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되니 큰아들이 나를 병원 데려가려고 집에 왔다.
조금 쉬다 가려고 미리왔다고 한다.
아들을 위해 점심상을 차린다...
환자가 무슨 밥상이냐고...? 어느 에미가 피곤해 보이는 아들을 위해 밥상을 차리지 않을 것인가..?
현미찹쌀밥, 도가니탕, 묵은김치, 오이소배기, 오징어채무침, 무오가리무침, 된장시래기찜, 연근조림, 나박김치, 깻잎전,
마늘 장아찌, 생도라지 무침, 불고기떢볶기.... 이정도로 작은 반찬 접시에 조금씩 차려주니
김치만 조금 남기고 깨끗하게 먹어준다...고맙게도....차려준 엄마를 위해...
반찬들 거의다 다른분들이 조금씩 해다 주신 것들 꺼내 먹는 수준이다.
대충 치우고 오후 1시 반에 아들과 강남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기전 어제 예약해논 병원근처 수원 본갈비집에서 갈비탕과 양념갈비를 샀다.
오늘이 딸아이 생일이고 일주일 뒤가 이 아들 생일인데
나두 아프고 며느리도 직장일로 바빠 오늘 사준 것 가지고 어느날 생일이라 날 잡아 맛있게 먹으라고 아들편에 들려보내려고...
며늘에게 시엄마와 아들이 같이 점수 잘 받으려고 아부하려 한다...ㅎㅎ
안그래도 울 며늘은 시엄니인 나와 제 남편 무척 좋아하는데..(누군가는 나보고 꿈깨라고 하지만 내가 그리 생각하고 살면 내가 행복한 거 아닌감...?)
병원에 도착해서부터 울 아들 모험은 시작된다.
나는 목발대신 집에서 부터 가져간 워커를 끌고 갈테니까 휠체어 하나 구해서 영상의학과 앞으로 오라했다.
아들이 주차하고 우선 급해서 영상의학과 앞으로 갔더니 달팽이걸음인 나는 아직 그 곳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화로 나에게 보고후 아들은 휠체어 찾아 삼만리(?)를 돌아다녀 내가 입원했던 병실에 가서 겨우 하나 집어가지고 와서 그사이 촬영끝내고 온 나를 싣고 정형외과로 간다.
종합병원은 너무 넓어서 우리처럼 다리 아픈사람들은 걸어서 다니기 힘드니 휠체어라도 넉넉히 있었으면 좋으련만....늘 모자라니... 나 병실에 입웠해 있을때도 CT나 X-Ray 찍으러 갈때, 피검사할러갈때 휠체어가 모자라면 내 도우미 아줌마는 일층에서 내방용환자의 휠체어를 가져오곤 했었다...그얘기를 언젠가 듣곤 아들이 꺼꾸로 병실에서 가져 온거다.
짜증도 나지만 이해도 간다.
결국 병원측에서 보다 많은 내방용 환자를 위한 휠체어를 구비해야 될 것 같다.
나를 태워가는데 수부의 아저씨가 아들을 부른다.
휠체어 하나 구해서 감춰놨는데 가져 가겠느냐 묻는다. 아까 아들이 휠체어때문에 하두 땀을 흘리며 돌아다니니까 자기가 보기에도 안타까웠나 보다. 보거든 보관해 놀테니 가지러 오라 했단다. 고마운 분이다. 아들이 고맙다며 구해서 간다고 인사를 하니...
인터넷으로 민원을 넣으세요....그게 제일 빨라요 하고 알려준다...
모든 불편사항들이 인터넷으로만 이렇게 해결이 되다면 인터넷 못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요.
여하튼 진료 대기실앞에 와
진료 기다리며 먹는 한잔의 생 과일 쥬스는 아주 맛이있다.
커피한잔과 같은 값인데...
전에 병실로 문병온 사위가 이걸 지하에서 갈아가지고 왔는데 정말 꿀 맛이었다.
가족 카톡란에 "강 서방, 그 쥬스 정말 맜있었어..."하고 올렸더니
금방 답이 올라오길 " 장모님 그 쥬스 찐짜~~비싼 거예요"
그래 내가 금방 답을 달았지 " 그럼..사위가 장모님 문병 오는데 찐짜~~비싼 쥬스아님 뭘 사가지고 오겠나...?"
했더니 싸이트에 같이 들락거리는 아들,딸 며늘들이 "하하...호호...고모부 한방 먹었다. 엄니한테...." 하면서 웃고..
생쥬스는 비싸다는 개념과 과일을 왜 갈아먹냐는 아까움에 못 사먹어보다가
전에 사위가 사다준 게 생각나서 아들보고 지하에 가서 사오라해서 아들과 둘이 맛있게 먹었다.
아들도 처음 먹어 본단다...
가는 기계가달라서 그런가...?
집에선 보통 믹서를 쓰지만 고급 쥬스집에선 휴롬압축기를 쓴단다..
내 차례가 되서 아들이 휠체어 채로 밀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하두 잘 잊어버려
질문사항을 A4지 한장으로 뽑아가 그걸 내밀었더나 집도의가 껄껄대고 웃으며
질문1에 대한답, 질문2에 대한답 하면서 답을 해준다.
결론은 수술후 1개월째 환자로서는 우수환자에 속하며 재활도 잘 되고 있으니 염려말고 지금대로만 하라한다.
아픈 건 어쩔 수가 없으니 자연치유를 바랄 밖에 없고....
많이 아프면 진통제를 먹으란다.
좋은 말을 듣고 나오니 나도 아들도 기분이 좋다.
오는 길에 단골 한복집에 들려서 딸 결혼때 만들어 사용한 이불, 아들 결혼때 한 예단 이불들이 비단이 낡아 빌빌거리며 찢어져서 다시재생할 수 있을까 물어보러 갔다가 비단솜은 한번 틀고 겉 껍데기는 40수 면으로 뒤집어 씌워 지퍼로 마무리짓는 편한걸 로 다시 맞추고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길에 오늘 반차내고 수고해준 아들차에 기름을 7만원어치나 넣어주었더니 무척 좋아한다.
집에오니 오후 4시반.
택배박스가 우체통위에 잔뜩 쌓여있다.
장엘 못 가고 많은 종류를 인터넷 주문을 하니 항상 우체통 위가 바쁘다.
무거운 것 들 아들이 정리해 주고
온 것들 중에 손녀딸이 좋아할 것 같은 블랙도마도와 아이스망고, 보리빵 과 엇그제 남편이 운동가서 타온 유기농 현미쌀도 손녀딸 먹으라고 같이 보낸다. 어쩌지...?요샌 손녀딸이 할아버지를 앞서가려하니...
그래도 집안의 연장자시니 할아버지 를 우선으로 다시 되돌려야 겠다.
손녀딸은 할아버지의 귀여움을 받을만큼 비위를 잘 맞춘다. 나하고는 카톡을 안해도 할아버지와는 재밌게 주고 받는다.
아침에 돌려놓고 간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 정리해서 널고나니 몸이 천근이다.
다리 온 찜질 한다하며 깊이 잠이 들었었나보다.
8시쯤 퇴근한 남편이 깨워서 겨우 일어났다.
병원 방문결과 얘기하니 자기도 좋아한다.
모 자기가 간호를 잘한 덕분이라나...?
무리했나 보다.
밤 10시쯤보니 다리가 또 퉁퉁 부어 있다.
피곤하면 붓게 되어 있는 다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살 부리지 말고 운동하라 하시니
내일도 열씨미 할꺼다...
까무룩...정신없이 자다.
좀 덜 아푸니 자다가 깨지도 않았나보다...
첫댓글 어서 쾌차하세요~! 고생 많으시네요. 고생 시기가 이미 많이 지나신것도 같지만...
매사 성실하심이 치료도 그리 하시네요~! ㅎㅎ
함께 점심을 먹고 병원을 다녀 온 듯...과정이 눈에 보입니다.
늘 유쾌하신 모습 그대로 입니다 역시.
빠른 회복을 빌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길 바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