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공개 강좌 기업 '코세라' 창업자 앤드루 응
스탠퍼드·프린스턴등 62개 명문대 333개 강좌 무료 제공
대학 교육 못받는 아프리카 등의 젊은이들에 기회의 장
1년 만에 220개 국가에서 회원 300만명 넘어서
유다시티·에덱스 등 서비스 공급자 잇따라 등장
"50명이 아닌 5만명을 동시에 가르칠 공간 준다니까, 교수들 한 푼 안 받고 오케이"
긴 강의를 8~12분으로 잘게 나누고 5분마다 문제 풀고 질문 해 집중도 높여
대학 4년 배운걸로 40년 버티는 사람들… 온라인 공개강좌, 성인 재교육에 큰 효과
"첨단 IT 환경이 낙후한 이 나라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니….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세계적인 프로그래머가 될 발판을 마련했어요."
카자흐스탄에서 학생 2000명의 작은 대학에 다니는 아스카트 무자바에브(Murzabayev·23)씨의 꿈은 세계적인 프로그래머였다. 문제는 그 대학에서 인공지능(AI) 등 수준 높은 컴퓨터 관련 수업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코세라(Coursera)라는 미국의 온라인 공개강좌 사이트를 접했다. 스탠퍼드와 프린스턴 등 세계 명문대 교수들의 정규 강의를 동영상으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사이트다. 무자바에브씨는 '기회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는 코세라에서 스탠퍼드대의 컴퓨터 강의 여러 개를 듣고 대학에서 정식 발급해주는 수료증까지 받았다. 그는 이 수료증을 지렛대 삼아 꿈을 이뤘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시의 트위터 지사에 프로그래머로 취직한 것이다.
인터넷은 세상을 뒤바꾸었다. 그러나 바꾸지 못한 성역(聖域)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교육이었다. 특히 대학 교육이 그랬다. 그런데 베를린의 장벽처럼 허물기 어려워 보였던 대학 교육의 높은 장벽이 인터넷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온라인 대중 공개 수업(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서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큰 기관인 코세라는 세계 62개 대학의 330여개 강의를 220개국의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코세라가 페이스북을 앞선 게 하나 있다. 페이스북은 창업 2050일 만에 회원 수 300만명을 돌파했지만 지난해 4월 창업한 코세라는 그 기간을 350일로 단축했다는 것이다.
기자가 지난달 중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코세라 본사에서 공동 창업자인 앤드루 응(Ng·37) 스탠퍼드대 교수를 만나 "창업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전 스탠퍼드대에서 지난 10년간 1년 평균 400명을 가르쳤어요. 그런데 강의를 온라인으로 오픈하니 10만명이 등록했어요. 10만명을 가르치려면 몇 년이 걸리는지 아세요? 250년이에요. 250년간 가르칠 학생을 단 한 강의에서 가르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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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정인성 기자
예전에도 온라인 강의는 있었다. 코세라가 다른 점은 여러 대학의 강의를 묶고, 실제 강의처럼 특정한 날에 시작해 특정한 날에 끝나고, 숙제와 채점이 있으며, 동급생들과 토론도 한다는 점이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강의가 8~12분 단위로 끊어지고, 중간중간에 퀴즈가 튀어나오는 등 재미있게 구성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응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아주 옛날엔 투표할 권리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교육도 그 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확고한 믿음 중 하나는 '기술이란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라는 것입니다. 지난 1985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대학 등록금은 무려 559% 상승했어요. 의료 지출이 360%이고, 가스는 300%, 소비재는 200%일 때 교육비는 훨씬 폭등한 겁니다.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도 교육, 특히 고급 교육의 문턱이 너무 높아졌어요."
그는 질문을 던졌다. "교육의 민주화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는 스스로 대답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가난한 사람이 서구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동갑내기와 동등한 수업을 듣고 연락하고 친구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인도의 아카쉬 고스와미씨도 교육 민주화의 수혜자 중 한 사람이다. "인도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어요. 스탠퍼드대 교육은 꿈도 못 꿨죠. 그러나 하느님이 어느 날 스탠퍼드대를 문 앞에 갔다 놓으셨어요!" (TED 동영상 중에서)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무료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 공급자로는 코세라와 유다시티(Udacity), 에덱스(edX)가 있는데 모두 지난해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에덱스는 비영리단체이지만 나머지 둘은 영리를 추구하는 벤처기업이다. 코세라는 강의는 무료로 제공하되 졸업 인증서를 유료로 내주거나 기업이 원하는 학생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다듬고 있다. 에덱스는 하버드대와 MIT가 출연해 만들었고, 유다시티는 구글 안경 개발에 참여했던 세바스천 스룬(Thrun)씨가 창업했다.
토마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온라인 대중 공개 수업이 미래의 교육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치 냅스터와 MP3가 음악산업을 뒤흔든 것처럼 말이다. 왜 갑자기 교육이 첨단 IT 기술의 경연장이 됐을까? 토마스 프리드먼은 "사람들이 가장 절실히 요구하는 것(교육)과 갑자기 가능해진 것(기술)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걸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온라인 공개 수업은 그동안 아주 제한된 엘리트 생태계였던 지식 생태계를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어 어마어마하게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 석학인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지난 2월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가 끝날 때쯤 기삿거리 하나를 제공했다. 그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혁명을 벌이는 곳이 여기 실리콘 밸리의 코세라란 곳인데 다음 세대의 개척자 같다. 꼭 취재해 보라"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만에 기자는 코세라를 찾았다.
약 132㎡(40평) 공간에 42명이 근무하는 코세라의 사무실 벽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적힌 알록달록한 메모지들이 붙어 있었다. 공동 창업자인 앤드루 응(Ng·37) 교수는 청바지에 푸른 재킷 차림이었다. 목소리는 가늘고 조곤조곤했다. 중국계 영국인인 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카네기멜론대와 MIT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스탠퍼드대 교수로 일했다. 어느 모로 봐도 모험과는 거리가 먼 인생 같았다. 그러나 그는 2008년 어느 날 "유레카(Eureka·바로 이거야)"를 외치며 창업을 결심했다.
"제 강의 하나를 유튜브와 아이튠스 유니버시티, 스탠퍼드대 사이트에 올려놨어요. 지금과 달리 단순한 포맷이었어요. 1~2시간짜리 강의를 녹화해 웹으로 옮겨 놓은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길거리에서 실리콘 밸리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는 겁니다. '혹시 당신이 앤드루 교수인가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수업 잘 보고 있어요!'라고요. 그때 '아! 온라인 교육에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구나'란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그는 3년 동안 집 거실에 틀어박혀 끊임없이 실험하기 시작했다. "더 나은 비디오 포맷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 적합한 퀴즈를 낼까를 고민했어요." 그는 "수천만 명의 인생을 바꿀 기회인데 그 정도 기회가 아니었다면 제가 대학 안식년 휴가까지 연장해 가며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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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임 속 괴물이 강의를 진행하기도온라인을 통한 대중 공개 수업은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줄이는 한편, 교육의 질의 저하를 막는 대안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보통 교수가 수업을 하면 학생의 50%는 교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20%는 페이스북을 합니다. 그만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75분짜리 강의를 8~12분으로 잘게 나누고, 5분마다 문제를 풀고 질문하는 강의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는 "이 일을 하니까 가르치는 것은 예술이고, 가르치는 방식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며, 혁신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가장 놀라운 수업은 펜실베이니아대 케빈 워벡(Werbach) 교수가 가르치는 '게임화(gamification)' 수업이에요. 수업에 자신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 속 괴물이 등장해 팔을 흔들며 수업을 진행해요. 교수는 그 괴물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빙했고요."
그는 "온라인 공개 강좌는 교수들로 하여금 '가장 좋은 교수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내린 가정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자신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고 해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대학과 교수들을 설득했을까?
"이렇게 말했죠. 50명이 아니라 5만명을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 스스로 꽉 막혀 있던 강의 방식을 탈피해 혁신할 수 있다고요. 지금까지 대학은 입학 과정이란 큰 벽을 만들어 놓고 있었어요. 한정된 캠퍼스와 교수진에 수많은 학생을 끼워 넣은 것이었어요."
◇미국 밖 학생이 65%
코세라의 강의는 하나에 평균 6만명 정도가 수강한다. 학생 비율은 미국이 35%이고, 해외가 65%이다. 해외는 유럽(22%), 아시아(20%), 아프리카(4%) 순으로 많다. 학생의 80%는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20~30대이다.
응 교수는 온라인 대중 공개 수업이 청소년보다 성인 재교육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4년을 배워 그걸로 40년을 버티잖아요? 요즘 시대엔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세상이 변하고 있어요. 누구나 장기적으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고, 최신 지식을 알아야죠. 온라인 공개 수업은 그들에게 더욱 절실한 수단입니다."
삼성전자 직원 장효영(32)씨는 사내 공모를 통해 지난해 스마트폰 콘텐츠를 만드는 미디어솔루션센터로 자리를 옮겼는데, 코세라의 컴퓨터 관련 강의를 듣고 면접에서 그 경험을 이야기한 것이 부서를 옮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대중 공개 수업은 일자리 미스매칭(mismatching)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도 평가받는다. "많은 학생들이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런 수업을 제공해 줘서 감사합니다. 일자리를 얻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어요'라고 합니다."
그는 신이 난 표정으로 한 학생의 사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카고 법대를 졸업한 29살의 변호사가 있는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책을 뒤져보고 공부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다 코세라 강의를 듣게 됐고, 책보다 훨씬 쉬워 공부했는데, 그 경력으로 결국 한 언론사의 프로그래머로 취직했습니다."
코세라를 통해 제공되는 강좌 중 펜실베이니아대와 듀크대가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5개 강좌는 해당 대학의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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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대중 공개 수업 사이트인 코세라를 창업한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수천만 명의 인생을 바꿀 큰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 마운틴뷰=이신영 기자
◇한국, 사교육의 대안 될 수 있다
응 교수는 2008년 MIT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혁신가 3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전 스스로 절대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혁신이라는 것은 매우 천천히, 점진적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은 혁신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요. 온라인 공개 수업도 제가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수많은 발자국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수업료를 계속 안 받을 건가요?
"그건 우리 취지와 어긋나요. 누군 이렇게 말합니다. 왜 5달러라도 안 받느냐, 그건 카페라테 한 잔 값밖에 안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이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5달러도, 신용카드도 없어요. 그런 벽을 만들어 놓는 것은 비극입니다."
―한국은 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큽니다.
"네, 한국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 것으로 압니다. 온라인 공개 강좌를 통해 사교육을 할 돈이 없는 능력 있는 학생들이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또 가고 싶은 대학의 강의를 미리 들으니 입학 원서에도 그만한 좋은 경력이 없죠."
―앞으로 목표는?
"첫째 목표는 1000만명입니다. 몇 달 전에 어떤 블로거가 코세라에 올라온 여러 대학 강의를 종합해 4년짜리 커리큘럼을 짜더군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스탠퍼드, 프린스턴, 펜실베이니아대, 영국 정경대 등 10개 대학이 동시에 인증한 졸업증을 주는 거예요. 한 대학이 아니라 말입니다. 세계 최고의 10개 대학을 한 번에 졸업한 인재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
대학 교육을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실험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온라인 강의가 교실에서 벌어지는 교수와 학생 간 오프라인 체험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공개 수업 참여를 거부한 영국 옥스퍼드대는 "온라인 교육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했고, 케임브리지대는 "말도 안 되는 장난"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코세라에서 3만7000명에게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던 리처드 매켄지(McKensie) UC어바인 교수가 수업 5주차에 하차했다.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교재가 필요하다고 공지했는데, 학생들이 "무료 수업인데 교재를 돈 주고 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해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선 이런 실험의 결과로 대학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닷컴 열풍처럼 반짝 유행하다 사그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비판들에 대해 앤드루 응 교수의 반론을 들어봤다.
① 온라인 공개 강좌가 활성화되면 대학이 망할 거라고들 한다.
"바보 같은 소리다. 우리가 대학을 대체하는 개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온라인 공개 강좌엔 없고 대학엔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 작용이다. 그 의미까지 없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아직 사회에는 배우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대학과 교수가 있어야 한다."
②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물론 스탠퍼드 졸업생과, 스탠퍼드대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수업을 한두 과목 들은 사람을 비교하면 명백히 전자가 훨씬 취직이 쉬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스탠퍼드대를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교수들이 서로 경쟁하고, 더 나은 콘텐츠를 제공해야 살아남기 때문에 수업의 질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③ 하나의 사업으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
"벤처캐피털에서 16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그들이 먼저 적극적이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도 처음에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다. 그런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광고 등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코세라의 경우 학생들에게 발급해 주는 수료증에 장당 50~90달러를 받기 시작했다. 이 사업이 커질 것이다. 또 학생을 기업에 연결해주면서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부터 온라인으로 경영이나 첨단 기술과 관련한 아이튠스 유니버시티 등 온라인 강좌가 재미있어 자주 듣곤 했다. 하지만 기존 온라인 교육 강좌의 경우 토막 강의를 한두 개 볼 수 있을 뿐 한 학기 강의 전체를 다 볼 순 없었다. 또 2~3시간 강의를 통째로 봐야 하는 '불친절함'이 있었다.
이런 연유로 지난해 코세라의 기계 학습과 컴퓨터 인터페이스 수업을 들었다. 강좌 화면으로 이동하면 진짜 대학 수업처럼 꽉 짜인 10주짜리 커리큘럼에 입이 딱 벌어진다. 미국 대학에서 이 정도 커리큘럼의 수업은 2000달러 정도 지불해야 하는데, 그걸 무료로 제공하니 말이다.
수업은 해당 교수의 나라 시차에 맞춰 시작한다. 예컨대 4월 1일 오전 10시에 강의가 올라오면, 그때부터 각 나라의 학생들이 수강을 시작하면 된다. 보통 강의 개설 1주일 뒤인 숙제 제출 기한 전까지만 강의를 들으면 된다.
퀴즈 점수나 제출한 과제 점수는 자신의 프로필에 등록되는데, 점수가 낮으면 담당 교수와 조교(TA)로부터 즉각 이메일이 날아온다. "점수가 낮은데, 틀린 이 문제는 이렇게 풀어라"는 친절한 조언이 붙는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교육 방식과 환경이 참신하고 재미있어 중독성이 생긴다. 최종 시험은 커닝을 방지하기 위해 1~2번만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최종 시험을 놓치면 또 볼 순 없다. 성적은 통상 통과(pass), 낙제(fail)로만 판단한다.
수만 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토론방도 강점이다. 질문을 올리면 아무리 길어도 22분 안에는 지구 상의 누군가가 친절하게 답글을 달아준다.
성적은 대부분 자동 채점이 되지만, 해답이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는 문학·예술 분야 수업은 학생끼리 성적을 매기기도 한다. 학생 1명당 5명을 채점하고, 나도 채점받는 시스템이다. 교수가 채점 가이드를 학생에게 제공하고, 실제 몇 개 시험을 샘플로 학생들에게 매기게 한 뒤 교수가 매긴 점수와 대조해 보는 방식으로 사전 검증을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