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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 온 박상돈 8단은 백성호 9단의 바둑을 보며 "손을 갖다대면 베일 것처럼 날이 서 있다."고 말했다. '싸움꾼(?)' 김나현 초단을 노련한 솜씨로 맞받아치며 3연승 문턱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실족했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아깝다! 백성호의 분전! 3연승 목전에까지 갔던 판이었기에 백성호 9단의 패배는 두 배로 아팠다.
8월12일 오후7시부터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8회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 12국에서 김나현 초단이 175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백성호 9단의 3연승을 저지하며 물꼬를 다시 여류팀으로 돌려놓았다.
이세돌도장 1호 프로기사 출신인 김나현 초단(2009년 입단)은 수읽기가 아주 강한 싸움바둑이다. 이에 맞서는 백성호 9단 또한 젊은시절 ‘한 싸움’ 하는 바둑이었기에 초반부터 치열한 난타전이 예상되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지옥션배 해설자인 이민진 7단조차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연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시종 치열한 백병전이 이어졌다.
시니어팀이 8명의 주자를 내보내는 동안 연승은 백성호 9단이 처음이었다. 이 사이 여류팀은 김혜림 2단의 3연승, 박태희 초단의 4연승으로 기세등등했다. 여류팀의 연승행진을 막아선 데 그치지 않고 백성호 9단은 내친 김에 3연승을 노렸다. 3연승 여부를 떠나 실은 김나현과의 이 판이 대항전의 향방을 결정하는 기로이기도 했다. 모 프로기사는 “만약 오늘 백성호 9단이 김나현 초단을 이긴다면 여류팀이 곧장 에이스급을 내보내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5연승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백9단의 기세가 워낙 좋기에 그렇다. 그렇게 되면 여류팀은 5명이 남게 되는데, 수적으로 시니어팀의 3인방(조훈현-유창혁-서봉수)을 이기긴 쉽지 않을 것이다. 우승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한 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여원 캐스터가 “저희는 구경을 했는데도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할 만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바둑이었다. 중반까지 흑이 두텁기는 했으나 반발에 반발을 거듭하는 치열한 몸싸움이 이어져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런데 김나현 초단이 선수로 들여다보는 (아래 총보 흑105로 백140의 곳에 두는) 한 수를 간과하는 바람에 백이 일거에 우세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막판 혼전에 무너졌다. 이민진 8단은 “중반 이후 김나현 선수가 굉장히 나빴다. 굉장히 위험했던 바둑을 뒤집었다. 수읽기 하나만큼은 ‘여자 이세돌’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총평했다.
<장면도1> 우하귀는 여전히 방치한 채 전판을 돌아가며 시종 난타전이 벌이고 있다. 이 무렵 형세는 흑이 두텁다는 평이었고, 해서 백은 일단 상변 흑▲ 넉점을 잡아 실리를 한껏 당겨놓고 중앙 타개에 승운을 걸고 나섰지만 엷다. 이때 흑이 호기롭게 1, 3으로 젖혔는데, 이전에 흑A, 백B를 먼저 선수해둘 시기였다. 이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백4로 건너붙이자 이곳의 맛이 나쁜 흑으로선 5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흑A, 백B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백4에 건너붙이자 흑5로 터무니없이 물러섰다는 얘기이니, 이 자체로 10집은 족히 손해 본 꼴이다. 여기서부터 백이 흐름을 잡았는데-.
<장면도2> 흑1에 끊어 수상전의 모습인데 이때 백2로 밀어간 수, A로 두어야 했다. 흑2 한방 맞는 게 싫어 백2로 둔 것인데 A로 막았으면 흑이 곤란한 수상전이었다. 백은 다음 흑3의 찝는 수를 미처 못본 듯하다. 이것으로 B에 집어넣는 패가 생겼다. 이하 흑11까지, 하변 백이 죽어버렸다. 김혜민 7단은 백6의 수로도 7의 곳에 젖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후 실전에서 보듯 워낙 복잡한 싸움이 벌어진 곳이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지만, 여하튼 이 장면도에서부터 백이 '삑사리'를 내기 시작했고, 결국 뒤집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박상돈 8단은 허허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바둑이란 게 참 희한한 게, 이기는 날에는 어찌어찌 해도 이기게 되고 지는 날에는 결국 지게 되더라. 오늘 백사범은 지는 날의 운수인가 보다."
▲ 백성호 9단의 3연승을 저지한 김나현 초단.
<국후 승자 인터뷰>
- 오늘 바둑을 돌아본다면? “초반에 조금 발이 느렸던 거 같은데 싸움이 일어나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에는 저도 정신이 없어서...”
- 중앙이 승부처였다. 그런 상황에서 대단한 결단력을 보였는데, 수읽기가 되었던 것인가? “실전에서는 착각을 해서 잘 안되는 모양 같은데 사범님이 착각을 하셔서...운이 좋았다.”
- (이민지 8단) 김나현 선수는 수읽기가 아주 세서 나도 많이 배우고 있는데 자기의 강점과 약점을 말한다면? “수읽기가 세다는 건 다른 게 약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거 같다. 수읽기가 세다 하니 그것이 강점인 거 같고, 발이 느려서...약점 투성이인 바둑이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 수읽기 공부는 어떻게 해야 느나? “저는 기보 놓는 거보다 사활 푸는 걸 좋아하는데...이 때문에 이민진 사범께 항상 혼나고 있다.”
- 지지옥션배에는 세번째 출전인데 몇 연승을 거두고 싶나? “욕심 부리고 나오지는 않았는데 운좋게 이겼다. 저번에 조훈현 국수님께 반집을 져서 3연승을 못했는데 이번에 조국수님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이 말에 진행자들은 ”조 국수님을 만나려면 몇 승을 더 거둬야할 거 같은데 계속 이기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김나현 초단은 2011년 5기 대회에 첫 출전해 당시 8연승을 달리던 최정 초단을 꺾은 안관욱 8단을 돌려세운 뒤 김수장 9단까지 이겨 2연승을 올렸다. 뒤이어 조훈현 9단과 만나 319수까지 가는 혈전 끝에 흑 반집패했으나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7기에서는 여류팀 4번 타자로 나와 서봉수 9단에게 진 바 있다. 91년생으로 2009년 11월 입단했다.
▲ 국후 무척 아쉬워하는 백성호 9단. 비록 2연승에 그쳤지만 백성호 9단의 분전은 장판교의 장비처럼 빛나는 것이었다. 백9단의 분투가 없었다면 시니어팀은 여류팀의 인해전술 포위망에 낭패를 볼 뻔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지지옥션배는 ‘아저씨와 아가씨들의 반상 성대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기전이다. 그동안 시니어팀은 2, 3, 5, 7기를, 여류팀은 1, 4, 6기에서 이겨 4-3, 엎치락뒤치락 하는 시소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여류팀에 ‘신구 여전사’로 불리는 루이나이웨이-박지은이 존재하기는 해도 조훈현-서봉수가 버티고 있는 시니어팀을 이기기는 힘들 것으로 보았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 전성기가 지났긴 했으나 여전히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는 존재에게 보내는 찬사다. 지지옥션배에서 조훈현, 서봉수 9단이 주포로 뛰는 시니어팀이 그 명성은 말할 것도 없고 실력적인 면에서도 여자기사들보다는(아무리 젊은 신진기예들이기는 하나) 아직은 한수 위라는 인식이 강했다. 대회 초창기 때만 해도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대회 스폰서인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은 공개석상에서조차 대놓고 여류팀을 응원하곤 했다. 일방적이면 대회가 재미없으니까.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1회 대회를 가져간 쪽은 여류팀이었고, 지난해까지 우승을 주고받는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시니어팀이 한차례 더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여류팀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을 보인다. 5기부터 시니어팀에 또 한명의 세계적인 거포 유창혁 9단이 가세했음에도 그렇다. 연구생 과정에서 강하게 담금질된 젊은 선수가 속속 합류하는 여류팀에 비해 만45세 이상 나이제한을 둔 시니어팀이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리란 건 짐작한 일이지만, 그렇다고는 하나 조-서-유에 대한 의존도가 생각 이상 높다.
선수들이 비교적 골고루 제몫을 하는 여류팀이 대회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볼 점유율에서 크게 앞선 여류팀이 경기를 지배하면서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 건 상대방에 신들린 수문장(대부분 조훈현 9단)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중과부적(衆寡不敵)이란 말이 있다. 항시 ‘명량대첩’을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12대12의 박진감 넘치는 백병전이 아니라 순식간에 3대12의 싸움이 되면 재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지지옥션의 강명주 회장은 이제 시니어팀의 선전을 간절히 응원해야 할 입장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성호 9단의 2연승 수훈은 가뭄의 소낙비마냥 값졌다. 박태희 초단의 연승행진(4연승)을 저지하지 못했다면 한국전쟁 개전 초기처럼 시니어팀은 낙동강까지 속수무책 밀릴 처지였다. 시니어팀의 다음 타자는 박상돈 8단이 유력하지만, 여류팀보다는 훨씬 일찍 주력 에이스 3인이 나서야 할 국면에 처했다. 백성호 9단이 한번 더 이겨줬다면 에이스들의 출전을 좀더 늦춰 힘을 비축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게 됐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전략을 부릴 여지가 줄어들었음을 말한다. 시니어팀은 영화 ‘명량’에서의 이순신 장군처럼 백병전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오늘은 구두와 샌들의 대결이었다.
올해 지지옥션배 예선에는 만 45세 이상(1969년 이전)의 시니어 남자기사 54명과 여자기사(나이제한 없음) 37명이 출전해 각각 8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경합을 벌였고, 예선을 통과한 각팀 8명에 시니어 랭킹 1~3위(조훈현, 유창혁, 서봉수 9단), 여류 랭킹 1~3위(최정 4단, 박지은 9단, 김혜민 7단)와 후원사의 추천시드를 받은 박상돈 8단과 오유진 초단 2명이 합류해 팀당 12명씩 본선 대항전을 펼치고 있다.
(주)지지옥션이 후원하고 (재)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8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의 제한시간은 10분 40초 3회, 우승상금은 1억원이다. 사이버오로는 대항전 매 대국을 오로1서버에서 수순중계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한 내용을 보도한다.
▲ 흑백 돌가리기. 한웅큼 손에 쥔 알을 가로나 세로 일직선으로 흔히 놓는데 백성호 9단은 묘하게도 사선으로 두개씩 가지런히 놓았다. 착수하는 손맵시가 매우 아름다운 기사로 유명한데 돌가리기 또한 가히 예술적이다.
▲ 3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했다.
▲ 지지옥션배 해설은 더블캐스팅(백성호-이민지 주 해설자)으로 진행되는데, 백성호 9단이 선수로 3번 연속 출전한 덕분에 이민진 8단이 계속 출연했다. 백성호 9단이 더 이겼으면 여류팀은 울상이었겠지만 선수(백성호)는 연승상금과 대국료를 타서 좋고, 해설자(이민진, 김여원)는 해설료를 연거푸 챙겨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을 뻔했는데, 날마다 장날은 아니었다. ^^
▲ 김혜민 7단을 비롯한 여류팀은 4층 기사실에서 사이버오로 중계를 보며 검토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여류팀은 항상 동료를 응원하러 온다.
▲ 시니어팀은 오늘도 박상돈 8단 홀로 지하1층에 마련된 검토실에 나와 외롭게 응원했다.
▲ 승자인터뷰 시간 때문에 간략히 복기를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백성호 9단을 따라 위로하며 퇴장하는 박상돈 8단의 뒷모습이 왠지 무거워 보인다. 그러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진검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