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침이 찾아 왔다.아침은 아침인데 뭔가 좀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스케쥴이나 구속없이 자유로운 아침이다.너무 여유로웠다.
같이 묵었던 여학생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같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정말 가기 싫단다.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한다.너무 섭섭했나보다.
정말 내가 4년 전에 그랬듯이,그런 기분이면 꼭 다시 오게 될거라고 이야기 했다.
숙소를 나와 그 여학생은 우체국에 잠깐 들러 엽서를 보내고,다시 길을 걸어 지하철에 탑승했다.
chattlet역에서 그 학생은 공항으로 가기위해 내렸고,난 라데팡스로 향했다.
파리의 지하철 1호선.잘 보면 차륜이 고무로 되어있다.그리고 문도 자동문,게다가 안내방송까지 나온다.하지만,수동문 여는 재미에 맛들리면 뭔가 좀 심심하긴 하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도중 무슨 문제가 생겼나보다.안내방송이 계속 나왔고,열차는 오지 않는다.
난 그냥 사람들을 구경했다.어디로 가는지 바쁘게 걷는사람,연인과 키스를 나누는 사람,약간 정신줄
놓은 아줌마,노숙자.짜증을 내기보단 이 모든 모습들을 보면서 너무 재밌었다.
드디어 나도 파리지엥이 되어 가는 것일까.
1호선 마지막 종점인 grand arche de la defense까지 갔다.그런데,내가 구매한 모빌리스 1-2존은
적용이 안되나 보다.할 수 없이 한정거장 살짝 뒤로가서 내렸더니 무사히 개찰구를 통과.
라데팡스지구.파리에서 유일하게 신식 건물을 볼 수 있는곳.모든 차도는 지하에 배치되고,지상은
공원과 건물만이 있었다.
날씨도 너무 좋다.아마 이번 여행 중 날씨가 젤 좋은것 같았다.내리쬐는 햇살을 맘껏 누리며,한썩
여유를 부렸다.이번 여행 기간 중 아마 이렇게 여유로운 적은 없었던 듯 하다.구석구석 둘러보며
천천히 감상했다.신구의 조화를 이룬도시 파리.한 해 관광객수가 남한 인구 2배인 8천 3백만이 다녀
간단다.사실 도시의 자연적인 경치만 놓고 보면,서울이 훨씬 아름다운데,이런 인공 건조물이 너무
뒷받침을 안 해 주는것 같았다.너무 아쉽다.서울도 이렇게 멋진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제3개선문.루부르궁의 제1 개선문,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샹제리제 거리의 제2개선문,그리고 이 제 3개선문은 일직선상으로 놓여있다.어쩜 이리 훌륭하게 도시계획을 해 놓았는지.

이곳 저곳 둘러보다 보니,벌써 점심시간이다.역시 나의 주식이 되어버린 빠니노,바게트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었다.그런데,한참 먹다보니,샌드위치도 다 같은 샌드위치가 아니였다.조금씩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다.정말 파리는 다 좋은데 이 공중화장실이 없는것이 흠이다.
생각난 곳은 바로 퐁피두 센터.다시 퐁피두 센터로 가기위해,지하철을 탔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어떤 영감님이 내 앞에 앉는다.얼굴은 어디서 넘어지셧는지 상처 투성이에다
술냄새를 상당히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이 영감님 날 보더니 갑자기 자기 상의를 걷어 올리더니,한 손으로 자기 몸을 쓰다듬는다.
그러더니,알지 못할 소리로 무어라 하더니 갑자기,`아~~'하며 신음 소리를 내는것이 아닌가.
좀 황당하기도 하고,약간 겁도 나고 해서 자리를 옮겼다.그러자 또 따라오더니 아까와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아이쒸 뭐야 이건.자리를 옮길 때마다 쫓아온다.할 수 없이 그냥 내려서
다음열차를 타야만 했다.뭘까 그 영감님.정체가 궁금해졌다.
퐁피두 센터에 들려 볼 일을 본 후,난 콩코드 광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에 있는 튀를리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다.
튀를리 공원.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가 처형을 받은 장소.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쓰이는 공원이다.예전에 커피전문점 중에 Jardin이라고 있었는데,이뜻이 알고 봤더니 공원이란 뜻이더군.
공원을 또 천천히 둘러 보았다.주말을 맞이하여 산책을 나오고,데이트를 하고 하는 파리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여유로웠다.200여년 전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던 곳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말이지.
천천히 콩코드 광장을 거쳐 샹제리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그 때 무슨일이였는지 샹제리제 거리에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사람들이 전부 거리로 나와 사진을 찍는다.바로 아래 사진.

다시 차량통행이 개시되고 또 천천히 이동을 하였다.깎두기 처럼 다듬은 가로수 밑으로 천천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경찰들이 거리에 진을 치고 있었다.
노천카페들이 가득찬 샹제리제 거리.사실 이곳에 와서 보니,샌드위치 가게들도 있다.너무 배가 고파서 라데팡스에서 사 먹었는데,좀 참았다 이 곳에서 먹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개선문에서 지하철을 타고 뤽상부르 공원으로 향했다.그러고 보니,이 날은 주로 공원위주로
여행을 했던 것 같다.
뤽상부르(luxemburg)공원.여기 또한 가로수는 깍두기 모양으로 정리를 했다.잔듸밭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보는 그들의 여유가 너무 부럽다.
이리 저리 걷다 보니,어느 덧 시간은 5시를 향해가고 있었다.그동안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는지,
좀 피곤했다.사실 몽생미셀 같은 곳도 가 보고 싶었지만,시간상 이렇게 여행을 마감해야 한다는것이
좀 아쉬웠다.
숙소로 돌아오니,오늘은 나 혼자만 묵게 되었다.파리에서 마지막 날을 혼자 묵는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쓸쓸했다.
저녁식사는 회덮밥.파리에서 회덮밥을 먹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으.그런데 너무 과식을 했던 탓일까.속이 좋지 않아 결국엔 소화제를 먹고 말았다.그래도 가져 가길
잘 햇지.이제 다음날이면 다시 한국으로 간다.너무나 아쉬운 밤.
그렇게 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은 흘러가고 있었다.
첫댓글 전 파리에서 몇일 있었는데, 키스하는 커플 한번도 못봤어요~ㅋ
아 그러셨군요.길거리에 지나가면 흔히 볼수 있는 장면이였는데.굉장히 자유분방한 분위기더라고요.
때론 여유로움도 필요하죠, 한국 오기전날 무척 아쉽죠,,,,
아쉬움이 있으니,언젠가 또 가게 되겠지요.^^
뤽상부르 공원 가운데 연못(?)이 공연석으로 덮여있네요...제가 3년전에 갔을땐 한가롭게 선탠과 독서를 즐기던 파리지앵들의 모습들이 연못 주변을 감싸고 있었는데...그래도 파리의 공원들은 언제나 낭만과 여유가 넘쳐 좋은 것 같아요...^^
맞아요.그들의 낭만과 여유가 젤로 부럽더군요.
2년전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생각이 나는군요....저두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다녔는데.....너무 너무 아쉬웠다는거......글보니 또 가고 싶네요....
다음에 가면 샹제리제에서 꼭 식사를 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