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선수촌 잇단 확진… “日정부 ‘버블 방역’ 구멍숭숭 뚫려 위험”
올림픽 개막 앞 감염 확산 우려 증폭
바흐 “확산위험 제로”라지만… 긴자 거리엔 ‘올림픽 분위기 제로’ 17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일본 도쿄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을 계속 점검해 분위기가 바뀌면 관중 입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윗쪽 사진). 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18일 도쿄 긴자 거리는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고 썰렁하다(아래쪽 사진). 도쿄=AP 뉴시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일본 공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와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한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잇달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도쿄도에서는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나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감염 확산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18일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도쿄 주오구 선수촌 내 선수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선수촌에 입촌한 선수들 중 확진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조직위는 전날 선수촌에서 지내는 올림픽 관계자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로써 13일 문을 연 선수촌에서 모두 3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교도통신은 “선수촌 감염자 3명은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대표팀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대한탁구협회 회장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사진)도 17일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받은 진단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와 호텔에 격리됐다. 올림픽 전문매체 ‘인사이드더게임스’는 “유 위원이 IOC 위원 중 첫 확진자다. 다음 주 IOC 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직위가 감염자를 집계해 발표한 1일 이후 18일까지 올림픽 관련 확진자는 모두 55명으로 늘었다. 여기에는 1일 이전 일본에 도착해 훈련 중인 외국 선수들의 감염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이 입국하면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는 이른바 ‘버블(거품) 방역’으로 올림픽발 감염 확산을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소규모 선수단은 다른 일반 승객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리는 경우가 많고, 입국 수속을 위해 이동할 때도 일반인들과 동선이 겹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회 주최 측이 사실상 통제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항공편을 통한 감염”이라며 기내 감염이 도쿄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올림픽 관계자로 2∼5월 일본에 입국한 미국, 영국 국적자 4명은 최근 코카인을 흡입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13일 체포됐다. 이들은 밤늦게 도쿄 시내의 바를 돌며 술을 마시는 등 올림픽 관련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 입국한 우간다 대표팀 중 남자 역도 선수는 16일 훈련지인 오사카에서 종적을 감췄다. 아사히신문은 “수백 명 규모의 해외 선수단 입국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 규정 위반이 잇따르고 있다. 버블 방역이 위험한 상태”라고 18일 보도했다.
도쿄도의 코로나19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7일 도쿄도의 신규 확진자는 1410명으로 1월 21일(1471명)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도쿄도 확진자는 18일까지 닷새 연속 1000명을 넘었다. 호주 ABC방송은 “지금 같은 수준으로 간다면 폐회식(8월 8일)이 열릴 땐 도쿄 확진자가 하루에 2400명을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림픽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48%가 ‘즐길 기분이 아니다’, 17%는 ‘원래 기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기대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5%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14일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관중 입장을 허용해 달라”고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게 제안했다. 15일엔 “올림픽 참가자들이 일본 거주민들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릴 위험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 “바흐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18일 도쿄 영빈관에 바흐 위원장 등 IOC 관계자를 초대해 40명 규모의 환영회를 열었다. 영빈관 주변에 모인 시위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가 발령된 상태에서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을 비판하며 “불필요한 파티 취소”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이은택 기자, 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