" 착각하나본데 넌 아직 죽지 않았어. 넌 살아있다고. "
"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 "
" 정말 만약이겠지만 너가 내 문제를 맞춘다면 넌 살아서 나가겠지. 하지만 너가 맞추지 못 한다면 넌 죽어.
너가 죽어야지만 뉴스에서 너의 이름을 떠들게 된다 이거지. "
그럼 3일 동안 우리 부모님과 내 친구들과 내 남자친구는 날 찾지 않았다라는 말인가 ?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지 ?
내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분명히 아무도 받지 않을꺼다. 그리고 친구들과 내 남자친구가 우리 집에
찾아오면 난 없을꺼다. 근데 어째서 아무도 날 신고하지 않은거지 ?
내가 그렇게 존재가 없는 사람이였나 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무서워졌다.
" 우리 부모님은 매일마다 나에게 전화하셨어. "
" 부모님은 걱정은 나중에 하고 곧 죽을텐데 당신 몸 걱정이나 해. "
" 진실을 말해줘. "
나는 어린아이가 보채 듯 몸을 옆으로 움직인 다음에 최대한 화난 표정을 지으며 그놈을 노려봤다.
내가 노려보는게 전혀 두렵지 않은지 비웃을 뿐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무표정만 유지했다.
정말 대단한 놈이였다. 정말 이놈은 살인자가 맞았다.
왜 매일같이 이 녀석이 살인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항상 미웠다.
" 큭, 쉬워. "
" ........... "
" 내가 너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
" !!!!!! "
난 너무 놀라서 내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느끼지도 못 했을 뿐 더러
온 몸이 비틀리는 것 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무섭고 잔인한 놈이 확실했다.
" 벌써 너의 부모님에게는 문자 날렸지. 학교에서 MT 가니깐 걱정하지 마시라고. "
" .......... "
" 그리고 너의 대단하신 남자친구께서 어찌나 전화랑 문자를 많이 하시는지 짜증 날 정도야 "
" ........ 해혁이 "
그런데 이 숨 막히는 삼일동안 난 단 1초도 남자친구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직 내 머릿속에는 이 잔인한 살인자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차있었다.
내 머리가 정말로 미쳤는지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해혁이에 대한 생각은 한번도 안한 채.
나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남자친구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아니 지워버렸다.
평소에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날 애타게 찾는 해혁이였는데,
그런데 3일 동안 내가 없어졌으니 얼마나 날 보고싶어할까 ? 심장이 아팠다.
그리고 내 자신이 참 바보 같았다. 남자친구를 잊어버리다니. 그렇게 사랑해서 죽고 못사는 사이였는데,
난 해혁이에게 정말로 미안했다. 예전에 1시간 반 동안 밖에서 기다리게 한 적 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아팠다.
" 그래서 어떡게 했어 ? "
"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 ............ "
" 잠시 부모님들이랑 어디 간다고 연락해놨어. "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살인자.
이 녀석은 처음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초보가 아니였다. 쉬운말로 풀이하자면 고수였다. 살인의 고수.
철처하게 모든 걸 다 준비해놓고 날 죽일 일만 기다리고 있는 독한 놈.
나는 무언갈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꾹 참고 쇼파에 끝 부분만을 꼭 잡고 있었다.
화가 났다.
내 허락도 받지 않고 내 남자친구랑 부모님께 연락을 해버린 살인자.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안했다.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마음에.
딱 4일만 지나면 내 장례식은 시작되겠지 ?
설마 내 시신도 찾이 못한 채 영혼의 장례식만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난 죽어서도 평생 심장 아파하며 살꺼야. 정말로.
하지만 4일 동안에 .. 미친 얘기지만 내 정신이 돌아와서 예전 기억을 한다면 난 어떡게 되는거지 ?
자랑스럽게 나갈 수 있는걸까 ?
근데 어쩌면 이 녀석이 거짓말하는 것일수도 있잖아.
어차피 죽일건데 혼자 지내기 심심하니깐 1주일 동안 날 살려둔건 아닐까 ?
정말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질문이였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시 내가 제일 혐오하는 침묵의 상태를 유지하기 바빴다.
하루종일 티비만 보고 있으니 백수로 돌아 간 예전의 나의 모습이 생각났다.
학교가기 싫어서 문 잠궈놓고 매일 티비만 보던 내 자신. 그리웠다.
내 눈은 티비를 향해 있으면서도 또 다시 나는 다른 생각에 쉽게 빠져버렸다.
나의 과거 생각.
고1 때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친 이후로 그 전에 대한 건 하나도 기억 못 한다.
나의 이름 나의 나이 조차 알지 못 했으니깐.
그래서 내 메모리 속에는 고1때부터와 23살 3일 전까지의 추억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의 고1 생활은 정말 누구보다 평범했다.
아무것도 기억 못하여 학교생활이 힘든 나에겐 친구들이 큰 보탬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난 정말 편하게 전지요가 누구인지 알게되었다.
그렇게 나는 평범한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더 평범하게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4일이 지나면 난 평범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대한민국 사람이나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유명하면서도 불쌍하게 죽은 사람.
내 자신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더 착하게 살껄 .. 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특히 부모님에게 제일 죄송했다.
왜 고1 때 엄마 말 듣지 않고 놀러다니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부모님 걱정만 크게 만들어버리고 ..
정말 난 죽어도 싼 사람인 것 같다.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으니깐.
고개를 조심히 들어 옆을 쳐다보니 이녀석은 티비 킬러인지 아직도 티비에 푹 빠져있었다.
어쩌면 나처럼 눈만 티비를 향한 채 날 어떡게 죽일지 고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 왜 자꾸 쳐다보는거지 ? "
" 아, 아니야. "
분명히 이 녀석의 투명하면서도 쌔까만 눈동자는 티비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눈동자 하나 움직이지 않고 내가 쳐다보는 걸 느낄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졌는지 서슴치않고 말했다.
" 심심해서 그러는건가 ? "
나는 대답 대신에 조용히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 거렸다.
또 이 녀석은 내가 한 행동은 보지도 않은 채 굳게 닫힌 입술을 열었다.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항상 무섭다.
" 그렇게 심심하면 죽은 여자들이 어떡게 죽었는지 이야기 해줄까 ? "
" !! "
" 그렇게 놀랄 필요없어. 미리 말해주는 이유는 추하게 죽지말라고 얘기해주는 것 뿐이거든 "
" ........... "
추하게 죽지 말라니.
그러면 행복한 표정으로 , 죽어서 좋다는 표정으로 죽으라는 이야기인가 ?
죽을 때 죽여줘서 고맙습니다라는 센스있는 말 까지 남기면서 미소까지 지으며 죽으라는 이야기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난 그럴만큼 죽음을 좋아하지 않거든.
" 듣기 싫으면 안들어도 좋아. 강요하고 싶지는 않거든. "
" 해줘. "
" 큭 - 동의했으니 말해주지. "
난 또 이 녀석에게 동요되듯이 해달라고 대답했다.
곧바로 난 대답하고 후회했다. 정말 점점 내 자신이 망가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먼저 첫번째 여자부터 이야기 해주지.
너에게 마찬가지로 똑같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줬지. 하지만 그 여자는 매일 울면서 살려달라고만 말 할 뿐
생각 조차 하지 않은 모양이였지. 일주일이 지나고 죽는 날에 그 여자는 내 다리에 내 온몸에 매달리며
살려달라고 울었어. 정말 미친사람처럼. 큭 "
이 말과 동시에 내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첫번째 여자가 나와 살인자 사이에 앉아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묘한 기분은 처음이다.
" 내가 칼을 가지고 왔는데도 보지 못했는지 매달렸어. 구질구질하게. 한마디로 추하다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내 팔에 매달리다가 칼에 깊숙히 푹 찔리고 말았지. "
" ............. "
푹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살인자.
아직도 흥미로운지 정말 재미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모습을 볼수록 난 죽는구나라는 기분이 실감났다.
" 첫번째 여자는 울면서 죽었어. 솔직히 그 모습을 보면서 불쌍하긴 했어.
그리곤 죽은 여자를 가만히 보면서 난 말했어. "
" 뭐라고 ? "
" 그건 말해 줄 수가 없어. 너가 맞혀야 할 문제이니깐. "
" 아 .. "
깜빡 잊고 있었다.
내가 이 풀어지지않은 비밀과 같은 문제를 맞혀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
하지만 정말 조금이라도 생각나지 않는 걸 어떡하냔 말인가.
밤새 하느님께 기도해봐도 머리가 좋아지지 않았다.
" 궁금하다는 표정 짓지마.
일주일 뒤면 너도 똑같은 말을 듣게 될테니깐. 죽어서 말이지. "
" .......... 난 죽지 않을꺼야. "
난 순간 당황했다.
어떡게 내 입에서 저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말이 튀어나왔는지.
주워 담을 수 있다면 모든 걸 담고 싶었다. 순서도 없이. 뒤죽박죽.
" 그거 하나 마음에 드는군. 지금까지 너랑 똑같은 말을 한 여자는 없었거든. "
" 난 다른 여자와 달라. "
" 뭐가 다르다는거지 ? 지금까지는 똑같은데 말이야. "
울면서 이 녀석에게 안겼던 사건이 떠올랐다.
그래. 똑같았어. 무서워서 안겼었어.
그럼 모든 여자들을 똑같이 안아줬다는 소리가 되는구나.
난 바보처럼 저 녀석에 내가 제일 특별한 타깃이 되길 원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저녀석은 지금까지 죽은 여자들과 나는 다른것이 없다라고 생각한다.
모두 똑같은 여자. 자기 손에 죽을 여자. 세상에서 죽일 만큼 싫어하는 여자.
" 난 문제 맞쳐서 나갈꺼니깐. "
" 저번에 나에게 말하지 않았나 ? 고1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
" 맞아. 잃었어. 하지만 생각할꺼야. 꼭 생각해서 살꺼야. "
" 자신감 하나는 마음에 들군. 행운을 빌지. "
행운을 빌어줘. 진심으로 말이야.
진심이 아니라면 난 나갈 수 없어. 너의 손에 죽어야 한단 말이야. 제발, 진심으로 빌어줘.
날 죽일 영광의 살인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