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대체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국내 식음료 업계의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WHO의 분류가 현실이 되면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업계 공동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를 요구하는 한편 아스파탐을 대신해 다른 감미료를 사용하는 ‘레시피(제조법) 변경’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2일 “WHO의 아스파탐 발암물질 분류 예고 소식이 정해진 직후 회원사들에게 일단 식약처의 아스파탐 위해성의 기존 기준치를 공지해놓은 상태”라며 “실제 아스파탐이 WHO 발암물질로 분류되면 현재 사용 가능한 첨가제에서 배제될지, 또는 식약처의 기존 위해성 기준치가 변경될지 문의하는 등 식약처와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파탐은 설탕을 대체한 인공 감미료 중 하나로 서울장수와 국순당, 지평주조 등 국내 주요 막걸리 업체들은 막걸리의 단맛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제품에 평균 0.0025% 수준의 소량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WHO의 발암물질 분류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이에 대한 식약처의 명확한 가이드 제시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국내 대표 막걸리 업체 서울장수는 상황에 따라 아스파탐 대신 다른 감미료를 사용하는 등 레시피 변경도 염두하고 있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하위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식약처 등 외부 전문 기관 등의 하위 기준이 명확해진다면 후속 사항들을 보며 전면 교체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관련 기관 및 업계 관계자들이 공동의 대응 기준을 마련해 나가며 함께 논의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걸리 업계에선 만약 레시피 변경이 불가피해지더라도 그리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들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 국장은 “이미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아스파탐을 사용한 제품의 수입을 막고 있어 국내 주요 막걸리 업체들은 다른 감미료인 수크랄로스를 사용한 제품으로 대체하는 레시피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칠성음료도 협력 관계인 펩시콜라 본사 펩시코와 관련 논의에 돌입했다. 롯데칠성음료가 펩시코로부터 원액을 받아 국내 생산·판매하고 있는 제로슈거 제품인 ‘펩시제로’ 3종(라임·망고·블랙)이 아스파탐을 사용해서다.
원료를 비롯한 제조법의 권한이 펩시코에 있는 만큼 향후 아스파탐 사용 여부 및 대체 원료·제조법에 대한 전반적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레시피 변경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레시피 변경의 경우 맛 등 상품성과 연결된다”며 “다른 감미료로 대체하더라도 같은 맛을 내기까지 연구개발과 설비 세팅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누구말을 믿어야 하남?
식약처가 과거 발간한 자료 등에 따르면 체중이 35㎏인 어린이가 아스파탐이 약 43㎎ 함유된 다이어트 콜라 1캔(250㎖)을 하루 55캔 이상 매일 마시면 일일섭취허용량(ADI)이 초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아스파탐 등 감미료에 대해 ADI를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ADI는 사람이 일생 동안 매일 먹더라도 유해한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체중 1㎏당 1일 섭취량을 말한다.
아스파탐이 주로 사용되는 막걸리의 경우 식약처는 체중이 60㎏인 성인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33병을 마셔야 ADI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당시 “사실상 하루에 이렇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펩시 제로’와 ‘서울장수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지평막걸리’ 등에 아스파탐이 첨가돼 있다. ‘펩시 제로’에는 글로벌 펩시의 레시피에 따라 설탕 대체재로 아스파탐이 쓰인다. 막걸리에는 유통기한을 늘리고 단맛을 진하게 내는 데 아스파탐이 활용된다.