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산성 가는 길
강헌모
보은 터미널에서 내려 동다리를 건너 나의 모교인 보은중학교에 갔다. 지금 있는 보은 터미널은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시외버스 주차장 보다는 버스 정차장다운 맛이 나지 않는다. 동다리는 개조해서 튼튼하고 넓게 만들어 놓았다.
몇 년 만인가? 초등학교 다니기 전과 다닐때와 중학교 다녔을 때 지나가던 다리가 아니었던가? 그 다리가 예전과 달라져서 지금의 동다리는 넓고 안정감있게 잘 지어 놓았다. 반면에 옛날 동다리는 다리가 높았고, 다리 너비가 좁아서 위험했고, 높아 보였다. 그곳을 지나 보은 중학교로 다니곤 했던 다리가 아닌가. 그 다리를 십 수년만에 건너다니 감개무량하다. 보은 중학교의 진입로는 옛 길 터에 그대로 있었지만, 큰 건물들이 앞을 가려서 학교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은중학교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고 물어 보려다 말고, 발 길 닿는대로 가니 옛 길이 나왔던 거다. 그 길을 보는 순간 반가웠다. 하도 오랜만이라 길을 찾지 못할 뻔했다. 보은 중학교 앞에는 긴 진입로가 있는데, 옛 길 터는 그대로였지만 길 옆으로 우뚝 솟은 아파트와 상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예전에는 흙길이 놓여 있었고, 가로수가 있었고, 논바닥이 있었다.
보은중학교에 들어서니 너무 기뻤다. 운동장은 예전 그대로 흙으로 보존되어 있어서 옛 향수를 듬뿍 느낄 수가 있어서 좋았다. 잘 된 일이다. 요즈음에는 시골학교도 천연잔디나 인조잔디로 운동장을 개조하는데, 보은 중학교는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테니스장과 농구장이 그대로 있었다. 체육관도 그 자리에 있었다. 주말인데 학교에는 나를 제외 하고는 단 한 사람도 없는 조용함이다.
학교 다닐 때 체육관에서 반공영화를 본 것이 그리 오래된 일로 느껴지지 않았고, 운동장 조회나 선배님의 강연을 들었던 때가 길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40여년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인생은 허무하고 짧다는 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1학년때 담임은 영어를 가르치셨던 예쁘게 생기셨던 여성 민 선생님이고, 2학년 때는 국어를 담당했던 조 선생님이고, 3학년때는 영어를 가르치셨던 김 선생님이셨다.
삼년산성에 가다가 보은 중학교에 발을 디뎌 놓지 않을 수가 없어 그곳에 잠시 머무르니 행복이 밀려왔고,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농구장 앞에 있는 벤치에 않아 있었는데, 농구를 잘 했던 허준구가 생각났다. 아마 그는 산외초등학교 출신으로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보은읍에 살았기에 걸어서 학교를 다녔지만 읍에서 사방으로 떨어진 면 단위에 사는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니곤 했었다. 아, 옛날이 그립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립다.
나는 삼년산성이 보은 중학교 바로 뒤에 있는 줄 알았는데, 산성을 가기 위해 한참을 걸어야 했다. 너무 오래전에 갔었던 곳이라 생각이 흐려졌나 보다. 농장을 지나 삼년산성 입구로 갔다. 어렸을 때, 삼년산성에 가서 토끼와 노루를 잡기 위에 눈 쌓인 산길을 추운 줄도 모르고 다녔던 것 같다. 삼년산성에 가보니 바로 화장실이 있어서 편리했다. 그곳은 깨끗했다. 역시 사적지다운 환경이다. 보은 시외버스 화장실과는 비교가 안된다.
삼년산성 입구에서 서문지까지는 시멘트 길로 포장되어 있는 차량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길이다.
보은사(報恩寺) 라는 절을 지나 북문지를 지나고, 북동치성 전망대로 올라가 보니 논밭 사이로 농가와 비닐하우스가 드러났다. 보기에 정겨웠다. 도심지에서 볼 수 없는 시골의 풍경을 한 눈에 보니 정다웠다. 산성을 걸으니 평탄한 길이 있었고, 돌들이 쌓여 있었다. 지금은 한 겨울이지만 꽃피는 봄에 가족들과 나들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은에 이런 명소가 있다니 좋다. 내가 자란 곳이 아니던가.
동문지를 지나고 남동치성을 지나 남문지 성벽위에서 보은읍을 내려다보니 아파트들과 스포츠파크와 보은중학교와 도로와 다리들이 드러났다. 아파트들이 있어서 마치 도시의 한 귀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시골도 많이 발전하여 아파트들도 늘어났다. 스포츠센터를 건립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갔을거다. 좌석이 많고 운동장 트랙이 있는 공설운동장도 생겼으니 더욱 그러하다.
삼년에 걸쳐 쌓은 돌중에 작은 돌이 있고, 큰 돌도 있으니 어려움이 많이 따랐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산성을 돌면서 어떤 곳은 잘 단장되어 있었으나 어떤 곳은 보기 좋게 쌓여 있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 왔었지만 산성을 돌아보니 성벽과 산성을 도는 길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토끼와 노루 잡으러 동네 사람들과 온 기억뿐이다. 아마 그때는 지금처럼 성벽에 관심이 없었고, 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동물 사냥을 갔으니 말이다.
산성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보은중학교 뒤에 있는 공설운동장에 들렀다. 거기에는 좌석이 많았고, 트랙선이 있고, 잔디구장으로 되어 있었다. 보기에 예뻤다. 그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치루기에 안성맞춤이다.
보은 스포츠파크도 멋지게 들어서 있으니 막대한 비용이 들었을거다. 누가 그런 좋은 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을까. 보은을 위해서 애쓰신 사람들의 숨은 노고가 있으니 그런 발전을 가져왔을거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오늘 보은 삼년산성 가는 길에 보은 중학교에 들르니 감회가 새로웠고, 서문지로 가서 보은사로 해서 북문지, 북동치성, 전망대, 동문지, 남동치성, 남문지를 지나서 성벽위로 해서 내려왔다.
삼년산성은 삼국사기에서 축성을 시작한 지 3년만에 완성하여 삼년산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기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축산성으로 둘레 1,680m, 최고높이 22m, 폭 8~10m에 이르며, 동서남북 4개소에 문지와 다수의 건물터가 남아있고, 산성 인접지역에 대규모 고분군이 분포하고 있다.
보은 삼년산성은 청주 상당산성이 큰 성이라면 아기자기한 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삼년산성에서 오르막 길 내리막 길을 오르내리면서 나무를 댄 곳이 발이 완전히 닿을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기에 불편했다. 관절염인 나는 내리막 길을 조심해야 하므로 천천히 내려오긴 했지만 무릎이 쑤셨다. 하지만 45~50 여년만에 간 삼년산성이라 뜻 깊었고,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2017. 1. 13.
첫댓글 사 오십년 만에 간 고향길 삼년 산성 옛 추억이 새록 새록 나는 모교 감회가 깊으셨겠습니다. 그쪽이 고향이라서 보은을 그리다 갑니다.^^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사람들은 옛 추억을 마음에 고이 새기고
살아 가지요.
2017년 새로운 한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생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