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 늘린다는데...한국은 4개국과 협상해야 가능 / 7/26(토) / 한겨레 신문
◇ 쌀 수입 한국과 일본이 다른 이유
일본이 관세 협상에서 미국산 쌀 수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한국 정부에도 농산물 수입 확대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달리 국제조약에 따라 특정 국가의 쌀 수입량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좀처럼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일본은 23일(현지 시간) 기존 쌀 수입량(관세할당제도TRQ)의 약 77만 t을 유지하고 그중 미국산 수입 비중(45% 수준)만 확대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관세 0%가 적용되는 관세할당제 물량은 그대로 유지해 농민 피해는 막으면서도 미국산 수입 비중을 늘려 마치 시장을 더 개방하듯 협상카드로 활용한 셈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세 협상 타결 사실을 SNS에 공개하며 "쌀과 일부 농산물 등으로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관세할당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5% 수준의 저율관세를 부과하는 물량으로 매년 40만 8700t을 지정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운용 중인 관세할당 물량은 국가별 쿼터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 베트남, 미국, 호주, 태국과 국제협약에서 5개국의 물량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물량이 38.5%로 가장 크고 이어 미국이 32.4%로 많다. 한국은 관세할당을 초과하는 수입쌀에 대해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각국의 쿼터 변경을 위해서는 협상을 비준한 5개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른 나라와의 협의 없이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리면 세계무역기구(WTO) 조약 위반이 된다.
일본은 국내 쌀 생산량을 꾸준히 줄이는 정책을 펴 쌀 수급을 균형 상태로 만든 상태다. 지난해에는 이상기후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 상황이 발생해 일본 쌀값이 두 배로 폭등했다. 반면 한국은 매년 30만 t 이상의 쌀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 수입량을 더 늘리기 어려운 공급 측면의 요인도 있는 셈이다.
백악관은 미일 무역합의로 일본이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80억 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을 구입하고 미국산 쌀 수입을 75%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농산물만 보면 일본 정부가 미국산 쌀 수입은 늘리고 국내에는 쌀 수입량 총량은 늘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어 관세 협상에서 선전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2일 대외관계장관회의에서 쇠고기 쌀 등 농산물 개방을 협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일본의 관세협상 타결 이후 미국 측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 상태다. 미국은 한국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도 요구하고 있다. 다음달 1일 상호관세 적용을 앞두고 한국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하는 통상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사실을 선전하며 수입을 거부한 국가들에 대한 '압박'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Truth Social'에 "호주에 극히 많은 쇠고기를 판매한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최고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에 전달했다는 메시지(ONNOTICE)는 주로 경고 혹은 통보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문자를 사용해 강조한 점을 보면 경고의 의미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거부한 국가들에도 수입을 압박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