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수치가 정상인 만성B형간염보유자에게 항바이러스 치료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입니다. 서양에서는 쓰는 것도 괜찮다는 의견이 꽤 있구요.
이렇게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우리나라와 서양의 만성B형간염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B형간염도 종류가 여럿 있는데 그중 우리나라는 가장 예후가 나쁜 Ctype을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치료도 잘 안되죠. 또 서양은 어른이 된 다음에 간염보유자가 되는게 대부분 입니다만 우리나라는 수직감염이 대부분입니다. 어렸을 때 간염보유자가 되면 치료도 예후도 더 어렵습니다...
일단 반대하는 쪽의 의견을 들으면...
우리나라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는 목적이 단기간 약을 먹고 e항원을 음성으로 만들어 이후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가자... 입니다. 그래서 e항원이 음성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때 약을 씁니다. 아래는 제픽스의 1년 치료 성적입니다. 더 오래 먹으면 더 효과가 높습니다.
ALT 정상(통상 40 이하) - 5%(대조군 2%)
ALT 2배이상 5배 이내(통상 80~200) - 26%(대조군 5%)
ALT 5배 이상(통상 200 이상) - 64%( 대조군 14%) (조몽;2005)
위 내용을 보면 왜 간수치가 높을 때 약을 쓰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간수치가 정상이라도 HBV DNA가 높으면 항바이러스제를 써야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2006년 대만에서 주목받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10여년전에 냉동시켜놓은 B형간염보유자의 혈액을 녹여 HBV DNA검사를 한 다음 그분들의 현재 상태를 본 것인데요... 결과는 HBV DNA 수치와 간암, 간경변 발생 빈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바이러스양이 많으면 예후가 나쁘다는 것이죠. (가장 낮은 군과 가장 높은 군의 차이가 11배였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e항원이 음성으로 되지는 않을지 몰라도 바이러스 양은 떨어집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올라가지만 항바이러스제가 다른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키지도 않으니 평생 먹으면 되는거 아니냐는 거죠...
여기에 반대하는 입장은 항바이러스제는 특성상 내성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수십년 장기 복용은 어렵다는 겁니다.
실재로 HIV 감염자들이 이런 방법을 씁니다. HIV에 감염된 다음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지고 이후 에이즈가 잘 발병하지 않습니다. HIV에 먹는 항바이러스제도 오래 먹다보면 내성이 생기는데 여러가지 약을 함께 먹으면서 내성을 피해갑니다.
실재 서양에서는 여러가지 약(보통 제픽스와 헵세라)을 함께 먹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문제로 이런 방법을 쓰기가 곤란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문제가 크죠. B형간염치료제들이 고가에 속하는 편이고 이것을 당뇨병, 고혈압 약처럼 평생 먹는 것은 건강보험에 큰 영향을 줍니다. 서양은 B형간염보유자가 얼마 안되지만 우리나라는 꽤 많는 것도 차이가 되구요..
아무튼...
간수치가 정상일 때 항바이러스제 먹는 것은 약간은 다른 목표(여차하면 평생 먹겠다...)를 가지고 시작해야할 방법입니다.
전에 썼던 글을 간략히 수정해서 새로 올리는 것인데요....
첨부파일로 그 대만논문의 논평 논문을 올렸습니다. 읽어보시면 그 내용과 반박주장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대만논문의 한계는 혈청 HBV DNA만 연구했다는 것입니다. 그 환자들의 간경변 정도는 보지 않았죠....
간암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간경변 정도입니다. 그 다음이 HBV DNA이죠...
늦은 나이까지 HBV DNA가 높은 환자들은 간경변이 더 심할 가능성이 높구요. 그렇다면 간암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간암환자의 80%가 간경변환자입니다)
같은 연령이고 간경변(또는 간섬유화) 정도가 같은데 HBV DNA의 높고 낮음에 따라 간암 발병율이 어떻게 다른지를 연구해야 정말 HBV DNA가 그렇게 큰 변수가 되는지 알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논문이 나온 이후 발표된 대한간학회의 2007년 만성B형간염치료가이드라인에서는 2004년 가이드라인에 비해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을 더 엄격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4년에는
HBV DNA가 100,000copies/mL 이상인 B형간염보유자 중에...
간수치가 80-200 사이면 1-3개월 동안 경과관찰을 한 후 항바이러스제 사용여부를 결정하고
200 이상일 때는 바로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했는데요.
2007년에는
HBV DNA가 100,000copies/mL 이상인 B형간염보유자 중에...
간수치가 80 이상이면 3-6개월 경과관찰 후에 항바이러스제 사용여부를 결절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더 오래 관찰하라는 것으로, 간수치가 높아도 바로 쓸 필요는 없다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죠...
이 분들도 당연히 대만 논문의 내용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 논문만으로 HBV DNA가 높을 때 바로 항바이러스제를 써야한다고 결론 내리기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첫댓글 자료 잘 보았습니다.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