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예년보다는 아주 많은 비와 비교적 낮은 기온 속에서 여름을 이렇게 지내는가 하였더니 늦더위와 습기가 많은 더운날씨 속에 잘들 지나고 계시는가?
지난 며칠간 이곳 해수내외, 우리내외, 일수내와. 환범이 내외 이렇게 여덟 명이 지리산 자락에 있는 화엄사 계곡의 환화콘도에 자리를 잡아 2박 3일 간의 휴가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온 얘기인데 카페도 조용하고 하니 재미가 별로더래도 한번 읽어 봐 줘...
지난 6월 하순경...
이곳의 임해수 친구에게 전화가 때르릉...
"정수가.. 어떻게 지나노.."
"뭐, 그냥 지나고 있지..."
"으, 그런데 이번 여름에 휴가를 한번 가보까?"
"더운데 복작거리는데 말이 휴가지 뭐, 그게 휴가가 되겠더라고...?"
"응, 하기야 그렇긴하지..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 시즌에 갔다오거든 끝물에나 슬슬 가보는게 어떻겠노..?"
"그래, 갈려면 그렇게 가는 게 그나마 좋지... 나도 휴가라고 자주 가보지도 않았지만 휴가라고 출발하여 집을 나서면 나서는 그때부터 날은 덥고 짜증스러운 걸 우리 다 겪어 봤잖아..."
"으, 그래서 늦게 8월 19일(화), 20일(수), 21일(목)으로 주말이 아닌 주중으로 가면 도로사정이나 숙박시설등도 조용할 것같은 생각이 들어 그렇게 생각을 해 봤는데..."
"으, 그정도 하면 무난 할 것 같구나..."
"그러면 지리산자락 구례 화엄사 계곡의 한화리조트콘도에 알아보고 예약을 해 보고 전화할꼐"
"응, 그러면 그렇게 하자.."
두서너 시간이 지나고 다시 해수에게 전화가 옴.
"응, 난데.. 우리가 예정했던대로 예약을 했으니 그렇게 알고 마음에 준비나 해두자.."
"으, 마침 잘 되었구나. 그런데 지난번에 애기한대로 서울에 칸추리하고 환범이에게 연락을 해야지..?"
"응, 그런데 시간이 넉넉히 있으니 연락이 바쁘지는 않겠지...그 곳의 콘도가 규모가 얼마되지 않고 평수도 일률적으로 24평인데.. 말이 24평이지 콘도 24평이 좁아서 혹시나 멀리서 온 친구내외들이 불편하지는 않을런지 몰라..?"
"좀 그런런지는 몰라도 친구끼리니까 다소간의 불편이 따르더래도 이해가 되지 않겠나..?"
그리하여 며칠이 지난 후 두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여 얘기를 했더니 '오케이, 땡큐!'라는 대답.
시간이 흘러 날자가 다가오는데 2,3일 전부터 전국적으로 웬 비는 그렇게 짖궂게 내리는지.. 그러나 비가 와도 할 수 없고 업무로 가는 것도 아니고 비가 오면 오는대로 좀 천천히 가면 되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준비를 하면서 마음은 벌써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일 19일이 되도 비는 그치지 않고 경남지방은 호우주의보 전남지방은 호우경보라는 일기예보 속에 우리는 10시에 우리집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하고 비가 죽죽내리는 창문을 내다보니 좀 한심한 마음도 들고... 어차피 전국적으로 오는 비, 좀 적게만 와주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짐을 챙기는데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줄줄 내리던 비는 누가 하늘의 일부분을 이불을 개듯이 한쪽의 구멍이 뚫리면서 햇살이 내려쬐이기 시작하더군.
태양은 영화나 그림의 일부처럼 비춰오기시작하는데 좀 전까지의 내리던 비로 인한 습한 열기가 확 밀려옴을 느꼈지만 비는 그치고 태양은 내려쬐기 시작하였지.
서울서 내려오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니 비는 억수같이 쏟아져 내린다고 해서 시간약속을 꼭 지킬것 없이 안전하게만 내려오라는 연락을 하고 우리는 목적지인 서북부 경남의 끝이며 전라도의 동북쪽 구례 화엄사를 향하여 출발을 하였지.
갑자기 날씨가 좋아지고 휴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출발을 하니 이때의 기분은 과히 신의 축복을 우리만이 받은 것같은 기분으로...
우리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서로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거의 정해진 길,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섬진강을 건너지 않고 '하동 인터체인지'에서 국도를 이용하여 북쪽으로 가는길 - 그길은 전국자동차드라이브코스의 랭킹 몇번째에 들어간다는 섬진강을 따라서 계속 올라간다.
강건너 전라도 땅에서는 그곳에서 이 길과 비슷한 길, '섬진강 팔십리 길'의 한가로움 속에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가 살아지곤한다.
지금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내려 국도로 올라가는 길을 인터체인지에서 3-40분을 한가롭게 올라가면 우리가 잘아는 너무나 유명한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의 '평사리'가 나온다.
어떻게 보면 김천의 번갯들이니 신촌의 들판과도 별반 다를게 없는 이곳 평사리가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여 이렇게 유명한 촌락으로 된 것도 찾아보기가 힘든 곳이리라.
만석군이라는 최참판의 권위를 일깨워 주는듯 들판은 넒고도 넓다.
그곳에는 이제 막 벼이삭이 서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좀 더 올라가면 '평사리, 최참판 댁'이라는 조그마한 안내 표지가 나오며 자동차의 속도를 줄여 천천히 보면 뒤에 지리산의 웅장한 병풍같은 산자락 제일 밑부분, 그러나 그 촌락 중에서는 조금 높은 곳에 아련하게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최참판댁이 콩알 만하게 보인다.
최근에 지역의 명소라하여 다 없어지고만 그곳을 소설을 근거로 자치단체에서 전통 한옥을 복원하였다고 한다.
나는 이번 여행길을 약속하기 전부터 최참판댁의 복원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옥이랄 수 있는 이곳을 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나는 지금 혼자가 아니다.
또 약속된 서울친구내외와의 대략적인 시간약속도 있었기 때문에 입을 떼지 못하고 눈길은 그곳을 향하여 초점을 맞추고 맞췄다.
휴가기간이 대충 끝나고 그것도 주말이 아닌 주 중이라 도로는 비로 깨끗이 목욕을 하고 가로수도 깨끗하다.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알턱이 없는 차안의 동승자들은 또 재미있는 얘기로 웃고 또 얘기를 한다.
서울팀들은 지금쯤 어디쯤 오고 있을까?
휴대폰을 꺼내서 칸추리에게 전화를 해본다.
정수 "으, 칸추리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칸 "으, 지금 대진고속도로로 해서 덕유산 휴게소를 지나서 88과 대진고속도로 만나는 분기점 함양을 거의 다왔어. 아, 비가 너무 많이 오는구나. 앞을 못볼 정도로 왔어."
정수 "야, 초행길일텐데 고생이 많다. 그곳 함양에서 남원으로 들어와서 남원 구례 순천으로 가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있을테니 그곳으로 오다가 구례로 내려오면...."
칸 "야이, 자슥아 안케도 우리도 지도 보고 잘 알고 찾아갈테니 걱정말아라..."
정수 "지리산이 역시 넓고 넓고 높은 산이라 그렇냐? 우리 오는 길은 비한 방울 맞지 않고 왔는데 미안하구나. 대략 많이 왔으니 천천히 오도록 해..." 딸깍.
우리는 평사리를 지나 역시 섬진강을 끼고 굽이 굽이 계속 올라간다. 보통 때 보는 섬진강은 강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물은 맑고 깨끗하다. 상류가 산업화되지 않고 공해를 배출할만한 것이 우선은 보이지를 않는다.
그 모래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일급의 모래로 이곳에서 일급의 모래를 '일급모래'라고 하지 않고 '하동사(河東砂)'라고 하면 일급 모래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지.
안내 표시판에는 '화개장터''쌍계사'라고 자꾸만 안내를 해 댄다.
이길에서 섬진강을 건너길도 평행선을 따라 올라 오는 길이 보이건만 그쪽으로 건너가는 다리는 없다. 이렇다할 왕래가 필요치 않으니 굳이 건너갈려면 나룻배를 이용한다.
화개장터에 이르기 좀 전 저쪽에 웬 큰 아치의 다리가 보인다.
칠도 아주 깨끗하게 보인다.
이다리가 약 20일 전에 개통을 한 '남도대교' 아마도 그이름은 경남과 전남을 연결하는 도로로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화합의 다리라고 한다.
이어서 길 밑에 보이는 곳이 화개장터이다.
옛날에 이곳을 통과할 때는 김천의 아랫장터보다도 못한 것같더니 역시 자치단체에서 명소로 개발한다고 하여 토속점을 이곳 저곳 만들어 놓고 주차장시설도 만들어 놓았다.
이름에 비하면 좀 규모나 뭐로 봐도 별 것은 아니다. 쌍계사로 들어가는 초입이라 한 번씩 들러가는 정도의 곳이라고 하면 그곳사람들이 좀 섭섭하다고 할런지...
그곳을 지나 우리가 탄 차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역시 쾌적한 드라이브 코스는 연결이 되고 십여분은 달리면 안내표시판에 갈색으로 '피아골' '연곡사'라는 조그마한 명소 안내판이 보인다.
지금은 등산객들의 등산 코스로도 유명하지만 친구들도 다 읽어보았을 조정래씨의 '태백산맥'에서 자주나오는 그 피아골은 어떠했는가.
빨찌산과 정부군사이에 피의 전투가 너무나도 자주 일어나고 깊고도 아름다운 피아골에서 내려오는 금년같이 수량이 풍부한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은 콸콸 철철 바위를 때리고 과격한 힘을 자랑한다.
한때 생사의 결전이 일어난 후에는 피로 물들었다는 피아골계곡의 물은 말없이 무심히 흘러간다.
한참을 올라가면 '연곡사' 절이다.
우리에게는 별로 유명치 않는 연곡사 절 - 소설 '토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곡사...
최참판댁의 제일 웃으른으로 있는 윤씨부인이 불공을 드리러 가서 주지스님의 동생이자 동학란의 접주 전봉준의 예하 일급 장수 '김개주'장군에게 겁탈을 당하여 만석군의 과부로 있는 윤씨를 임신시키고 윤씨가 임신을 하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갑자기 병이 걸려서 집에 오지를 못한다고 거짓으로 알리고 굴속에서 열달 동안 기거를 하면서 출산을 하여 놓은 아이가 나중에 최참판집에 들어와서 머슴짓을 하다가 자기 아들 최치수의 부인이자 자기의 며느리와 눈이 맞아 도망을 치는 구천이를 낳았다고 하는 연곡사 절.
그 연곡사를 살펴봐도 보일리가 없지만 그곳을 나는 자꾸만 눈길을 두고 간다.
아는 것도 개코도 없지만 내나름대로 이런저런 역사적인 사실들과 연관을 시켜 보면서 서울서 오는 팀들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그들은 화엄사 초입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씩 뽑아 먹고 담배를 한대씩 피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윽고 구례읍이 보이면서 이제 거의 다왔다는 기분이 들고 차가 오른쪽으로 꺽여서 들어간다.
초입의 식당들이 이곳 저곳 보이고 모텔도 보이고 민박집들이 보인다.
저멀리에 식당 앞에 사람이 보이는데 친구의 얼굴로는 구별이 확실치 않다.
그쪽에서는 차 안을 더 보기 힘이 들텐데도 불구하고 손을 흔들어 댄다.
워낙 조용하다보니 짐작으로 확신을 가진 듯....
친구둘과 그 부인둘이 식당과 연결된 등나무 밑 좌판에 걸터 앉아 있다가 반갑게 일어난다.
우리가 온 길의 시간이 3시간 정도, 서울서 온 팀들이 걸린 시간은 약 4시간 우리는 피곤하지도 않았지만 너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만남의 아름답고도 감격스러움을 유감없이 연출하였다.
식당의 젊은 아줌마가 우리가 발길을 숙소로 옮길 때쯤 전라도 말로 "손님들 이제 일행을 만나셨구만이라오. 잘 해 들릴테니 또 들려주시오 잉"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순진스러운 칸추리가 경상도치고도 개령말로 "아이고, 그러구 말구요. 가면 딴 집에 갈 리가 있습니까.. 또 들리지요.. 또 오면 더 잘 해 주야대여.."
첫댓글 그 많은 자료들 미리 좀 알려줬으면 나도 더 알찬 여행이되었을 것을... 이 글 몇회 연재물일까?
정수야...나도 그무렵(18~20) 전라도일대를 빗속에 헤매고 다녔는데, 어쩌면 그렇게 생방송 하듯이 현장감 넘치는 기행문을 남길수 있는지...! 그라고 디카로 담아온것 없는가?
정수야 속편 토지를 한번 쓰 보도록 해라 네 실력이면 충분할 것 같다 나도 2주전에 "평사리 가는 길목"이란 식당겸 민박집에서 성당 식구들과 함께 1박하고 왔는데 ......
부산칭구들의 세심한 배려에 다시한번 감사하고 2박3일간의 즐거운 여정을 마음속으로 간직해야겠구나! 영현아! 디카로 몇장박았다만,메일로만 보내고 아직 내실력이 여의치않아...자네가 전라도일대에서 헤메었다니 전화라도 함 해볼껄하는 아쉬움이 남으나 울산에 모임을 생각하고 기대해본다
환범아...내가 다녀온 일부분의 남도행 사진을 사랑방에 올려 놓았다...사랑방을 참고하고 30일 울산에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