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병원 사건의 1심 판결을 보고.
아래는 동아일보에 난 기사이다.
“‘우유주사 놓고 시신유기 혐의’ 산부인과 의사 징역 1년 6월 선고”(2013년2월14일자)
일명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프로포폴을 놔주겠다며 마취제를 과다 투여해 30대 여성을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11단독 권기만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 H 병원 산부인과 의사 김 모 씨에게 징역 1년 6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사체 유기를 도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씨의 아내 서 모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약품의 효능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일부는 사용법에도 맞지 않게 사용했다"며 "일반적 의료사고와 사건의 성격이 다른 만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라도 죄질이 불량해 엄격히 죄를 물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어 "사망 원인이 부정확한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체를 유기해 유족의 상처가 크고 엄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권 판사는 "김 씨가 반성하는 점과 피해자 유족을 위해 2억5000만원을 공탁한 점,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씨는 작년 7월 자신이 일하는 산부인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30대 여성 이 모 씨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인 미다졸람, 마취제인 베카론·나로핀·리도카인 등 13가지 약물을 혼합 주사해 두 시간 만에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씨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던 이 씨를 불러 약물을 투여한 뒤 이 씨가 갑자기 숨지자 시신을 이 씨 차에 싣고 한강시민공원으로 가 주차장에 버려두고 귀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 씨는 남편이 이 씨의 시체를 피해자의 차로 옮겨 싣는 동안 병원 부근에서 기다리다 한강시민공원까지 뒤따라간 뒤 시신 유기 이후 남편을 자신의 차에 태워 돌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씨에 대해 살인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별다른 동기가 없고 범행 장소가 CCTV가 설치된 병원인 점 등을 종합할 때 고의적 살해는 아닌 것으로 판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 분야에서 실력이 있다고 소문이 나있고 앞날이 창창한 의사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잠시의 쾌락을 위하여 여태까지 쌓아온 명성과 업적은 한 순간에 날아가고 개인으로는 너무나 많은 희생이 따르는 일이다.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란 중죄가 선고되었는데 무엇이 업무인가.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는 이 사건의 적용 법규가 틀린 것 같다. 과연 이 사건의 혐의가 업무상 과실 치사인가? 의사에게 업무상이라면 고유의 업무인 의료행위 중 과실로 사망하는 경우일 것이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행위 중 사망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본다면 밤낮으로 이런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 주위에 많을까? 물론 매매춘이야 이를 업무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러면 우스개로 만약 복상사가 일어나면 상대방은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받을 것이다.
그러나 둘이 문자로 주고받은 내용이 의사가 ‘우유주사 맞을래?’하고 피해당사자인 여자에게 문자를 보내고, 이에 무엇을 기대(?)하고 야간에 병원으로 와서 진료실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다 사망한 건은 과실치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추정하건대 전신 정맥마취제, 근육 이완제 등등, 여러 가지 약물을 섞어 가면(假眠), 아니면 가사(假死)상태에서 성행위를 하다가 약물이 과다하게 투여되는 바람에 사망한 건으로 보인다. 이는 두 사람만의 묵계에 의한 변태적인 성행위 중 일어난 사고이므로 법리 적용상 그냥 과실치사가 맞다. 나는 이 의사를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물론 사안을 미루어보면 이런 의사는 혼이 나야 하는 건 틀림이 없고,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야 마땅한 사안이나 간통죄도 없어진 판국에 이도 해당되지 않는다. 차라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를 하여 재판을 넘겼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1심 판결로 끝날 사안은 절대 아니지만. 무슨 중대한 업무를 병원에 정식으로 접수도 안 된 상태에서 밤에 응급 상태도 아닌데 진료실에서 할 수 있었을까? 물론 산부인과에서 야간에 응급 수술할 건수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분만, 아니 자궁 외 임신 중 출혈은 초응급이고, 난소종양 염전(torsion)도 응급이다. 이런 환자를 수술 중 부주의로 사망한다면 이는 당연히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이 될 것이다. 2심에서도 법원이 판단을 어떻게 내릴까 궁금하며 어쩌면 대법원까지 갔다가 파기 환송될 건이 아닌가? 지켜 볼 일이다.
만약 이 의사가 이런 사망사고에서 취하여야 할 가장 적절한 방법은 현장을 보존한 상태 그대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전후의 상황을 하나도 가감이 없이 말해야 됐었다. 현장이 보존되어 있고 도주의 우려가 없으니 이는 당연히 불구속 수사감이다. 그런데 범죄 현장을 훼손하고 또 시신을 유기하였기 때문에 시체유기죄가 병과되고 부인을 끌어들였기기 때문에 부인까지 시체유기 방조죄를 범한 것이 아닌가. 더운 여름에 구속수사라 고생도 심하였을 것 같다.
참고로 ‘미필적고의(未必的故意)’란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결과의 발생을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내가 하면 누가 죽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누군가 죽어도 할 수 없지"라는 인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프로포폴 같은 전신 정맥 마취제나 근육이완제는 주의 깊게 사용하여야 할 약제이고 투약 후 환자상태의 모니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약물이다. 왜냐하면 정맥 마취제는 호흡 중추를 마비시키고, 근육이완제는 호흡근육을 이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두 가지가 아닌 약제를 혼합하여 정맥 투여를 하였다면 이는 의학적 상식에도 벗어나는 일이다. 즉 의료행위와는 전혀 무관한 일. 따라서 미필적고의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 형법에 과실치사는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은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의 글은 대한민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의과대학 교수의 상식적인 판단임을 밝혀 둔다.
첫댓글 업무상 과실치사는 아닌 것 같네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맞는 것 같다.
덕기야. 방선생과 저녁은 4월 22일 월요일 저녁이 어떤가?
나는 3월 26일 동창회 총회에 참석할 예정.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