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근혜 ‘줄푸세’ vs. MB ‘부자감세’
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정치권의 핫이슈 가운데 하나가 한나라당의 ‘부자감세’ 철회논란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5일 부자감세 철회 입장을 재확인했고, 안상수 대표도 어쩔 수 없이 '부자감세안'을 사실상 철회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현재 감세 철회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부자감세 철회’ 입장표명을 둘러싸고, 정치권 일각에서 그가 2007년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내세웠던 ‘줄푸세’ 공약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론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입만 열면 “박 전 대표의 ‘줄푸세’ 공약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떠들어 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특히 줄푸세와 부자감세는 외형상 닮은꼴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우선 박 전 대표가 내세운 줄푸세 목적은 ‘민주복지국가 건설’에 있는 반면, MB의 ‘부자감세’ 목적은 ‘자유선진국가 건설’에 있다.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하려면, 서민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해야만 한다.
그러나 자유선진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생각은 궁극적으로 국민 평균 소득을 늘리려는 데 있다. 부자든 서민이든 국민 1인당 평균 소득만 높아지면 되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벌어지든 말든 아예 관심이 없다.
이처럼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은 서로 추구하는 목적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줄푸세’와 ‘부자감세’의 내용 역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박 전 대표의 감세와 이 대통령의 감세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박 전 대표의 감세 목적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복지국가건설’에 있다.
따라서 감세는 반드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감세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부자감세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 역시 서민들을 고려한 방안이다. 법인세로 기업이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그 혜택은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MB의 감세 목적은 ‘자유선진국가’ 건설, 즉 국민 1인당 평균소득만 높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혜택이 부자에게 돌아가고, 그로 인해 전체 평균 소득만 높아진다면, 그 방향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위 20%가 부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80%의 사람들이 20%를 가지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국민1인당 평균소득을 높인다는 목적에서만 보면, 상위 20%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경우 80%의 효과를 보지만, 하위 80%에게는 혜택을 주어도 20%의 효과밖에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MB가 ‘부자감세’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감세와 이명박 감세는 ‘감세’라는 형식만 같은 뿐, 그 내용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규제를 푸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박 전대표가 규제를 푸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일반 서민이 일상생활하거나 중소기업들이 기업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올가미처럼 옭죄는 불필요한 규제들을 풀어 그들을 자유롭게 해주자는 데 있다.
따라서 SSM 규제법안처럼, 그 규제가 없어질 경우 서민들이나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면 규제를 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SSM 규제법안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대기업이 돈을 벌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돈을 벌든 전체적으로 많이 벌수만 있고, 그래서 국민 평균 소득만 높일 수 있다면 누가 벌어도 상관없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기업들이 파산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게 현 정부의 인식이다.
기강을 세우는 방식 또한 완전히 다르다.
박 전대표가 염원하는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하려면, 기득권 세력들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그러자면 철저한 원칙에 입각한 국가운영이 필수적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박 전 대표는 원칙주의자로 불법이나 탈법, 편법적인 국정운영을 할리 만무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불법, 탈법,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청와대가 불법 대포폰을 만들지 않나, 국무총리실이 불법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하는가하면, 4대강 예산에는 수자원 공사를 끌어들이는 황당한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검찰을 끌어들여 국회의원들을 압수수색하고, 서울시의원을 회기 중에 긴급체포 하는 공포분위기로 기강을 세우려 하고 있다.
원칙으로 기강을 세우려는 것과 공포분위기로 기강을 세우려는 것은 결코 닮은꼴이라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기사 등록 일시 2010-11-18 13:15:58 siminilbo.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